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18-05-26 23: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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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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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7년차 요리사 입니다
거쳐간 식당만 10개 가량 됩니다
왜 10개나 거쳤냐구요?
죄다 망하거나 사장이 돈을 안주거나 막나갔거든요
상호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동안 일했던 식당들 중에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식당은
1개네요.....
아직까지 장사하는 식당이요
그만큼 음식장사 정말로 쉽지 않아요
그래서 경험을 토대로 진짜로 음식점 여시는 사장님들께 몇가지 해드리고 싶은 말이있어요
1. 호텔주방장이 차려도 가게는 망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롭니다 호텔주방장이 와도 가게는 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리 잘하는 우리엄마가 차린 가게가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식당이 안되는 이유는 맛도 중요하지만 가격과 사람, 음식이외의 것들도 정말로 중요합니다
잘 되는 가게가서 "오 이런거는 좋네"하고 참고하시는 것도 좋은데요
장사 안되는 가게 가서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하고 경험해 보시는게 더 좋아요
아 그리고 여러분이 가는 단골집 사장님들 중에 호텔 주방장 출신이 있을 경우는 거의 없어요
2. 맛없어도 가게는 잘될 수 있다
정말이에요 저는 음식맛의 반은 음식 외적인 요소들이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맛없어서 망하는 가게는 드물어요 오히려 음식 외적으로 망하는 가게가 더 많아요
건물세나 일하는 사람 등등 말이에요
간혹 마케팅이나 플레이팅 혹은 특이한 것 때문에 잘되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부족한 맛을 맛 외적인 요소로 메꾸는거죠 저는 이런것들도 많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음식점이 맛이없으면 한철 반짝하고 사라지는
그런 가게가 될 확률이 높아요
3. 사장이 제일 잘해야됩니다
말 그대로에요 가게 차리시는 분이 사장님입니다
사장님이 모르면 아무도 못하는거에요
칼질도 잘 못하시는 분이 알바나 주방장 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시면 사람들 죄다 나갑니다
가게가 잘 돌아가려면 사장님이 주방에서 중심을 잡고 오너쉐프를 하거나 가게 흐름을 모두 알고 있어서
백업으로 적재적소에 메꿔줘야 됩니다
사장님이 요리하는것 보다 백업이 더 어려운 일이에요
4. 저는 사장이 가게에 없으면 두번은 안갑니다
점장두실꺼 아니면 사장님이 제발 가게에 계세요
가게 열어서 장사되니까 슬슬 가게에 얼굴 안비추기 시작하시죠?
제발 몇시간만이라도 가게에 좀 계세요
사장님이 없으면 일하는 사람들도 불안하구요 일도 열심히 안해요
인간은 간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답니다
그리고 더욱이 사장 본인이 신경안쓰는 음식은 먹고싶지도 않아요
5. 개업했다고 제발 사장님 친구들좀 부르지 마세요
제가 정말로 극혐하는게 이제 막 개업한 업소에 사장이 친구들 부르는겁니다
안그래도 인제 막 열어서 일하는 사람도 사장님도 정신없는데 뭣하러 친구들 부릅니까?
가뜩이나 오픈빨 받을때 사장친구로 자리채우지 마세요
그때 간 손님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두번 다시는 안갑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은 진상손님보다 사장님 친구가 더 신경쓰일 수도 있어요
6. 가격
사장님 음식에 프라이드 있는건 알겠는데요 제발 말도안되는 가격 받지 마세요.......
무슨 밥 한그릇에 만원 넘게 받습니까..... 가뜩이나 재료도 비싼 재료가 아닌데
여기가 무슨 논산훈련소 앞에 있는 갈비집도 아니지 않습니까
가.성.비.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거 엄청 예민해요
물론 사장님이 결정하실 문제이지만
몇만원짜리 맛있는집 갈래 3천원짜리 양많이 주는 평범한집 갈래 라고 물으면
전자는 세달에 한번 후자는 일주일에 한번 갑니다
7. 일하는 사람들 좀 잘해주세요
사장님 주머니 생각 안하는건 아닌데요 최저임금 주시면서 사람좀 막 대하지 마세요
입장바꿔놓고 주6일 하루 10시간 이상 4대보험 떼고 200정도 받으면서 욕까지 먹으려면 상당한 멘탈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돈도 적게 주면서 인성빻은 사람처럼 일하는 분들께 막 대하지는 마세요
근데 보통 월급 많이 주시는 사장님이 일하는 분들한테도 잘하시더라구요
본인도 사람 구하기 힘드시잖아요
알바천국에 맨날 알바구한다고 올라오는 건 이유가 다 있어요
결국엔 장사도 사람이 하는겁니다
성격먼저 고치세요
어차피 못고칠꺼 알고 있지만요
8. 제발 아는 장사를 하세요
트렌드 따라가시는건 좋은데 아는 장사를 하세요
"여기에 이거 차리면 대박치겠네"
네네 그거 사장님이 대박 못치는 이유는 사장님이 몰라서에요
카페 하시던 분이 갑자기 여기에 횟집 하시겠다고 횟집 차리시면 망해요.....
사장님 아는 그분이 그자리에서 대박치신건 그만큼 준비하셨기 때문이에요
진짜로 한순간에 이루는건 없답니다
9. 몇달만 버텨주세요
오픈빨 떨어지면 보통은 손님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진짜로 맛있는 집은 손님들 다시 돌아와요
장사 안된다고 되도 안되는 메뉴로 바꾸시지 마시구요
몇달만 기다려 주세요.....
인내심이 가장 필요한게 개업하고 조금 지나서에요
동네사람들이 다 한번씩 맛보고 소문낼 시간은 주셔야죠
10. 가게자리 보실때는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봐주세요
가게차릴때 입지는 정말로 중요해요
별다방도 망해나가는 동네가 있어요 진짜루요
여기가 어떤 동네인지 오피스 상권인지 주거지역인지
역은 어디에 있는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지나가는지
진짜 중요합니다
예시를 들면요 저희집에서 가까운 곳에 서울숲이 있는데요
여기는 이미 홍대화 되고 있어요
아기자기한 가게들 많이 들어오구요 맛있는 집도 많다고는 생각하는데
문제는 상권 자체가 단골을 만들 수가 없는 상권이에요
외지인들만 와서 한번 먹고 갑니다
더군다나 여름 한철장사지 날씨 좀 추워지기 시작하면 손님들 없어요
떄문에 봄에 가게 열고 겨울 끝나면 장사접고 나가는 가게가 많아요
이 동네에서 진짜로 장사 잘되는 집은 따로 있어요
동네사람들 수시로 가는 그런 가게요
그러니 가게 여시기 전에 부동산 사장님이랑 친해지시구요
많이 돌아다니셔야 되요
가게 여시고 점심장사 끝나고 산책하시다가
"어? 여기 이런게 있었네"
이런 생각 드시면 이미 늦은거에요
이렇게 몇가지 적어봤어요
물론 제가 말한 부분에 동의 안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여러 사장님 거치면서 드는 생각들을 좀 정리해봤어요
뭐 제 이야기 들으시는건 듣는 분 마음이겠지만......
다들 성공하는 사장님 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현직에서 뛰면서 장사 쉽지 않다고 항상 느끼네요 ㅠㅠ
편집기로 글쓰니까 안올라 가요
글 쓰기 힘들었어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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