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그러면 이번 축제에 직접 쓴 시와 같이 부원들의 그림을 같이 전시하는 거야, 모두 동의하는 거지?"

모니카의 말에 모두들 고개는 끄덕이지만,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듯한 기색이 있다.

"으음, 한번 더 강조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문예부니까, 반드시 잘 그려야 할 필요는 없어"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뭔가 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는 거야."

사요리가 거들듯이 덧붙인다.

"그리고 축제 준비 기간도 아직 넉넉하잖아?"

"나도 그림은 서투르니까. 어떤 결과물이 나오든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나츠키가 입을 열려는 순간 유리가 나선다.

"저, 여러분. 그러면..."

"그러니까, 집에서도 참고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요...?"

유리의 적극적인 태도에 나츠키는 툴툴대려던 것을 멈췄다.

잠시 후, 아이들은 유리의 제안에 대답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한 데 모인다.

모니카

"예행연습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부담갖지 말고 내일까지 서로의 모습을 그려보는 거야!"

-

모니카

"좋아. 얘들아, 그림을 나눠볼 시간이야!"

나츠키

"어...그거 말인데..." 

"...꼭 지금 보여줘야 돼?"

모니카

"완성하지 않았어도 괜찮아! 사실, 나도 다 못 그렸거든."

"아니, 다 그렸거든!!"

나츠키는 여전히 딴죽을 거는 기준이 이상하다.

"단지 마음의 준비를 가질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유리

"으... 역시 저는 다시 그려오고 싶은데요..."

사요리가 유리의 뒤에 바짝 붙어오며 말한다.

"하지만 나는 유리의 작품이 제일 기대되는걸!"

"자, 작품...이라니..."

유리는 사요리의 말과 행동 양 쪽 동시에 당황한 눈치다.

모니카

"아무래도 부장으로서, 내 걸 먼저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네"

모니카를 시작으로 아이들이 일제히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기 시작한다.

사요리

"우와, 굉장하다!"

나츠키

"뭐야, 정말 네가 그린 거야? 이걸?"

유리

"피아노와 말고도 더 공부하시는 게 있는 줄은 몰랐는걸요, 모니카 씨."

모니카

"하하.. 고마워, 사진을 보고 최대한 따라그렸을 뿐인걸."

그녀의 말대로 사진을 그대로 모사했을 뿐인 그림이지만, 꽤나 유려하여 작품다웠다.

마치 프린트라도 한 것처럼, 다양한 굵기의 직선을 기계적으로 나열한 것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듯한 인상마저 준다.

모니카

"그러면 다음 작품으로 나츠키 거를 보자!"

"아무래도 그림 그리는 걸 숨긴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모니카의 미소가 꼭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사요리

"나츠키가 보는 만화 같아!"

"이게 진짜 나야? 완전 멋지다!"

호평일색 가운데 잠자코 그림을 뚫어져라 보던 유리가 눈을 찌푸린다.

"이건 나츠키 씨의 그림이 아니에요."

나츠키

"뭐, 무슨 뜻이야?"

유리

"당신의 그림은 좀 더 귀여워야 해요, 멋진 게 아니라요!"

나츠키

"허, 지금 싸우자는 거지?"

"그리고 이건 멋진 게 아니라, 우아한 거라고!"

"어디, 그러는 네 그림은 어떨지 궁금해지는데!"

나츠키가 유리의 손에서 종이를 낚아챈다.

"자, 잠시만요?!"

"어...음..."

유리는 말하는 법을 까먹은 듯 그저 얼굴이 붉어진다.

"..."

말을 잃은 것은 나츠키도 마찬가지였다.

우스움과 당혹감이 섞인 복잡미묘한 감정이 표정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퍽 재미있다.

"그게...저는...나름대로...최대한..."

유리가 힘겹게 말을 꺼낸다. 거의 울 것 같다.

사요리

"역시 유리야, 나보다 더 잘 그렸는걸!"

모니카

"보기에 예쁜 그림만을 잘 그렸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제 유리는 아예 주저앉고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나츠키가 보다못해 환기를 시도한다.

"ㅈ, 자, 그럼 사요리 걸 보자고!"

모니카

"어..."

모니카

"저기, 사요리..."

"혹시 상담을 받거나 해볼 생각은 없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