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참고로 오늘 만나 볼 소녀는 신데렐라입니다. 원제라고 하긴 좀 애매하고 많은 판본에서 재투성이 소녀 혹은 재투성이란 제목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기에 제목을 저 걸로 한 것이지 큰 의미는 없습니다. 굳이 이유를 하나 이야기하라면 왠지 잘난 척이 하고 싶어서 정도겠네요.

신데렐라의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학대 받던 소녀가 요정의 도움을 받아 흔히 말하는 인생역전을 하는 스토리입니다. 뭐 이건 중요한 건 아니고 신데렐라의 유형을 갖춘 설화들이 역사가 상당히 깊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 전체적인 맥락은 같은 설화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한국의 콩쥐팥쥐가 대표적입니다. 거의 동양판 신데렐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유럽에도 있고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도 있으며 심지어 고대 이집트에도 있습니다.

당연히 가장 오래된 판본이라고 볼 수 있는 설화는 고대 이집트의 설화입니다. 무려 기원전 1세기 경에 기록된 설화죠. 쉽게 말해 신데렐라 식 설화의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 신데렐라

디즈니 등에서 소개된 신데렐라는 주로 요정의 도움으로 왕자와 결혼을 하는데 판본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도움을 받아 왕자와 결혼하게 됩니다.

☆ 잔혹동화

신데렐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게 됩니다. 병마와 싸우다 숨을 거뒀다고 해요. 이후 신데렐라의 아버지가 재혼함으로서 못되먹은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과 차별을 받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온갖 일을 떠넘기고 잠자리도 아궁이 근처였습니다. 그 때문에 신데렐라는 항상 재를 뒤집어 쓴 꼴이었고 계모와 언니들은 이런 모습을 조롱하는 의미로 재투성이라 불렀습니다.

 어린 신데렐라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환경이라 신데렐라는 매일같이 어머니의 무덤 곁에서 울면서 하소연하는 것에 가까운 기도를 하게 됩니다. 판본마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거의 매일 같이 가서 하소연을 늘어놓곤 했다고 합니다.

계모는 신데렐라를 거의 하인과 노예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사람 취급을 하여 잔심부름부터 궂은 일까지 신데렐라에게 떠넘겼는데 매일같이 갔다는 걸 보면 신데렐라의 업무 수행 능력이 대단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계모는 신데렐라를 괴롭힌 것이 아니라 그녀의 업무 수행 능력을 파악하고 일을 시킨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만큼 신데렐라는 일을 잘 했던 겁니다. 물론 개소리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확실한 건 동네 사람들 눈엔 신데렐라가 미친 여자로 보였을 거란 것입니다. 재를 뒤집어 쓰고 매일 같이 무덤가에서 대성통곡하는 소녀라니,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은 모습으로는 안 보이네요. 그래서 그런건지 일을 하느라 바빠서인지 신데렐라에겐 친구도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신데렐라 설화의 특성 때문인데 그건 따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대의 신데렐라는 무덤가에서 기도하지 않았고 요정들이 도와줬지만 오래 된 설화들에서는 주로 무덤가에서 통곡하며 기도했고 그녀를 도와준 것도 요정이 아니라 비둘기였습니다. 게다가 이 비둘기들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죠. 신데렐라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여기가 첫 번째 차이점입니다. 요정이 아니라 새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왕자의 신붓감을 구하기 위한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는데  당연히 계모는 신데렐라가 이 연회에 참석하는 걸 못 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계모는 콩 한 말을 아궁이에 쏟아 붓고는 2시간안에 콩을 골라낸다면 연회에 데려가 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 걸었습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죠.

하지만 신데렐라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지금껏 자신을 도와준 새들에게 이 일을 해달라고 요청했거든요. 실제로 새들이 날아와서 그 일을 해냈기도 하고요.

