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초반에 만난 그 첫사랑은 우주연상의 20대 후반 누나.

지금은 그때 함께 하던 독서모임도, 서로간의 접점 하나도 없어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그 누나가 가르쳐준 수많은 독서와 교양, 그리고 깊은 사랑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어.

그때 누나를 보면 모든게 한참 어른스럽고 멋진 판단을 하는 사람으로만 보였는데. 자신의 꿈을 찾아 진심으로 성실하게 잘 달려가는 사람으로 보여서 내심 존경했는데.

시간이 흘러 내가 그 누나의 나이에 다다랐지만 내가 그런 어른이 된 것 같진 않아서 조금은 슬프다

헤어진 뒤로 다시 붙잡고 싶어 애를 쓰기도, 지식의 탐독에 빠져들어 혼자만의 바벨탑을 쌓아올리기도 했지만 이미 식은 감정이 다시금 불탈 수 없단걸 오롯이 받아들이게 된건 그로부터 몇 년이 더 지난 후의 이야기.

어쩌면 20대의 몽글몽글한 감성과 사소한 거로도 설레던 그 감정을 다시금 찾고 싶어하던 나처럼, 그 누나가 느끼던 감정 역시 지금의 나와 비슷한 20대 후반의 그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언제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첫사랑은 떠난지 오래이고 이제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감정조차 메마른지 오래지만

여전히 나는 어른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