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9월 10일.

무더운 여름이 이제 끝에 다다라 조금씩 선선해져가는 때.

나는 손목에는 수갑을, 눈가에는 두건을 묶인채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강요나 납치는 아니었다.

그저, 거래에 의한 것이었다.

한 달 전,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누명에 의한 1심 재판이 끝나고 반성하지 않는 흉악범이라며 과중한 형량을 짊어진 채 교도소 구석에 쳐박혀 있던 나에게 제안된 거래.

부모님도 돈도 없는 내가 의지할 수밖에 없던 의욕 없던 국선변호사, 건수를 잡았다는 듯 윽박지르며 진술을 강요하던 경찰과 검사, 억울하다는 내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던 판사, 반성문 대필업체 소개비는커녕 찔러줄 뒷돈조차 없다는 걸 알자 관심조차 없어진 간수들, 나와 달리 진짜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죄수들, 그리고 밖에 남겨져 있는 유일한 혈육인 오랜 지병으로 아픈 내 동생......

그 모든 사람들과 관계 속에 무너져가던 나에게 그들은 거래를 제안해왔다.

우리 실험에 참여한다면, 참여하는 것만으로 동생을 평생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고 더 나아가 실험에 성공한다면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교도소에서의 괴로운 시간을 억지로 참아낸 끝에 거래의 날은 오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어딘가 도착하여 안대를 벗었을 때, 보인 것은 꽤 높아 보이는 어느 건물이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은 내게 말했다.

이 20층짜리 건물의 계단을 끝까지 오르라고.

내심 장르소설에 흔히 나오는 비윤리적인 인체테스트나 살인게임 같은 걸 생각했던 나는 약간 맥이 빠졌지만, 이내 이어지는 설명에 다시 긴장감이 차올랐다.

1층 계단에 진입하는 순간 전 층의 문은 잠기고 꼭대기 20층의 문만이 열려 있을 것이며, 20층까지 무사히 올라오는 것만이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

...그리고, 내 이름대신 10번이라고 부르는 그들의 말들.

살 수 있다? 죽을 수 있다는 건가?

10번? 설마 내 앞에 이 실험에 9명이나 투입되었고 설마하니 아무도 성공 못해서 내 차례까지 왔다는 걸까?

문득 두려움에 몸이 떨려오고 걸음조차 제대로 걷기 어려웠지만, 이들은 그런 나의 태도마저도 이미 익숙하다는 듯 양쪽에서 내 팔을 잡고 버둥거리는 나를 끌어 1층 계단참의 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던져지듯 문 안쪽으로 밀려난 후 바로 들어온 문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내보내달라고, 목숨을 걸어야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애원하고 소리치며 몇분간 문을 두들겨봤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방법은 없었다. 결국 나는 이 영문 모를 실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잠시간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계단을 오르려고 할 때, 첫 번째 계단 위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눈치 챘다.

검은색 노트 한 권과 볼펜 한 자루가 그 곳에 있었다.

뜬금없는 장소에 있는 뜬금없는 물건에 조금 당황했지만, 일단 노트를 주워들어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노트 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20XX년, 7월 9일.

나는 현재 2층 계단에 갇혀있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봤을 뿐인데, 그 이후 2층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위로 올라가든 아래로 올라가든 몇 시간째 2층만이 나온다.

때때로 반복되는 2층 중 문이 열려있는 2층이 발견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차마 들어갈 수 없었다.

열려있는 문 안쪽은 빛조차 없고, 무언가 기괴한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 조금씩 배가 고파오는 이 와중에 이동할 수 있는 곳은 그 곳뿐이라면, 난 대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노트 안쪽에는 이전에 이 계단을 오른 사람들의 글들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내용에 소름이 돋는 한편, 뭔가 희망적인 기분이 들어 노트를 쭉 읽어 나갔다.


[20XX년, 7월 17일... 아마도?

밖이 안보이고 시계도 없어서 모르겠는데 대충 하루쯤 지난 듯? 아님 말고.

아 ㅅㅂ 빚 갚아준다고 할 때 의심해봤어야 하는데 날름 넘어간 나란 새끼가 미워진다.

아무래도 이 거지 같은 곳에 갇힌 거 아닌지? 갇힌 거겠지?

노트 주웠을 때 무슨 개 거지 같은 소리야 ㅋㅋㅋㅋ 하고 웃어넘겼는데 2층에 올라가자마자 진짜로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다행히 노트를 미리 읽은 덕에 혹시나 해서 돌아보지 않았는데 ㅋㅋㅋㅋ...

그 덕인지 3층에 도착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3층은 약간 쫄린 채로 지났는데 뭐 아무 일도 없어서 맘 놨다가...

