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순찰 왔습니다...? [3] |
2025-05-19 22: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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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랄라리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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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기를 가지고 왔음
하지만 뭔가 다르죠? 슬라이더가 뒤로 젖혀져 고정됐구만?
핑거 세이프도 확실히 지켰고 말이지
그렇슴. 오늘은 총알 안 가지고 옴...
일을 하러 인도네시아에 나와가지고 부모잃고 애인잃고 정병걸리고 굿을 떨다가
이제 어느 정도 심신이 정상화된 후 혼자 술집을 다니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삶을 꽤 오래 살았음.
그러다가 약 한 달 반 정도 전에,
자주 가던 술집으로 야밤에 술을 까러 갔을 때
화려하게 옷을 입고 메이크업 한 여성이 나한테 다가와서 영어로 말을 걸었음.
어쨌든, 잡설은 생략하고 번호를 달라는 게 결론이었는데,
그 때 든 생각은 그냥 딱 '외로움 달래기는 좋겠구나' 라고 생각함.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현지인답지 않게 예쁘장하기도 했고.
서로 연락하면서 휴일 전날에 만나가지고 하룻밤 같이 보내는 식으로만 그렇게 만났단 말이지?
딱 그냥 흔히 말하는 FWB라고만 생각했었지. 적어도 나는.
보통은 그런 데서 만난 인연은 나라의 특성 상 딱히 정상적인 남자관계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거든
그런데 어느 날 뭔가 일이 있어서 시공사 사무실을 갔는데,
그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임. 서로 놀랐지
거기는 시공사 품질팀 직원, 나는 하청업체 공무담당으로 품질팀에 딱히 갈 일이 없던 나는 그 날 처음 만났고
그 때 든 생각은 '성실한 사람이었구나' + 일하러 풀메를 하고 오진 않았는데 '맨얼굴이 더 낫다' 였음
희한하게도 그 때부터 서로한테 친밀감이란게 좀 생긴 모양임
그렇게 만나서 좀 더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밖에서 일반적인 친구처럼 데이트하는 시간의 비중도 많아졌지.
그리고 이틀 전 저녁부터 둘이서 술을 마시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 일찍 서로의 숙소로 간 그 날 저녁
이 사람이 결국 나에게 고백을 했음.
전 남친도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한국 사람이었는데, 만나고 얼마 안 가서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자신도 배신당하기 싫어서 다시는 남자를 진지하게 만날 생각 없었는데
나랑 데이트하면서 즐거웠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믿고 만나 보고 싶다고
내가 해외 나가서 사람ㅡ 특히 현지인을 안 만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대표적으로 두 개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일단 말이 안 통함.
현지인들의 영어는 '나는 간다 화장실' 수준이요, 나도 인도네시아어는 길 안 잃어먹을 정도로만 알아서
대회에 큰 애로사항이 있음. 이건 의외로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서로 오해가 생기면 풀기가 힘듬.
두 번째 이유는
여기서 만난 인연은 어떻게 생각하면 어느 한쪽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버리면 끝나는 관계가 됨
앞서 FWB 어쩌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난 만약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열과 성을 다 해버림. 친구들 한테서 미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물론 인스타 같은거로 연락은 되겠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므로
여기서 만나서 착실히 발전하다가 여기 일이 끝나 헤어질 날이 되었을 때의 순간을 상상하면
도저히 견디지를 못하겠음.
위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문제가 없었음. 전공자인 나 만큼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 영어를 할 줄 알았으니.
대신 두 번째 이유가 문제였음.
분명 그냥 대답도 반 건성건성 하다가, 약속이나 잡아서 만나는 게 나았을 관계였는데
스스로도 점점 그 사람을 만나는 날을 기다리고 있고,
알러지땜에 벗겨진 손바닥을 걱정하고
어딜 데려갈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하는 점도 좋았고... 그냥 점점 좋아졌음.
그래서 난 전화로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이야기했음
"처음 내가 너한테 번호를 준 건, 그저 외로울 때 만나기 위함이었다.
거기다 내가 만약 이쪽 일이 끝나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관계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고,
그거로 인해서 서로가 상처를 받는다면 그냥 앞으로도 안 보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은가?"
잠시간의 정적 후에 "괜찮다"고 하더라.
나는 딱히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님.
그냥 일이나 빨리 집어치우고 외로움이나 가끔 달래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비록 시작은 불건전한 생각이었을 지라도
그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나도 그 사람을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는 걸 깨달은 이상...
나도 그 사람을 거짓된 감정으로 속여가며 만날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임.
동정심이나 우월감 같은 건 절대 아님을 내 뿌랄 두 짝을 걸고 맹세할 수 있음.
그래서 남아있는 최소 1년 반 동안은
위에 언급한 대로 열과 성을 다 해보기로 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굳이 굳이 굳이 와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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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자기 전에 써가지고 문장력이 처참하긴 한데
마무리는....
음....
잘자라
모지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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