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난 꿈을 많이 꾸었다.
그 중 대부분은 흔히 개꿈이라 불리는 그런 꿈들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꿈도 많았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꿈도 그 중 하나였다.
외할머니는 바쁜 우리 엄마를 대신해 어렸을때부터 날 키워주셨던 분이셨다.
그래서 그분의 꿈을 꾸다가 깰때면 내 눈가에 눈물자국이 남는 날이 많았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중년이 된 지금도 난 꿈을 자주 꾼다.
이 이야기는 4,5년 전의 실화이다.
하루는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꿈속에서 외할머니를 뵈었다.
그 다음 날도, 또 다음다음 날도 계속해서 외할머니 꿈을 꿨다.
그즈음이 그분의 제삿날 무렵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당시 내 건강은 썩 좋지 못했다. 원인 모를 어지럼증에 시달렸지만 병원에서도 원인을 몰라 정밀검사를 권했다.
그런데 이처럼 꿈을 꾸느라 잠을 편히 못자니 건강은 더 나빠졌다.
난 이 기이한 일을 그냥 지나가는 말로 가족들에게 말했다.
며칠 뒤, 중학생이던 큰애가 날 불러 제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알고보니 녀석이 포털에 내 잦은 꿈에 대해 질문을 올렸던 것이다.
답변은 별 도움이 안되는 잡담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한 답변은 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사람의 심신에 병이 들면 가끔 꿈으로 잡귀가 찾아온다.
그 잡귀는 가족, 혹은 지인 등의 모습으로 변장한다. 잘 살펴봐야 구분이 가능하다.
그들은 사람을 속인 후 때가 되었다 싶으면 손을 내미는데 절대 그것을 잡으면 안된다.
-네XX 지식인 어느 무속인의 답글-
난 이 말의 의미를 당장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며칠 뒤 소름끼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날도 꿈속에 외할머니께서 나타나셨고, 그분은 평상시처럼 날 위해 밥상을 차려 주셨다.
그때 난 처음으로 밥상 위 반찬들을 봤다.
그리고 너무 놀랐다. 특정 반찬 하나 때문에...
그것은 바로 계란말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해 준 계란말이를 먹다가 껍질을 씹은 뒤로 난 그게 너무 싫어 그 후, 계란말이를
먹지 못했다. 외할머니께서도 단 한번도 계란말이 반찬을 해 주신 적은 없었다.
그런데 꿈속의 그분은 심지어 계란말이를 내 입으로 강제로 밀어넣어 주시려고까지 했다.
난 너무 무섭고 놀라서 꿈에서 깼는데 그때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내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더니 며칠 뒤, 내 손을 잡고 용한 무당집으로 갔다.
사연을 들은 무당은 내게 참 잘했다면 칭찬을 해 주었다.
그 무당의 말은 충격적이게도 인턴넷 지식인 무속인의 답글과 거이 대동소이했다.
잡귀가 손을 내미는건, 여러 의미라고 했다.
같은 곳으로 걸어가게 한다던지, 같은 옷을 입게 한다던지, 같은 차를 타게 한다던지... 등등등...
그 중에는 잡귀가 억지로 권하는 음식을 받아 먹는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귀신에게 끌려 가는 행위란다.
나는 계란말이를 받아 먹지 않았기에 무사하다고도 했다.
물론 이 믿지 못할 이야기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약이 될수도 또 독이 될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약이 된듯 했다.
그 후로도 외할머니는 자주 더 꿈에 나타나셨지만 이젠 단련된 내 무의식이 꿈 속 그분을 자세히 살펴보고 관찰
하게 만들었고, 결코 그분이 내미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외할머니 꿈은 점점 뜸해졌다.
이듬해 내 건강은 점차 회복되었다.
요즘은 겨우 몇년에 한 번 외할머니께서 내 꿈에 찾아오신다.
그때마다 그분은 여전히 내게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리고 멀찌이 떨어져서 내가 맛있게 밥 먹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만 보셨다.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진짜 우리 외할머니의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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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시골 동갑내기 사촌이 도시 조카들에게 해 주던 그만의 전설의고향을 재구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