4층 도착했을 때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브랜드의 도너츠가 박스에 잘 포장된 채로 있길래 마침 출출한 김에 아무 생각 없이 처먹은게 문제가 된지 나도 4층에 갇혀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누가 장난치는 거지? 그렇지?

야 장난 그만치고 이제 좀 내보내줘라 ㅅㅂ것]


두 번째 내용은 이게 끝이었다.

아무래도 2층에 갇혔던 사람의 내용 덕에 그는 2층은 넘어갈 수 있었지만 4층에서 갇혀버린 듯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사람은 최초로 자신의 번호를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이 사람부터는 누군가들에 의해 실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모양이었다.


[20XX년, 7월 29일.

미리 가져온 시계 덕에 날짜 확인은 어렵지 않았지만... 솔직히 이거 맞는 건가 싶다.

6층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걸 세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들은 나를 3번이라 불렀다.

왜 3번이지 싶었는데, 여기 들어오고 이 노트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 앞에 두 명이나 이 지옥 같은 곳에... 맙소사.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준다고 꼬드길 때 넘어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세상에.

어쨌든 나는 2층 4층의 경우를 봤을 때 뭔가 사람을 방심시키거나 유혹하는 종류의 함정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귀 막고 계단만 쳐다보면서 뛰어 올라왔는데, 그게 실수였다.

한참 뛴 끝에 숨이 차고 지쳐서 대충 이정도면 10층 이상은 온 거겠지 싶어 쳐다봤는데, 다름 아닌 6층이었다.

그리고 6층 문 옆에는 이런 문구가 써 있었다.

“뛰지 마시오.”

아무래도 뛴 게 문제인가 보다. 하.......

갇힌걸 알게 된 이후로 며칠을 버텨보면서 탈출 방법을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가끔씩 발견되는 열려있는 6층 문인데, 첫 번째 사람 말마따나 안쪽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보여서 들어갈 엄두가 안난다.

아니 근데 이제 목마를 때 오줌 마시는 것도 슬슬 한계고 몸도 잘 움직이질 않는데, 이러고 있을 수가 없잖아......................]


3번의 글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4번의 글은 좀 더 흥미로웠다.

그는 어느 정도 이 곳에 대한 분석을 해냈다.


[20XX년, 7월 31일.

아마도 3번은 앞글을 남기고 6층 문 안쪽으로 들어선 듯함.

나는 어제 들어왔는데, 시간상 3번이 글을 쓰고 난 뒤 하루 만에 들어온 내가 6층에서 그를 보지 못했으니까.

물론 다른 가정도 가능함.

한번 특정 층에 갇혀버린 사람은 다른 차원에 갇힌 것이라 볼 수 없게 됐다든지 하는, 뭐 그런.

물론 순수문과인 내가 그걸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할 방법이나 논리는 없지만.

어쨌든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8층에 갇혔음.

6층까지는 잘 지나갔는데, 8층에 갔는데 우리 누나가 있었음.

벌써 몇 년 전에 암 투병으로 죽은 우리 누나가 웃으면서 8층에서 나를 맞이했음.

그래서 너무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누나!” 하고 불렀는데...

누나는 어느새 사라지고 8층이 반복되기 시작했음.

아무래도 8층은 자기의 소중한 사람을 보여주고 그 사람을 아는 척하거나 부르면 반복되는 듯함.

아 좀 더 침착했으면 참고 통과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좀 아까움.

어쨌든 여기 갇혀버린 거 알고 좀 쉬면서 생각해봤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규칙성이 있는 듯함.

일단 이 계단공간은 짝수 층마다 일종의 시련이 있는 듯함.

그 시련은 대충 각 짝수 층마다 해서는 안될 행동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하면 갇히는 구조로 보임.

실제로 나를 포함해 갇힌 사람들은 모두 짝수 층에서 특정행동을 하는 바람에 갇혔고, 홀수 층에서는 아무 일도 없이 통과했으니까.

물론 이후에 나보다 더 올라가는 사람들은 다를 수도 있음.

그리고 반복되는 층중에서 문이 열려있는 곳은 대충 위-아래 합쳐서 10층 정도를 반복하는 경우 나오는 듯함.

이거 확인한다고 지금 다리가 후들거리는 중임. （최소 6~70층정도 걸었나...）

어쨌든 더 방법은 없어 보이고, 방금 도착한 문 열린 곳으로 나가볼까 함.

혹시 진짜 탈출구일지도 모르고, 아니더라도 음산한 분위기나 누나가 보인거 보니 이거 죽은 사람들이 있는 저승 같은 곳이랑 연결된 거 아닐까 싶음.

가면 누나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뒤로 5,6,7,8번들의 내용이 이어졌다.


