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별건 아니고 고시원에서 잠시 살게 되었는데 총무가 이용 수칙이라며서 이런걸 줬거든. 근데 아무리 읽어도 좀 이상해서말야. 

저희 고시원에 입실하게 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고시원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곳인 만큼, 간단히 몇 가지 지켜주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아래 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시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본 고시원이 책임지지 않습니다.

1. 1층과 2층은 남성용, 3층과 4층은 여성용입니다. 만약 남성층 호실에서 여성 이용자가, 여성층 호실에서 남성 이용자가 발견될 경우 즉시 퇴실 조치합니다.

2. 공용취사실에서는 기본적으로 밥, 라면, 김치가 제공됩니다.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만,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는 출입이 제한됩니다. 

3. 공용세탁실에서는 세제와 섬유유연제가 항상 준비되어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지만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 사이에는 출입이 제한됩니다.

4. 307호는 특별한 이유로 이용자를 받지 않습니다. 만약 307호에서 나오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즉시 총무에게 알려주십시오.

5. 공용취사실의 냉장고에 음식물을 보관할땐 반드시 몇 호실의 이용자인지 표기해야 합니다. 만약 307호라고 표기된 검은 비닐봉투를 본다면 총무에게 알린 뒤 12시간동안 본인의 방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6. 각 호실에는 인터폰이 설치되어있으며 그것은 총무실과 연결되어있습니다. 해당 인터폰은 발신 전용이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터폰 수신 벨이 울린다면 인터폰의 코드를 뽑고 문을 잠근 뒤 다음 날 아침까지 열지 마십시오. 

7.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간혹 붉은 물이 나올때가 있습니다. 피라고 생각되겠지만 그것은 단순히 수도관 노후로 인한 것입니다.

8. 자정부터 오전 2시 사이에 누군가 문을 두들긴대도 열어주지 말고 잠을 자려 노력하십시오. 그것은 실제 노크 소리가 아니며 그저 피곤함 탓에 잘못 들은 것입니다.

9. 가끔씩 문을 열었을 때 방이 아닌 복도가 다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되돌아나가 1시간 후에 들어오십시오. 8번 항목처럼 그저 피곤함 탓에 잘못 보는 것이며, 가끔 찬바람을 쐬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10. 5층은 원래 이용자들을 위한 휴식공간이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출입이 차단되어있습니다. 누군가 5층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마십시오.

11. 처음 보는 사람이 5층의 호실을 이용중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면 최대한 정중하게 나중에 옥상의 흡연시설에서 만나자고 말한 후 자리를 뜨십시오. 물론 저희 고시원에는 흡연시설이 없습니다.

12. 이용제한시간의 취사실이나 세탁실, 혹은 5층에서 사람의 비명소리 등으로 추정되는 소음이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마찬가지로 피곤함 탓에 TV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착각한 것입니다. 무시하고 하던 일을 하시면 됩니다.

13. 누군가 자신을 307호에서 왔다고 말하며 고기반찬을 나눠주려고 할 경우 비건（채식주의자）라고 둘러대며 거절하십시오. 분명히 화를 내며 돌아가겠지만, 그 고기반찬을 먹는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14. 다른 이용자들을 배려할 수는 있지만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친한 사람이 307호에서 발견된다면 기분이 좋진 않을 것입니다. 

이상 여러분들이 지켜야 할 사항들입니다.

확인하셨다면 아래에 서명하시고 총무에게 제출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위 사항을 읽으시고 입실을 취소하고 싶은 분들은 총무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늦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