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관련 공포 에피소드는 끝이 없네요ㅋ
100% 실화, 각색해 보았습니다.
중3 초가을 때의 일이다.
한창 등교 전에 새벽운동을 하던 시기였다. 운동으로 한결 몸이 가벼워지고 공부도 더욱 잘 되어서 거칠 것이 없어진 나는 등산으로 눈을 돌렸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마천동은 남한산성의 들머리로 유명하다.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였지만 일찍 나오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집에서 새벽 5시에 나와 친구를 만나 함께 첫 차를 타고 마천동으로 향한 나는 이 이른 시간에 등산을 간다는 설레임과 긴장감에 흠뻑 취해 있었다.
아침 6시 정도에 도착했다. 마천동은 흡사 시골같은 동네였다. 등산로로 향하는 마을 길에는 낡은 단층 주택이 즐비해 있었고 연탄 냄새로 뒤섞인 새벽공기 사이로 똥개들이 짖어대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마을을 10분가량 지나니 금새 등산로에 도착했다. 코스를 정해야 했다. 등교를 염두에 두어야 했으므로 경사도가 높지만 최단거리 코스로 정했다. 정상을 빠르게 찍고 원점회귀할 계획이었다.
시간은 충분했지만 팔팔하던 우리는 서로 경쟁하듯 빠른 걸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숲이 울창하여 아직 어둑어둑하기는 했지만 새벽 푸른 빛에 시야는 별 문제 없었다. 한 10분 가량을 헐떡대며 숨 넘어갈듯 오르다보니 제법 많이 올라왔다. 그 무렵 앞서가던 친구가 조용히 내게 말했다.
"야... 쩌 위에 저거.. 사람 아니냐?". 녀석에 말에 눈을 찌푸리며 멀리 앞 쪽을 올려다 보았는데 어떤 큰 망태를 등에 짊어진 남자가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는게 보였다. 검은색 츄리닝을 입은듯 했지만 등산객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옷과 대비되는 하얀 망태를 이고 있는 모습은 괜히 의심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친구와 잠깐 눈을 마주친 나는 다시 그 남자를 바라보며, "아모냐. 야 저거, 아니 사람, 등에 뭐 메고 올라가는거지..? 졸라 의심스럽다. 설마 시체라도 들어 있는건 아니겠지 이 지랄.."이라고 하자 친구 녀석은 사색이 되며 "진짜 시체일수도 있다.. 시발.."이라고 얘기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우리는 잠깐의 논의 끝에 아주 대담한 결의에 이르렀다. 정확히 확인이라도 해보고 만약 정말 저게 시체라면 우리가 힘을 합쳐서 놈을 제압해서 경찰에 신고해야한다는 결론이었다ㅡ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놈들이 겁대가리가 없었다ㅡ.
우리는 아까와 같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남자와는 직선거리로 약 40m 남짓 차이가 났지만 높은 경사때문에 꽤 먼 거리로 느껴졌다. 조금씩 따라잡을때마다 남자의 모습은 점점 뚜렷해졌다. 올라가는 자세와 망태를 이고 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보건대 망태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친구와 함께 있다는 안도감과 정의감이 오싹함을 겨우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몇 십보 차이로 가까워 졌을 때 인기척을 느꼈는지 남자는 문득 뒤를 돌아 우리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그때부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우리를 의식하고 도망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때부터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등산 초보였지만 가벼운 몸과 젊음으로 행여 질세라 빠른 속도로 남자를 쫓았다. 나와 친구는 아무 말 없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헉헉하고 벹으며 정신없이 올라갔다. 그런데 남자는 등산 고인물이였는 지 정말 빨랐다. 우리를 흘끔흘끔 의식하며, 그 가파른 언덕을 그 무거운 망태를 짊어지고 오르는데도 우리와의 거리는 좁혀지기는 커녕 점점 멀어져 갔다.
"아..헥헥.. 더이상은... 못 가겠어..헥헥.." 나는 다리가 땅에 붙어 버렸다. 헛구역질이 나오고 온 몸이 땀에 젖었다. 친구 녀석도 나무에 쓰러질듯 기대서 그대로 멈춰 섰다. 결국 남자를 놓치고 말았다. "하.. 우리가 쫌만 체력 있었으면 따라잡는건데.. 저 사람 도망치는거 봤지? 와 졸라 빠르네.." 따라잡지 못한건 한편으로는 은연중 천만다행이었지만, 우리는 체력 핑계를 대며 정신승리를 했다.
그 남자 덕분에（?） 등산을 시작한지 불과 40분도 안 되어 남한산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밝아오는 여명을 한껏 받고있던 남한산성은 신비스런 유물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손목시계는 6시 40분을 가리켰다. 시간이 여유로웠던 우리는 숨좀 돌릴겸, 성 내부도 구경할 겸, 도립공원을 잠깐 들어가 볼 참이였다.
도립공원 입구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우리는 가는 내내 그 남자는 누구였고 왜 우리를 보고 도망갔고 그 망태 안에는 뭐가 들었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윽고 도립공원 매표소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시간이여서 입장료를 받을 직원이 있을거 같지는 않았다ㅡ지금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ㅡ. 그렇게 그냥 통과하려는데 매표 창구 안에서 누군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학생들? 입장료 내야지..700원씩.."
창구 안에는 아까 그 남자가 있었다. 우리는 순간 억하는 소리를 내며 사색이 되었다. 남자는 땀에 젖은 채로 지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남자는 우리를 알아보았는 지 조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너네 여기 돈 안 내고 그냥 통과하려고 그리 빨리 올라온거야.. 따라잡히는줄 알았네.. 하 힘들어.. 자 700원씩 내라고.."
그랬던 것이다. 이 남자는 공원 직원이었고 우리보다 빨리 올라가서 입장료를 받겠다는 생각에 그리 빨리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뒤로 반쯤 열려 있는 망태가 보였는데,, 그 안에는 공사장에서 쓰는 라바콘과 빗자루같은 것들이 있었다.
돈이 없었던 나와 친구는 교통카드도 되냐고 물어보았고 안 된다며 째려보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 급히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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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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