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여길 포기했음이 분명하다... 구조선이 온다고, 너를 얼싸안고 기뻐했던 날을 기억하느냐? 그때로부터 딱 두 달째다. 우리 말고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까?"

노인은 몸을 굽혀 협탁에 놓인 달력을 집으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창 밖에는 소복이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있었다.

"춥구나... 나는 더 이상 기력이 없다."

"...."

"내가, 내가 이렇게 죽으면..."

노인은 눈을 감았다. 지저분한 짧은 수염이 작게 떨렸다. 

"...너는? 너는 어떡하지?"

"...."

"배고프지? 하나야... 지금 나는 너한테... 가장 미안하다. 나는.. 나는 그저 이 모든 게 평화롭게, 이제껏 그래왔듯이... 그저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어. 어물어물 망설이기만하고... 바라기만 했지. 이다지도 무책임한 나라서.. 미안하구나."

"너라도.. 살아라, 너라도...."

노인의 옅은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 때까지, 하나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노인이 마지막 숨을 토하고 고꾸라지자, 다가온 하나는 아직은 온기가 남아있는 허벅지를 크게 물어뜯었다. 이윽고 다리 두 쪽이 뼈를 보였다. 오랜만에 배부르게 식사를 한 하나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