안녕하세요 29살 아잽니다.
뭔가 엄청난 경험을 풀어 놓을 것처럼 얘기하고
그동안 너무 글을 안썼네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더 무서운 썰을 풀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들었지만
그 여러가지 사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을 순 없는터라
그냥 기억나는 경험 하나 적어보려고 합니다.
단순 경험이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도 그냥저냥 읽어주세요.

참고로 제가 쓴 모든 글은 실제 경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아 그리고 이벤트때 왜 실화 썰 안풀었냐고 하시는 분 조금 아주 조금 있으신데
단지 그 기간엔 글 쓰기가 귀찮았습니다....）



[귀접（鬼接） : 귀（鬼） 와 의 성행위]

2010년 즈음 어느 초가을 강원도 춘천.

24살 또는 25살. 당시 저는 군대를 전역한 예비군이었고

동시에 다시 학업에 뛰어든 평범한 복학생이었습니다.

군대 시절부터는 가위나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지 않았고

그동안 느꼈던 모든 것들은 과거의 일이었을 뿐 더이상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오후 2시가 좀 지났을까 집에서 쉬고있던 저는 웬지 모를 피곤함과 무기력감에 거실에서 TV를 보다 방으로 향했습니다.

거실에서는 엄마가 바느질을 하고 계셨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방 문을 살짝 열고 장롱 옆에 이불을 깔고 누웠습니다.

검고 커다란 장롱은 그날따라 유난히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습니다.

누운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고 또 잠이 든지 얼마 되지 않아 그것이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온 몸이 마비되는 감각. 나도 모르게 떠진 눈. 움직이지 않는 팔과 다리.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에 다시 짜증이 밀려와 예전 버릇처럼 욕이 저절로 튀어나오려는 순간

유난히 반짝거리던 장롱으로 발 모양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뭘 하러 여기까지 들어온 것일까? 거실에 엄마가 계셨는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자국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 물체는 제 다리 쪽으로 향했습니다.

과거 귀신에게 다리를 뜯길뻔한 기억이 떠오르며 욕은 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시원해진 다리.

발가락 하나 하나 차가운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러면서 손가락 같은 무언가가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느낌.

발가락이 축축해진 느낌이 든지 얼마나 됐을까 그 차갑고 간지러운 느낌은 오른쪽 발목을 타고 점점 올라옵니다.

문득 이것이 귀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귀접을 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던데...

귀접이라는 확신이 든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공포감만 가득했습니다.

사실 멀쩡하게 생긴 귀신은 본적 있지만 방금 본 발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새까맣기 때문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귀신의 얼굴은 어떨까?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안간힘을 쓰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 입은 무릎을 지나 사타구니까지 향했습니다.

위로 올라올수록 공포감은 더욱 극에 치닫고 있는 상황.

드디어 그 귀신의 입은 그곳까지 올라왔습니다. 얼마나 머물렀을까

공포 속에서 쾌감도 차가움도 아닌 느낌을 느끼고 있는 사이 그 입은 배 까지 올라왔습니다.

혹시나 얼굴을 보게될까 싶어 눈을 꼭 감고 눈동자는 최대한 윗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느낌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갔구나 싶어 가위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날은 장롱쪽을 바라보고 옆으로 누운 상태로 가위에 눌렸기 때문에 새끼 손가락으로

바닥을 치거나 발가락을 움직이기가 뭔가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 순간.

어깨를 만지는 차가운 손.

작게 뜬 눈 앞으로 어께 뒤에서 고개를 드는 모습이 장롱에 비추었습니다.

제 옆에 누워있다 저를 짚고 일어나는 듯한 동작.

장롱에 비친 그 귀신은 단발을 한 마른 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아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제 뒤에 있던 귀신이 어깨 너머 저에게 슬슬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습니다.

호기심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저도 모르게 그 귀신의 얼굴로 시선이 향했습니다.

귀 밑으로 내려온 짧은 단발이지만 무엇에 잡아당겨지고 끊기고 그을리고 짤린 것처럼 산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은 눈 코 입이 하나도 없는 상태.

새까맣게 타버린, 또 밋밋한 거기에다 볼까지 쏙 들어가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그 얼굴은 어깨를 넘어 점점 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눈을 감았고 그 이후 귀신의 얼굴을 안보려고 발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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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을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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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저에게 다가오는 순간 이후 정신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똑바로 누워있었고 한참이나 자고 일어난것처럼 머리가 띵할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 있었던 일이 기억나 금세 방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시계는 2시 40분을 막 지나고 있었고 엄마는 거실에 누워 잠이 든 상태였습니다.

방금 전 상황을 되짚어 보고 있었는데 정말 그 귀신의 얼굴이 다가온 이후로는

아무런 느낌도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

혹시 예전처럼 엄마도 무언가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 엄마에게 물어보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셨답니다.

그리고 제 몸도 평소와 같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

그날 밤은 무언가 무서워 그 방에서 잠을 자지 못했고 그 이후 그 방에서 잤을때 같은 경험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때와 같은 귀접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때의 기억은 그 어느것보다 무섭고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특히 그 차갑고 축축한 입이 발에 닿았을 때의 감각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귀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다들 귀접에 대한 막연한 상상할 해 보곤 할겁니다.

저도 한 두번 생각해 본적은 있지만 막상 직접 겪고 나니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경험담처럼 엄청나게 피곤하거나 기가 빨린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두번다시 경험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잠깐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는 것.

그리고 귀신의 형상이 정말 무서웠다는 건 확실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귀접을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비추 입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당시 제 방 장롱처럼 뒤가 비치는 물건을 앞에 두고 주무신다면

오늘밤 잠에 들때 꼭 그것을 치우고 주무세요.

저는 자꾸 그 장롱이 맘에 걸려서... 그게 귀신을 불러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하거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