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6 18: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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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반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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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한명이 고속도로에서 급발진으로 가드레일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후유증으로 인해 당분간 병원에 더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다른 친구를 통해 전해 듣기로는, 사고 당시 평범하게 주행하던 차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풀악셀로 속도를 높였고
그 속도를 주체못하고 좌우로 비틀거리다가 도로 중앙 가드레일을 들이받고나서야 멈췄다고 한다.
병문안으로 찾아갔더니 때마침 일어나 침대에 앉아 티비를 보며 밥을 먹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멋쩍게 웃으며 바쁜데 와줘서 고맙다고, 며칠 있으면 퇴원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차는 어떻게 됬냐는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폐차시켰다고 대답했고 난 내심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야 근데 그거 급발진이면 차량 제조사에서 보상같은거 해주지 않냐? 산지 얼마 안된걸로 알고 있는데"
하고 물었더니,
그러자 친구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내가 이런 얘기하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때 사고는 차량 결함은 아니었어."
어안이 벙벙해진 나에게 친구는 스마트폰을 건네 주었다.
건네준 폰에는 동영상 재생 화면이 있었고 난 재생시켜 보았다.
영상은 친구 차량 내부 블랙박스로 평범하게 주행하던 중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짓고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핸들을 꺾다가 충격받고 에어백이 터지는 영상까지 녹화되어 있었다.
"이게 왜? 니가 하고 싶어서 풀악셀 밟은건 아니잖아?"
그러자 친구는 더더욱 진지해진 얼굴로
"소리 키워서 다시 봐바"
스마트폰의 볼륨을 높이고 처음부터 다시 1분 남짓되는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영상에서 아까와 동일하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운전하던 친구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더니 비명을 지르고
그 순간,
"..놔! 놔! 이거 놔! 놓으라고! 놔!!"
하며 절규하는 친구가 있었다.
머리 끝까지 소름이 돋아 영상을 중간에 멈추고 고갤 들어 친구를 봤더니,
"...진짜 오해하지 말고 들어."
친구는 침을 삼키고 심호흡을 크게 한뒤 말을 이었다.
"...잘 가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발에 뭔가가 툭 하고 걸리더라고.:
"별거 아니겠지 하는 찰나에 뭔가가 내 발목을 탁! 잡고 안놔주더라."
"아무리 발을 뺄려고 발버둥 쳐도 어찌나 힘이 좋은지 꼼짝도 안하더라고. 핸들 이리 저리 꺾다가 가드레일 받은게 천만 다행이지."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아쉽게도 친구의 이 진술은 전혀 받아들어지지 않았고, 운전미숙으로 인한 운전자 100% 과실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난 친구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때 친구가 얘기를 끝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당황한 나에게
붕대를 풀어 보여준 오른쪽 발목은 피멍이 가느다란 손자국으로 명백하게 찍혀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