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실력이 형편없어서 몰입 잘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읽어주면 고맙겠음


대략 10년 전... 초딩때였음.

당시 나는 스레딕이라는 커뮤니티를 하고 있었는데, 스레딕은 비로그인 상태에서 게시글과 댓글을 적을 수 있었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로그인 기능 자체가 없었음. 이렇게 글쓰기에 제한이 없으니, 당연히 광고와 홍보글이 꾸준히 올라왔었지. 그래도 스레딕 자체가 100명 안팎밖에 없던 소규모 사이트였던지라 그렇게 많이 올라오진 않았었어.

근데 그러던 어느날 좀 특이한 홍보글을 발견함. 보통 광고나 홍보글은 불법 도박 사이트나 성인 사이트 광고가 많았는데, 그 홍보글은 그런 게 아니라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를 홍보하고 있었음.

나는 호기심에 그 사이트에 들어가 봤음. 사이트 자체는 신생 사이트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좀 어설펐고, 올라와 있는 글도 같은 사람이 올린 몇개의 글이 전부였음. 게시판도 자유게시판 딱 하나가 끝.

그 사이트도 스레딕처럼 아무나 글과 댓글을 올릴 수 있는 구조더라고. 그래서 글을 하나 올려봤음. 내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그냥 누구 없냐고 하는 그런 뻘글이었을 거임.

근데 깜짝 놀란 게, 글 올리고 새로고침 한 3번 했나? 댓글이 달린 거임... 보니까 게시판에 홀로 글을 올리던 바로 그 사람이더라고.

이렇게 빨리 댓글이 달릴 줄은 예상 못해서 놀란 상태로 나도 바로 답댓을 달았음. 그랬더니 그 사람이 또 금새 답댓을 달더라. 몇 번 답댓으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은 사이트 관리자였고, 오늘 처음으로 홍보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사람이 찾아와 줘서 참 기쁘다고 했음.

그렇게 관리자와 한참 얘기하다가 이제 슬슬 질리기도 했고 시간도 너무 늦어서 가보겠다고 했어. 그랬더니 관리자가 알겠다면서 자기는 항상 여기에 있으니 언제든 찾아와서 게시글을 올리면 자기가 댓글을 달아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앞으로 생각날 때마다 찾아와 주겠다고 마지막 답글을 남기고 사이트를 나감. 그리고 그 후 완전히 잊어버린채 몇 달 이 지남...

몇 달 뒤 문득 그 사이트가 생각이 나서 다시 들어가 봤을 때는, 나 외에도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찾아온 거 같더라고. 대부분은 나처럼 글 한두 개 올려보고 다시 찾아오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몇몇은 꾸준히 글을 올리며 관리자와 대화하고 있더라. 근데 소름 돋았다고 해야되나? 놀랐다고 해야되나? 내가 찾아오지 않은 그 몇 달 간의 시간 동안 관리자는 거의 한 번도 빠짐 없이 글이 올라오는 즉시 댓글을 달아주더라고. 와 진짜 대단하다... 밥먹고 이것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

그렇게 이제껏 올라온 글들을 찬찬히 훑어보고 새로고침을 했는데, 그새 관리자가 글을 올렸더라? 그래서 그 글을 클릭해서 들어가 봤음.

상당히 장문의 글이었음. 근데 내용이... 어...

정확히는 생각 안 나지만 기억나는 걸 다 적어보자면...

내가 원래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괴롭힘을 당해서 자퇴했고, 그 후 이 사이트를 만들고 매일매일 하루 종일 이 사이트만 보면서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빠른 댓글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솔직히 아무도 안 찾아오거나 고작해야 한두 명 오는게 전부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좀 놀랐다. 그리고 내가 이 사이트를 만든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게시글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원래 희생자는 한두 명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중에 이 사이트에 정착한 사람들이 거의 10명 남짓이다. 내 마지막 유희의 희생자가 이렇게 많다니 기분이 좋다. 아래 동영상이 바로 내가 이 사이트를 만든 이유다.

이런 식으로 적혀 있었고, 아래에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듯한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음. 영상 길이는 약 30분 정도 됐었음.

그 영상을... 하... ㅅㅂ... 왜 재생했을까... 아직도 후회를 ㅈㄴ 한다.

영상에서 어떤 남자가 자기를 찍으면서 안녕하세요, 관리자입니다. 하고 말하더니 곧바로 촬영 기기（아마 스마트폰으로 추정）를 어딘가에 세움. 그리고 남자가 스마트폰에서 멀어지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천장에 밧줄로 만든 올가미가 매달려 있고 그 밑에 의자가 놓여져 있음... 그 남자가 거기로 가서 의자 위로 올라간 다음에... 밧줄에 목을 걸고...... 그대로 의자를 걷어참....... 그렇게 밧줄에 목이 매달린 채로 발버둥 치며 컥컥 대다가 몇 분 뒤 움직임이 잦아들고 축 늘어짐... 그 상태로 몇십분간 영상이 계속되다가 영상이 끝남.....

그 후에는 내가 패닉 상태에 빠졌던 건지 잘 기억이 안 남... 정신 차려보니 나는 이미 컴퓨터를 끄고 의자에 앉은 채로 벌벌 떨고 있었음...

그렇게 몇 달 정도 인터넷을 아예 쳐다도 안 보게 됐고, 그 사이트에는 절대 다시 들어가지 않았음.

지금도 그 사이트는 다시 찾아보고 싶지도 않고, 링크도 모르기 때문에 사이트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름. 아마 누군가 신고해서 사이트가 폐쇄되지 않았을까 어림짐작 할 뿐임... 그 영상이 진짜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정말 질나쁜 장난이었던 건 분명함. 덕분에 나는 아직도 그 영상이 문뜩문뜩 생각나서 괴로워하게 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