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듯 너도 또한 그랬을 것이다.
말하지 못한 많은 에피소드와 이벤트는 그렇게 황홀했고 그게 정녕 사랑이라면

내가 힘든만큼 너도 역시 그랬을 것이다.

관계는, 시작과 끝이 분명치 않다. 그래서 나는 힘들다.
너무 희끄무레해서 여전히 이어져있는지 끊어져있는지
모든 감각과 상상을 동원해서 판단하려고 하고 있다.

너도 쉽지 않았을걸 안다.
너도 밤마다 눈물을 흘렸을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앞으로 나아가길 선택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외면으로 보였다.

넌 나에게 내가 남긴 유산을 다시 돌려주었다.
버리거나 뒷방 서랍속에 묵혀두지 않은 채로.
그것을 돌려 받는 내 모습을 보는건 또 어떤 아픔이었을까

우리의 이야기는 슬프게도 끝이 났지만 사랑했던 나에 대한 마지막 예의
그리고 안녕이라는 의미를 위해
넌 나에게 우리의 유산을 다시 돌려준 것이다.

그렇게 너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의지를 애써 외면했다. 부정했다.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너를 존중 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가길 선택했으며, 그 의지를 보여준 너를.

한가지 덧붙이고 싶다.
나는 너를 기다린다.
언젠가 다시 올까봐
그날을 위해서 네가 싫어했던 내 모습을 바꾸고 다시 가꾸고
네가 말한 '잊으려고 노력한 먼 훗날'에 도착한 어느 종착역에서 차분히 기다리겠다.

미련하게 보이겠지만 나는 이별 또한 사랑하며 살고있겠다.

과거를 뒤돌아보고 있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