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생각은 할 틈도 없이 바로 메세지를 확인했다.

'충성. 일병 엄창구입니다.'

일단 자기 자신을 한 번 더 알리고 있다.

'왜? 뭔 일 났어?'

분명 났으니 연락했겠지 싶었다.

'난리도 아니였습니다. 김동기 일병님 의무대로 실려가셨습니다.'

'왜????'

'그 팔을 막 흔드시더니 소리도 막지르시다가 자기 머리만 계속 쥐어박다 나중에 갑자기 달리다가 벽에 계속 부딪혔습니다.'

'뭐?'

'그러다 지쳐서 쓰러져서야..기절인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었고... 아무튼 대대는 이걸로 조금 시끄럽습니다.'

그렇게 창구한테 메세지가 오는 와중에 같은 생활관 동기들한테도 메세지가 오기 시작했다.

내용은 대부분 동기 왜 저런지 아냐, '구서' 때문이냐는 말이 대부분이였다.

일단은 나도 확실치 않으니 잘모르겠다는 답변으로 대부분 답장한 후 창구와의 메세지에 집중하였다.

'그 외엔?'

'크게 없습니다. '구서' 때문이다로 계속 시끄럽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 중에서 그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습니다. '구서' 항목 중에 그걸 어긴 사람은 몇 없는 듯 싶습니다.'

'있긴 한거야?'

'그걸 물어보고 다닐 짬은 아니여서 잘 모르겠습니다'

'지켜보다보면 나오겠지'

창구와 메세지는 그 후에 그리 큰 내용 없이 마무리 되었다.

아마도 동기는 크게 발작을 일으킨 듯 싶었고, 일단 당장 내일 휴가 복귀니 가서 확인하는게 나을듯 싶었다.

다행인건 동기 외엔 아직은 없단건가.

"무슨 일 있어?"

아빠였다. 갑자기 말이 뚝 끊기고, 심각한 표정으로 폰만 보니 이상함을 느끼셨나 보다.

"아뇨 그냥 어떤 후임이 폐급짓 했다고 동기들이 알려주네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굳이 아들걱정 시키고 싶진 않았다.

"요즘도 집합시키냐? 아빠 땐..."

집으로 가는 길은 아빠의 군대얘기로 가득찼다. 뭐 나쁘진 않았으니, 조용히 경청하며 갔다.

그렇게 금새 집에 도착했고, 자동차같은 속도로 내 군생활이 갔으면 좋겠다 느꼈다.

다음 날 나는 복귀를 하였고, 대대는 아직 술렁였다.

같은 생활관 동기들도 난리가 났지만...

"야 근데 이러면 우리 휴가 안주냐?"

"뭔 휴가?"

"같은 생활관 동기가 이상한 짓해서 다치고 흉측해지면 같은 생활관 쓰던 애들 정신적 피해 입는다고."

"에이 씨, 넌 동기가 다쳤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냐?"

"아니, 원래 같은 생활관 쓰는 애 자살하면 같은 생활관 애들 전역시켜주고 그런다는데?"

"너부터 해봐 씹새야, 나 전역 존나 마렵거든?"

이미 개판이였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대대 내에 그런 사람이 또 있나 살폈지만 다행히 없는 듯 했다.

그리고 동기가 복귀하였다.

하지만 모습이 이미 반가운 느낌이 아니였다.

오는 그 순간부터 벌써 멍을 때리고 있다.

"..."

많은 사람들이 동기를 보았지만, 딱히 다들 이상하다고 느끼진 않았나보다.

동기는 여러곳에 상담을 했지만 크게 그 이후론 큰 이상을 보이지 않아 다시 같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제 여기까지 온건가...?'

다음 나타날 현상은 대놓고 구서를 어기고 다닌다는 건데 움직여야 뭘 알텐데... 시간이 좀 지나봐야 될 듯 했다.

굳이 빨리 일어나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 라고 얼마나 생각했을까.

얼마 안 지나 동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짜 평소랑 다를 건 없는데 그 모를 싸늘함과 자연스럽게 '구서' 를 어기고 다녔다.

그걸 눈치 챈 건, 복도를 지나가다 동기의 목소리를 들은 탓이였다. 그것도 아주 신나는 목소리 말이다.

"...했네."

"이것도 괜찮은 거 같아. 굳이 ...... 할 필요는 없잖아."

중간중간 부분이 안들렸기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동기가 누구와 말을 하는 줄 알 수 있었다.

'김재봄!'

나는 그의 이름을 보았고, 바로 '구서' 를 떠올렸다.

분명 피하라고 한 인물이였다. 정말 동기는 차여진 상병의 말대로 계속 되고 있었다.

나는 일단 최대한 모르는 척 뒤돌아갔고, 몸을 숨기고 그 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왜 당신은 .....거지?"

"그야 .....할 ...도 있어야하니까."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안들린다고 느끼던 게 아니라고 육감이 말했다.

마치 들어도 못알아듣는듯 했다. 다른 언어마냥.

일단 괜히 싸한 느낌이 들었고 더 듣기도 전에 소름이 돋아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이후에 의식한 탓인가 어째서인지 동기는 바쁜 와중에도 계속 시야에 들어왔고, 늘 '구서' 를 어기고 있었다.

혼자 어겨봤자 의미 없는 거 아닌가싶었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게 하면 문제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였다.

'충성'

창구가 경례를 했다.

'어.....어?'

나는 얼떨결에 동기를 보며 팔고 있던 정신을 되잡을 수 있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창구는 뜬금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응? 뭐가?

"계속 '구서' 관련해서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김동기 일병님. 근데 이상합니다."

뭔가 조금 그렇다라... 이상한 건 또 뭐고...

창구가 대충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구서' 를 어기는 행동을 계속 한다는 뜻이였다.

"계속 그런다거지?"

비슷한 투로 말하자 대충 알아듣는 듯 했다.

"예 맞습니다."

"근데 이상한 건 뭔데?"

"대부분은 반복적인 행동마냥 열심히 돌아다니며 그러고 다니는데..."

"응."

"그 항목만 어기지 않습니다."

다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