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시간을 죽여왔다.

6인치짜리 조그만 화면을 보며,

키보드를 밤새 눌러 대며,

같잖은 것들을 고민하느라 밤을 새고,

아내와의 냉랭한 분위기를 굳이 풀지 않으며,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술을 마시며,

끝없이 담배를 태워대며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시간은 날 죽이려 들었다.
커다란 종양 덩어리가 내 몸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

시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했던 것처럼 날 죽이기 시작했다.

조그만 화면에 내 심박수는 끝을 향해 달려갔고,

의사와 간호사는 내 앞에서 복잡한 버튼을 눌러댔다.

내일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괴로워하며 밤을 샜고,

아내는 내 옆을 지키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아이들은 날 보기 꺼려했고,

내 영혼은 서서히 타들어갔다.



시간을 죽인 죗값은 너무 컸다.

내 종양만큼이나,
내 숨이 멎어갈 때쯤 날 바라보는, 전혀 슬퍼하지 않는 희미한 눈동자의 크기만큼이나.

그러니 당신은 시간을 그만 죽이길 바란다.
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잔혹한 살인마니까.
그 댓가를 언제 치루게 할 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