계모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번엔 콩 두말을 아궁이에 쏟아 붓고는 1시간안에 이걸 골라낸다면 데려가 주겠다고 조건을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데렐라는 새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며 이 걸 해내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드루이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계모는 신데렐라를 연회에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답정너 패턴에 당한 신데렐라는 분해했지만 연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꺽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무덤가에 찾아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던 비둘기들에게 삥을 뜯기 시작했습니다. 구슬프게 울며 내게 은과 금을 다오.. 라고 했죠. 그러자 비둘기들은 금과 은으로 장식된 드레스와 구두 한 켤레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여기가 두번 째 차이점입니다. 중요한 점은 많은 판본에서는 유리 구두가 아니라 금으로 된 구두나 털신을 건네줬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설화가 기록되는 과정에서 털신을 오역하어 유리 구두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디즈니 등에서는 흔히 하이힐 등으로 묘사되는데 신데렐라가 받은 건 다소 굽이 낮아 춤추기에 좋은 형태의 구두였습니디.

신데렐라는 서둘러 연회에 참석했고 유난히 아름다운 복장을 하고 있었던데다가 신데렐라가 상당한 미인이었기에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며 어울렸습니다. 어느덧 밤이 되자 신데렐라는 왕자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왕자가 그녀가 어느 집의 딸인지 궁금해했지만 신데렐라는 엄청난 속도로 빠져 나간터라 왕자는 그녀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실패했습니다. 

연회는 계속 되었습니다. 연회가 단 하루였다는 판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부분 이틀에서 나흘 정도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번 째 연회가 열렸습니다. 신데렐라는 마찬가지로 왕자와 어울리다 밤이 되자 자취를 감추었는데 왕자가 신데렐라를 붙잡기 위해 계단에 송진을 잔뜩 발라둔 탓에 한 쪽 구두가 벗겨지게 됩니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종종 나오는 그녀는 왜 구두 한 짝을 흘렸는가? 의 답이 이 송진입니다.

다음 날이 되자 왕자는 아버지를 찾아가 당당히 구두 한 켤레를 내밀며 선언했습니다. 이 구두의 주인과 결혼하겠다고...미친 새끼. 발 사이즈가 겹치는 여성도 상당히 존재할 텐데... 물론 설화이므로 시적 허용으로 인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요.

지금부터가 잔혹동화에 해당합니다.

왕자는 여기 저기 떠돌다 신데렐라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신데렐라는 계모로 인해 구석에 짱박혀 있었으므로 처음으로 구두를 신어 본 인물은 큰 언니였습니다. 당연히 사이즈가 맞지 않았습니다. 맞으면 이대로 설화가 끝나버리므로 곤란하잖습니까.

구두에 비해 큰 언니의 발은 조금 컸습니다. 그걸 지켜보던 계모는 조용히 자신의 딸을 불러서 여왕이 되면 발을 쓸 일이 없으니 발가락을 자르는 걸 제안했습니다. 큰 언니는 그 제안에 동의했고 발가락을 잘랐습니다. 무척 아프긴 했겠습니다만 구두에 딱 알맞은 사이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 했습니다.

왕자와 함께 궁전으로 가던 중 비둘기들이 나눈 대화가 문제였습니다.

"발가락을 잘라 엉망으로 피에 젖은 여자는 왕자가 찾는 여자가 아니지~"

사실상 이 동화에서 가장 능력 있는 존재는 이 비둘기들입니다. 신데렐라의 요청을 언제든지 들어주고 잡일도 대신 해주는데다가 휘황찬란한 드레스를 제공하고 심지어 사람의 언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누는 존재니까요. 

그리하여 왕자는 다시 신데렐라의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신데렐라는 어딘가에 짱박혀 있어야 했기에 이번에 구두를 신은 인물은 작은 언니였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역시 구두에 비해 작은 언니의 발이 좀 더 컸습니다.

그러자 계모는 작은 언니를 불러 꼬드겼습니다. 여왕이 되면 굳이 발이 필요 없으니 발꿈치를 자르자고 말입니다. 이 정도면 이 계모는 사실상 신데렐라의 친모고 언니들의 계모라 이야기해도 될 거 같습니다. 작은 언니 역시 제안에 응했습니다. 무척 아프기야 했겠지만 구두에 알맞는 사이즈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계모는 신체를 절단하는데 꽤 능숙해 보이네요.

그러나 이번에도 비둘기들이 문제였습니다.

