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계식 주차장을 싫어한다.
그 좁은 공간을 들어가는 것 자체도 꺼림직하고 사고라도 나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종종 이용해야 할 때가 있다.
그날도 업무차 처음 본 건물을 방문할 때였다.
남는 주차 공간이 없어 결국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다.
좁은 입구를 조심하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기계가 작동하였다.
당황한 나는 차에서 못 내린 채 그대로 갇혀버리고 말았다.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해보려 했지만 통신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다급히 살려달라고 외쳤다.
지하 안에 나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섞여들리는 듯했다.
이내 으스스함에 느낀 나는 소리치는 것을 포기했다.
차에 물과 간식이 있는지 언제쯤 사람이 날 찾을지를 계산했다.
그때 다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금방 구출되었고 관리인 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사과했다.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착각을 해버렸어요.]
살아났다는 감정에 흔쾌히 아저씨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다급히 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애써 잊으려고 했다.
그 관리인 아저씨의 무전기에서 들렸던 소리를.
[이 사람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