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 가위에 한 번도 눌린 적 없는 사람입니다.
가위 뿐 아니라 귀신, 미스터리한 현상, 불가사의한 존재 이런건 일절 보지도, 느끼지도 겪어본 적도 없는 평범함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으로 가위란 것에 눌리게 됐습니다.
가위에 눌린 다음 날 이게 진짜 가위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가위에 눌려본 엄마에게 물었더니 가위가 맞다고 그러십니다.
이 이야기는 몇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위에 눌리기 전날, 저는 매주 항상 가던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집에 와서 피곤해진 나머지 약 3시간 가량 긴 낮잠을 청하게 됐습니다. 그 때문인지 저는 그날 밤에 쉬이 잠들 수가 없더군요. 한참을 뒤척이며 잠에 들려고 애쓴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을가, 시간은 오전 3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면서 핸드폰도 만져보고, 게임기도 잡아보고 이짓 저짓 해 보고 모든 기기를 내려놓고 꼭 자야지 하며 마음을 다 잡은게 2시 57분이었습니다.
어떻게 자리를 잡아도 불편한 상태를 피해 가장 최적의 자세를 찾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제 침대 옆 책장을 바라보며 웅크리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잠에 들기 시작한 저는 어느 순간 몸이 순식간에 굳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석화되는 몸을 느끼며 제가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가위에 눌리는 동안 눈을 감고 있던 탓인지 눈도 떠지지 않았습니다.
처음 눌려보는 가위가 무섭기보단 그저 몸이 굳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위 눌림은 그저 수면 패턴의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일뿐이라고 믿어왔고 가위와 귀신을 보는건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가위 중 귀신을 보는 것은 사람이 두려움에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요.
여튼 저는 굳은 제 몸 자체를 느끼며 가위가 풀리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제 몸이 침대 아래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가위가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어째선지 제 손은 책장의 칸막이를 잡고 아래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음에도 웅크린 몸은 풀릴 생각을 안하고 저는 알 수 없는 힘으로부터 끌려가지 않기 위해 그저 칸막이를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은 어느 순간 사라졌고 저는 이제 다 끝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끌어당기는 힘만 사라졌다 뿐이지 제 몸은 가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또 한번 알 수 없는 힘이 나타날까 두려워 저는 이번엔 안간힘을 써서 가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발버둥친 효과가 있는지 저는 뻐근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눈도 힘겹게 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안이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저는 원래 나이트 라이트를（무드등같은거） 켜 놓고 자는 사람입니다. 너무 어두우면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볼때 눈이 아프기 때문에 너무 밝지 않은 나이트 라이트를 켜 놓고 자는게 습관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가위에서 풀리고 난 뒤 눈을 뜬 제 방은 아주아주 깜깜했습니다. '어? 밤새 내리던 비에 정전이 왔나? 왜 나이트 라이트가 꺼져있지...?' 라는 생각과 함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어 침대 위에 설치된 핸드폰 거치대에 걸려있는 핸드폰을 잡은 기억은 있지만 그 이후 시간은 확인하지 못하고 기절하듯이 잠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또 가위에 눌리는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아까와는 달랐습니다. 분명 가위에 눌리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데 제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손톱으로 몸 그것도 허벅지를 긁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뭔가 본능적으로 깨달았습니다. '저 긁는 소리는 내가 내 몸을 긁는 소리다...' 제 몸이 긁혀지는 느낌은 전혀 안났음에도 제 몸을 긁는 소리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제 옆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제 침대는 미국 트윈 사이즈라 한 사람만 누울 수 있는 사이즈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누워있는 곳 옆에서 소리가 난다는게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여서 어떤 광경이 펼쳐져 있는지는 몰랐지만 뭔가... 유체이탈을 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도 눈은 뜰 수 없었습니다.）
뒤쳑이는 소리와 움직임은 느껴지지만 스스로는 가위 눌린 것 마냥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속에서 저는 제 잠꼬대도 듣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말하려는 듯이 웅얼거리는 소리를 자세히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자 제 잠꼬대 소리가 점점 커지고 또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다리가 가려워 다리가 가려워 다리가 가려워 다리가 가려워" 라며 아주 빠른 속도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화들짝 놀라며 눈을 팍 떴는데 나이트 라이트가 켜져 있는 제 방이더군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핸드폰에 나온 시간은 오전 3시 11분... 15분이 좀 안되는 시간동안 꾼 꿈이었습니다. （왠지 꿈이 아니라고 하면 말이 안되는 것 같아서...）
잠에서 깬 저는 온통 땀 범벅이었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 정도로 몸에 힘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였습니다. 그때 저를 침대 발 밑쪽으로 끌어당긴 힘과 제가 들었던 저의 잠꼬대는 진짜 겪은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악몽을 꾸게 된 걸까요?
겪었을 당시엔 정말 무서웠는데 막상 글로 쓰고 보니까 별로 안 무서운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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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린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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