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다.
마치 그 꿈 진짜 같았어 라고 말할 때가 바로 그것이다.
악몽은 더더욱 그런 경우가 많다.
우리 뇌에서 두려움을 통제하는 부분이 수면 상태에서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
잠이 들면 모든 위험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에 우리의 본능이 그걸 알아차리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끔찍한 악몽을 꾸게 되면 본능적으로 그것이 현실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간혹 귀신이 들렸다는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이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수면 상태의 두려움이 연장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깨어 있지만 잠들어 있다는 역설적 의미이다.
그래서 가끔 구마사들은 악몽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는 한다.
뭔가를 읽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현실이요 그렇지 못하면 꿈이라는 것이다.
이는 언어를 관장하는 우리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화와 관련이 있는데, 그 부분은 수면 상태에서는 철저하게 비활성화가 된다.
그렇기에 꿈속에서는 어지간하면 글을 읽고 쓸 수가 없다. 오직 모든 것은 영상처럼 펼쳐져 보일뿐이다.
몇년 전 지독한 악몽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너무나 선명해서 꿈에서 깨기 전까지 진짜 현실이라고 믿을 정도였다.
낯선 남자가 나타났고, 그 남자는 나를 차에 태워 어딘가로 데려 갔는데 그곳은 생전 처음 보는 장소였다.
남자는 내게, 그곳이 앞으로 내가 살 집이라고 말한 뒤 문을 닫고 나갔는데 그 문은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았다.
난 미친듯이 문고리를 흔들며, 살려달라고 말했지만 문은 여전히 잠겨 있었고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거의 반년 정도를 일주일에 한번씩 이런 비슷한 악몽에 시달렸는데, 매번 현실로 착각하여 극도의 공포심에 시달리다 잠에서 깨고는 했다.
병원에서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신경쇠약이라고 진단할 뿐이었다.
더는 견딜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어떤 미드 한 편을 보게 되었다.
그 드라마에서 이런 구절이 나왔다.
[베르니케 영역은 뇌에서 언어의 해석을 담당하고, 잠이 들면 활성화가 안된다. 그래서 꿈속에는 글을 읽을 수가 없다]
진짜인가 싶어 검색을 해 봤다.
베르니케 영역은 측두엽과 두정엽 사이 어디쯤에 있다고 했고, 확실히 우리의 언어 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었다.
그 후 나는 의식적으로 악몽을 꿀때마다 그곳의 글이나 문구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을 찾으려는건 어불성설이었으니까.
하지만 기적적으로 이듬해 겨울 무렵 또 같은 악몽에 시달릴 때 내 무의식 속의 의식이 마침내 악몽의 탈출구를 찾았다.
그 생전 처음 보는 집에 다시 갇혔을 때 문에 걸린 호수의 표식을 발견한 것이다.
그 표식은 모호하고 뭉개져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난 그때 비로소 이건 꿈이라고 확신했고, 문고리를 잡고 돌리니 거짓말처럼 닫혔던 문이 열렸다.
그 후에도 가끔 악몽을 꾸었지만 두 번 다시 그 집에 갇히는 꿈은 꾸지 않았다.
이건 뱀다리일지도 모르지만
그 후에도 베르니케 영역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봤는데, 이게 반드시 수면 상태에서 100% 비활성화 되는건 아닌 것 같았다.
악몽 속에서도 가끔 글을 읽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건 매우 위험한 경우라고 하는데, 우리 뇌의 측두엽은 운동과 움직임을 감지하고, 두정엽은 온도와 통증 압박 등에 연관되어 있는데
이 두 곳이 왕성하게 활성화되게 되면 베르니케 영역의 미세한 부분을 자극할 수도 있단다.
참고로 구마사들이 귀신을 감지할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과, 온도의 변화, 그리고 주변의 압박감으로부터라고도 한다.
만약, 꿈속에서도 글을 읽고 해석할 수 있다면... 그건 당신의 눈과 의식이 아닌 다른 존재의 눈과 의식일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