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9살 때, 고아원에서 만난 친오빠 같은 사람이 있어."
의자에 앉은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 남자는 그 어떤 말도 없이 고개 숙인 여자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 나는 지금의 양부모님에게 입양되어 먼저 떠나게 되었고, 그 뒤로 그 오빠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어."
감정이 격해졌던 것일까, 여자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크게 호흡을 들이마신 뒤 말을 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고아원에 있었던 선생님을 만나 볼 수 있었고 그 분을 통해 이 오빠의 소식을 듣게 된거야. 연락처도 얻을 수 있었고. "
"그 뒤로 한참을 고민했어. 못본지 20년이나 지났는데 연락해도 될까, 나는 좋은 기억들이 많은데 오빠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설령 연락을 해서 만난다면 나를 기억할까 기억하지 못할까 등등..."
고개 숙인 여자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이내 여자는 훌쩍이기 시작했고, 숙인 고개 아래로 눈물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남자는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볼 뿐이었다.
"며칠 고민 끝에 용기내서 연락을 했고...우린 만나서 너무 반가웠었어. 그 동안 있었던 겪었던 이야기, 어릴 때 같이 고아원에서 함께 했던 추억들 등등..."
"나한테는 몇 없는 가족과도 같은 사람이니까, 오래 전 헤어진 친오빠를 다시 만난 것 처럼. 너무 기뻤던 거 같아. 그러다가 같이 술도 한잔하게 되고 시간은 늦어서 차는 끊겼지, 갑자기 비는 오는데 택시도 안잡히지. 그래서 근처에 그 오빠네 집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고 옷을 말리다가 순간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같이 잠을 자버린 거야. 진짜 난 아무 감정 없었고 실수였어...정말 정말 미안해 오빠... "
그 뒤, 여자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눈물, 콧물을 바닥으로 쏟아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난 지금도 세상에서 오빠를 제일 사랑해...그러니 제발 날 용서해줘. 아니 용서안해줘도 돼. 그러니까 제발 이것 좀 풀고 얘기하자...응?"
여자는 의자 뒤로 묶인 손과 묶인 다리를 까닥거리며 호소했다.
한참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던 남자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본인 입에 가져다 대며 여자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고, 이내 여자도 울음을 멈췄다.
여자가 잠잠해지자 남자는 여자를 내려다보며 얘기했다.
"그렇다고 그게 너가 65살 먹은 노인네랑 잠을 잔 이유가 되진 않아."
"설령 그렇다 쳐도 너랑 쳐 자는 영상을 찍어서 나한테 보낸 그 영감은 뭐하는 새끼야?"
여자는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어찌됬든 영상을 받았으니 답장은 해줘야지. 나도 이제 영상을 촬영해서 보내줄꺼야. 그 영감한테. 할 말 있으면 지금 해, 나중엔 기회 없어."
남자는 스마트폰을 삼각대에 고정하고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고, 여자의 끔찍한 비명을 시작으로 남자는 야구 배트를 휘두르며 여자를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멈추고 축 늘어지자, 남자는 스마트폰의 촬영을 멈추고는 지하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옆 방에서 의자에 묶여 벌벌 떨고있는 노인에게 다가가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잘봐. 이게 내 답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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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15
자르반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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