[20XX년, 8월 6일.

전 5번인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다 뭔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12층까지 왔는데 여기 1층에 있던 노트랑 같이 있던 고 펜이랑 똑같이 생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모나미 펜 완전 똑같이 생긴 거 하나 떨어져 있어가지고 제가 떨어뜨린 건지 알고 주웠다가 갇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진짜 나갈 방법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XX년, 8월 15일.

아니, 이런 ㅁㅊ년아 ㅠㅠ 10층 어떻게 지나간 건지 안 써줘서 나 갇혔잖아 ㅠㅠ

오르다 힘들어서 잠깐 서서 숨 좀 돌리는데 갇히면 어떻게 하냐고 하 이씨 진짜 ㅠㅠ]


[20XX년, 8월 20일.

7번입니다.

14층에 갇혔습니다.

딱히 한건 없습니다.

14층 들어설 때 제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좀 힘들어서 계단 난간 잡고 올라온 정도뿐입니다.

그거랑 6번님 이야기 보고 여기도 쉬지 않고 올라간 정도인 것 같습니다만...

정확히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20XX년, 8월 29일.

나 8번인데여...

7번 아재 아무래도 난간 잡아서 그런거 같아여.

대충 찍어서 난간 안잡고 올라가봤는데 바로 15층 나오더라구여.

근데 딱 16층에서 걸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16층 오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잠깐 뒤돌아봤는데, 그러고 앞을 보니까 어이없게 ㅋㅋㅋㅋㅋㅋㅋ

“지나간 것에 미련을 가지지 마시오.”

이따구로 써져있더라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이런 ㅆㅂ....

이럼 2층이랑 똑같은 거 아니냐....

한번 나온 건 안 나오는 거 아니냐.....

미안 엄마... 지켜준다고 했는데.......

어쨌든 전 이젠 더 버틸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냥 여기 열려진 문으로 나가보려고여......]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는 절망보다는 점점 희망으로 가득 차는 마음을 발견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지만, 결국 이 곳의 총 층수는 20층.

그리고 내 번호는 10번.

10번이다. 무려 10번.

내 앞의 모두가 기가 막히게도 각 층마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려준 끝에 도달한 10번.

앞의 9번이 어땠는지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가 글을 썼든 안 썼든 난 이미 16층까지의 정보를 가지고 오를 수 있으며, 9번도 글을 써줬다면 도착점인 20층까지 문제 없이 오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런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실험을 벌이기 위해 매주 다양한 조건의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는 단체라면, 내가 20층을 도착해 성공적으로 실험이 끝났을 때 누명을 벗겨주는 건 어렵지 않으리라.

또한, 동생의 치료도.

그리고 그렇게 희망에 가득찬 손길로 마지막에 적혀있을 9번의 글을 읽기 위해 페이지를 넘긴 순간, 희망은 갑자기 공포로 바뀌어 버렸다.


[미친놈들.

니넨 억울하지도 않냐?

그리고 이상하지 않냐?

아니 각 층에 갇혀있다는 놈들이 쓴 글이 적힌 노트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노트가 대체 어떻게 매번 1층으로 돌아와 있는데?

그리고 왜 펜도 친절하게 매번 같이 와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벌써 이거 너무 수상하지 않냐?

어떻게 그렇게 앞사람이 쓴 거라고 쉽게 믿고 그러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 이거, 왜 그렇게 친절하게 뒷사람 읽으라는 듯 다 그냥 써주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엿먹어보라고 니네도 안 쓰고 갈 수도 있는데, 아님 거짓말 대충 써서 엿먹이던가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노트도 수상하고 니네 정신머리도 너무 수상쩍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나도 방법 없으니까 일단 노트에 적힌 내용 따라가볼까 하긴 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어딘가 갇히게 되면 나 반드시 다음 놈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갇히지 않더라도, 18층에서 내가 갇히고 그 다음 놈 통과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17층에서 멈췄다가 다음 놈 오면 다음놈 18층 집어넣어버릴 거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다음 어떤 놈 올지 모르지만, 기다릴게, 너, 너 말야, 너.

설령 지쳐서 집어넣을 힘이 없더라도, 내 마지막 희생자정도로는 삼을 체력은 꼭 남겨둘테니까, 기대해.]


마지막 9번의 글을 읽음과 동시에, 계단참 어딘가 멀리에서 광기 가득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웃음소리는 어딘가 먼 곳, 그러나 의외로 가까운 듯 울려갔다.

과연 9번은 어디에 있을까.

어딘가 갇혀있을까, 아님 그가 말한 대로 17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비겁한 희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로이 절망이 나를 감싸도는 가운데, 웃음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기세를 더해가는 듯, 계단참 사이로 점점 퍼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