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친구로부터 볼빨간 사춘기의 신곡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이어폰으로 그 신곡을 들으며 집 앞에 다다랐습니다.

노래가 거의 끝나갈때쯤 중독성 있는 훅에 매료된 저는 훅을 따라부르며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마침 1층에 서있던 터라 버튼을 누르고 바로 들어가려던 찰나 저는 심장이 멎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곳엔 왠 아저씨 한분이 엘레베이터 문을 등지고 서계셨습니다.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야근으로 지친데다 사고를 마비시키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귀에서 맴돌았기 때문에 별생각없이
15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1층 2층 3층 4층

올라가는 층 수를 세고 있자니

그제서야 뇌가 굴러가기 시작하더군요.

저 아저씨는 도대체 왜 엘리베이터 1층이 서 계셨을까.

왜 문을 등지고 서계신 걸까?

왜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가만히 계시는 거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12층에 다다르기 직전에 12층 버튼을 누르셨습니다.

엘베는 12층에서 멈췄고 뒤이어 기이한 장면이 다시금 펼쳐졌습니다.

엘베를 등지고 있던 아저씨가 뒤를 돌아보지않고
문워크로 엘베에서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옆면의 거울을 통해 아저씨를 관찰하던 저는 옆으로 살짝 비켜주면서 아저씨의 얼굴을 쳐다봤는데...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번도 보지못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나가시더군요....

그 소름끼치는 미소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아무튼 그렇게 밖으로 나간 아저씨의 미소를 외면하며 저는 닫힘버튼을 연타했죠.

그런데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문이 닫히지 않았어요.

왜 문이 안닫히지?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휘젓자

시선이 반사적으로 엘레베이터 밖으로 향했고

그곳에선

그 아저씨께서

바깥의 열림버튼을 꾹 누르고 계셨습니다.

순간 저는 '왜 나한테 지랄이야 미친새끼야'

같은 욕을 속으로 수십번 외쳤지만

어째선가 입으로는 내뱉지 않았습니다.

절때 제가 쫄아서 그런게 아니고

본능적으로 '아 이건 건드리면 안되는 존재구나
엮여서 좋을게 없는 천재지변이구나' 라고 느껴질 만큼 기이한 존재였으니까요.

그렇게 체감상으로는 한시간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아저씨가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더니

뒤를 돌아 어디론가 가시더군요.

그리고 엘베의 문이 닫혔습니다.

오랜시간 동안 감금 되어있다가 해방된 자 만이 누리는 기쁨을 누리던 순간

다리에 힘이풀려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빌빌대며 집으로 가서 쓰러지듯 잠들었죠.

진짜 엄청 무섭고 황당한 일을 겪었지만

아저씨와의 머랄까... 기싸움? 같은 걸 몇분동안 하다보니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였죠.

다음날 평소처럼 출근을 한뒤 똑같이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려다가 경비실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아저씨의 신변도 궁금했고 도대체 언제부터 그곳에 계셨는지, 혹시 나말고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등등 수많은 의문들이 제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경비실이 도착해서 문을 열려던 순간.

제 심장이 덜컹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경비실에 앉아 씨씨티비 화면을 보며 미소를 짓는 저 경비원이 그 전날에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그 아저씨 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