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여름방학 시즌이 되면 친할머니댁과 외할머니 댁 두 시골집을 해마다 번갈아가며 놀러가 며칠씩 묵고오곤 했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겪었던 그 해의 여름방학에도
어김없이 우리가족은 외할머니댁으로 놀러가게되었다 그날은 외할아버지 묘에 찾아가 제사를 드리는 날이 겹쳐있었기에 외할머니와 부모님께선 제사에 쓸 술과 음식등을 사러 시외로 나가셨고 나는 조용히 혼자 집을 보고있었다
TV를 보려고해도 본가집이랑 채널 번호도 달라서 익숙치않아 못 외우고 시골에 마땅히 또래 친구가 있었던것도 아니기에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핸드폰으로 데이터를 켜 혼자 마루에 누워 게임을 하고있는것 뿐이였다 한참 게임을 즐기고있는데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곧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지루해서 짜증나는데 비까지 오니 짜증은 배가 되어 성질을 내며 문을 거칠게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했던 그 순간이였다 대문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장...자장...우리 아가...자장...자장 잘도...자네'
누군가 아기한테 자장가를 불러주는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것이다 잘못 들은거라고 생각하기엔 그 소리는 몇번이나 몇번이고 반복해서 분명히 내 귀에 선명히 들리고있었다 혹시 어린애들이 와서 장난치는건가?
가족들이랑 어린 애들이 같이 놀러오면 종종 대문밖에서 시끄럽게 하거나 문을 두드리고 도망가거나 대문안으로 돌을 던져넣는등 장난을 하던게 종종 보였기에 이번에도 그런거라고 생각하며 얼른 돌아가라고 하려고 우산을 들고 나섰다
대문앞에 다다른순간 문뜩 본능적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이런날까지 어린애들이 굳이 여기까지와서 장난을 친다고?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더더욱 진상을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대로 대문을 확 열어재끼며 누구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대문밖엔 아무도 없었다 뭐야 역시 잘못 들은건가 괜히 민망해져서 다시 들어가려던순간 옆에서 누군가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보니 20대 정도로 젋게보이는 여자 한명이 벽을 보고서선 흐느끼며 울고있었다 어디가 아픈 사람인걸까...하고 생각하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저기 괜찮으세요?'
대답이 없었다
'어디 몸이 안 좋으세요? 집이 어디세요? 이 동넨 병원이 없어요...제가 운전은 못해서 병원까진 못 모셔다드릴거같은데'
그러자 흐느끼던 여자의 울음이 그순간 멈추곤 천천히 그 여자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였다 머리는 다 풀어져서 헝클어진 산발에 얼굴과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채 꽃무늬 원피스로 피가 떨어지고 있었고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던것이다
'우리집...? 그게 어디게~ 어디지? 어디게? 히히히힛! 나 잡아봐라' 그러더니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 저기 그대로 뛰어가면 차돈데? 잠깐만요 위험해요! 나는 그순간 우산도 내팽겨치고 그 여자를 쫓아갔다
결국 난 차도까지 그 여자를 쫓아갔고 작은 트럭에 치일뻔한 그 여자를 앞에 있던 정자쪽으로 가까스로 온몸을 다해 밀치며 같이 넘어졌다 정신을 차려봤을때 그 여자는 사라지고없었다 잠시뒤 아저씨가 트럭에서 내려 내 상태를 살피셨다
'학생 괜찮아? 안 다쳤어?'
아...네 괜찮아요 근데 그 저랑 같이 넘어진 여자분 혹시 어디로 가시는지 못 보셨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이 넘어진 여자라니...아까 처음부터 학생 혼자서 뛰어가고 있었다고 다른 사람은 있지도않았어'
...네?
'학생 진짜 괜찮은거야? 이렇게 비도 오는날에 혼자 달려가더니 이젠 그렇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왠 여자가 있었다고 하질않나'
아...괜찮아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으로 돌아온뒤에도 한동안 충격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난 며칠을 숨기다 돌아가기 하루전날 이 일을 외할머니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외할머니께선 정말 그 여자를 본거냐며 되물으셨고 난 그렇다고 답했다
'아직도 이승을 떠나지못하고 그렇고 있는 모양이구나 쯧쯧...가엾기도하지'
그리고 할머니께서 뒤에 들려주신 그 여자의 사연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그게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야 이 마을에 젋은 부부가 하나살았어 남편이라는 그 젋은 남자는 자기 처랑 아기를 정말 아끼고 사랑했지 일도 누구보다 성실히 하고말이야'
'그런데 어느순간부턴가 회사에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됐다고 하던가 그런말이 돌더니만 그 남편이 다시 일을 나갈 생각은 하지도않고 낮밤 가릴거없이 술만 마시면서 온 동네방네 시끄럽게 돌아다니고 남아있던 돈 펑펑쓰면서 사치부리고'
'듣기론 다른 여자까지 집에 들였다지 아마? 게다가 술만 마시면 아기까지 있는데도 자기 처를 그렇게 때렸어 거의 매일 그 집에선 입에 담지도못할 험한 말들과 고함치는 소리 아기 우는 소리랑 그 여자의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비는 소리가 끊이질않았어'
'이러는데 사람 정신이 어디 멀쩡할 수 있었겠니 결국 그 여자는 정신이 나가버렸어 매일 온동네를 알 수 없는 소리만하며 뛰어다녔지 안타까운 일이였지만 그 남자의 앙갚음이 두려워 누구 하나 이를 도와주려고 하지않았어'
'그러다 그맘때쯤에 비가 많이 오던날 그날도 동네를 뛰어다니다 차도로 들어가더니 달려오던 트럭에 치여서 그만...'
'그래서 아직도 못 잊은거겠지 자기를 그렇게 만든 자기 남편을말이야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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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q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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