"발꿈치를 잘라 엉망으로 피를 흘리는 여자는 왕자가 찾는 여자가 아니지~"

그리하여 왕자는 다시 신데렐라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 왕자 착하네요. 자신을 모욕한 여성을 2명이나 별 소리 안 하고 용서해준 걸 보면... 이번엔 다행히 왕자의 눈에 신데렐라가 보였습니다. 당연히 사이즈가 맞았습니다.

그리하여 결혼을 하는데 언니들이 혹시라도 뭔가 건질게 있을까 하여 참석했다가 비둘기에게 양눈을 쪼아먹혀 장님이 되고 맙니다. 

신데렐라는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만큼 다양한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훈훈하게 끝나는 결말은 신데렐라가 두 언니의 중매를 서 줘서 결혼을 하고 가족들과도 오순도순 지냈다는 판본일 겁니다.

가장 끔찍한 결말은....

왕자는 큰 언니를 데리고 갈 적에 그녀가 신데렐라가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큰 언니를 데려간 이유는 성적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이 판본에서는 꽤 오랫동안 신데렐라를 데리러 오지 않았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큰 언니를 마음껏 가지고 논 뒤에 실증이 나자 큰 언니를 데리고 가 이번엔 작은 언니를 데려갔습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언니가 신데렐라가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데려간 이유는 큰 언니를 데려간 이유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도 마음껏 가지고 논 뒤 신데렐라를 데려갔는데

자신을 능멸했다는 이유로 두 언니는 사형 되었습니다. 게다가 결혼 이후에 신데렐라가 왕자에게 요청해서 계모마저 사형에 처해지는 판본이 제일 끔찍한 판본인데, 이건 아마 비교적 현대에 각색된 판본으로 추정됩니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성향이라던가 교훈과 너무 모순되거든요.

☆ 신데렐라의 신분

신데렐라는 평범한 여성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녀와 가족들이 연회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왕이 여는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은 2가지로 나뉩니다.

첫 째는 귀족, 혹은 그 이상의 신분을 가진 황족

둘 째는 매우 부유한 집안이라 귀족도 함부로 대하기 꺼려지는 부유한 집안

그러므로 신데렐라는 귀족이었거나 재력가 집안의 딸이라는 이야기인데 사실 구전설화에서 이런 걸 따지는 건 좀 애매하긴 합니다. 애시당초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는 설화인데 자세한 시대배경 따위는 크게 고려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왕자가 왕과는 일면식도 없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도 하고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니 넣었어요. 

☆신데렐라 콤플렉스

흔히 어느 날 갑자기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결혼등을 통해 신분상승을 하는 걸 바라는 사람에게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말을 많이들 씁니다만, 동화가 아니라 현실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면 애당초 신데렐라는 비교적 높은 신분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러니 그다지 적절한 단어는 아닌 거 같아요.

사실 신데렐라 이야기 자체가 왕정국가 입장에서 보면 불온서적이나 다름 없는데 신데렐라 이야기는 한 소녀가 역경을 헤쳐나가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 살아남은 설화에 해당합니다. 신데렐라의 교훈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온전한 마음이나 믿음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잔혹동화인데 잔혹한 부분은 몇 문장 안 되는군요. 역시 즉흥적으로 적는 건 퀄리티에 좀 많은 영향을 끼치네요.

아 깜빡했는데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은 적지만 역할이 분명합니다.

신데렐라는 역경에 처한 사람을 상징합니다.

계모와 두 언니는 역경을 상징합니다.

비둘기는 영적인 존재로 사람을 돕는 초월적인 존재를 상징하고

두 언니가 발을 자르고 장님이 된 것은 역경을 이겨냄을 상징하고

왕자의 존재는 역경을 이겨낸 것에 따른 긍정적인 상을 상징합니다.

종종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역경의 원인이나 그런 것을 상징합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역경의 시작을 상징하고

어머니의 무덤은 일종의 버팀목을 상징하는 동시에 신앙 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무덤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비둘기를 만나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오늘은 신데렐라에 대해서 알아 보았습니다.

다음은 아마 중국 요괴를 데려올 거에요.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