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푸는 세번째 경험담이네
이번썰은 스토리텔링이 뭐 별거없지만 
그래도 실제 겪은일이니 풀어볼께

아버지는 내가 중1때까지 직업군인이셨어 
군인으로써 자부심이 있긴 하셨지만
시작은 당신 스스로 원해서 그길을 택한건 아니였고
친할머니의 제안 때문이었는데..

아마도 한량끼 다분한 아버지의 모습에
할머니가 미리 선수친듯 싶어..
놀기 좋아하고 잡기에도 능하셨거든 
할머니의 제안은 아버지가 직업군인으로
성실히 20년을 버티면 전역후
니가 원하는것을 할수있도록 설계를 해놓겠다라는거였지

참고로 친할머니는 남편없이 홀로 아버지를 키우며
미군부대가 남긴 식료품을 되팔아 생계를 유지
사업수완도 능해 돈을 꽤 많이 버셨어
당시 별볼일 없던 서울권 황무지땅을
조금씩 사들여 후에 재미도 보셨고...
백마장에선 친할머니를 모르는분이 없을정도로
큰손이셨다고 함

무튼 친할머니의 제안에 아버지는 고등학교 졸업후
한해를 쉬고 바로 공군부사관으로 지원 장기복무하셨고
내가 중1때쯤 군바리생활 20년을 갓 넘겨 
정년퇴임을 얼마 안남긴 주임상사 계급으로 부리나케 퇴역하셨음

그렇게 나에 부산생활은 끝이 났고 
아버지의 유년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인천 백마장 친할머니댁으로 피난오듯 이사를 오게됨
（당시 할머니는 송파 문정동으로 이사）

할머니의 백마장집 구조는
지붕이 기왓장으로 된 오래된 흙집이었는데
정사각형 동선으로 다가구가 살수있도록
방이 여러개 나눠져있는 방식이었음
중앙엔 마당이 크게 있었고 한가운데 큰 감나무가 심어져 있었지
아버지의 유년시절땐 동네에서 젤 크고 좋은 집이었겠지만
나에겐 그저 흙으로된 오래된 구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음

무엇보다 그렇게 큰 집이 화장실은 공용으로
밖에 달랑 하나뿐이라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갔고
바닥에 쌓여 누적된 인분이 밑으로 훤히보이는
재래식이라는것 또한 심기가 불편했음 
울상이 되어있는 나와 내동생과는 달리
할머니 덕으로 공장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한다는 기대감에
부푼 아버지만 신이 나신듯 했지

전학 절차 과정도 속전속결로 이뤄졌고 
짐 정리하랴 교복맞추랴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내고 난후
잊고 있던 무언가를 직면하게됨

바로 세입자들중 구석방에 거주중인 무당의 존재였는데
쥐죽은듯 조용히 있다
새 집주인이 된 우리가족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내
대뜸 밥을 차렸으니 함께 먹자고 제안을 해온것

당시 아버지는 바깥일로 부재중이셨고 
어머니와 나.동생만 있었어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이웃간 음식 돌리고
밥 같이 먹는 정문화에 익숙하던 시절이라 거부감없이 응했던것 같음

고기가 없는 파와 무채만 들어있는 뭇국으로 기억하는데
맛이 너무 없었고 찬은 그냥 일반 가정식 나물반찬이었음
문제는 그 무당이 유기 놋 그릇에 돼지피로 추정되는
익히지 않은 생 선지를 본인 밥그릇 옆에두고
아무렇지 않게 숟가락으로 퍼먹는데
그 광경이 얼마나 역했는지 헛구역질이 저절로 나왔을정도...

비릿한 피비린내가 실제로 거기서 나는거였는지
아님 그 괴기스런 광경이 만들어낸 뇌의 혼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릿한 냄새가 그후로도 몇일이나 지속되었을 만큼
나에겐 충격 그자체였어

마치 코감기 걸렸을때
그 특유의 꾸릿한 향이 코에서 계속 맴돌듯...
후에도 큰 냄비에 대량의 생 선지를 담아
부엌으로 옮기는걸 종종 목격

무당의 첫인상이 별로였던지라
그후로도 무당 아줌마와 마주칠때 인사 조차 안했으며 
한창 예민했을 사춘기 시절 철없던때라
눈에 띄기만해도 버릇없이 쏘아보기까지했네

무당의 외모적 특이점은
앞트임.뒷트임을 동시에 한것 마냥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큰 눈이었는데
안구가 보통사람 눈에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유리구슬 번들거리듯 광채가 있었다고 해야하나?
거기다 무속인 특유의 짙은 눈화장이 더해졌으니...
상상은 자유에 맡기겠음

그 외에도 특이했던 몇가지는
무당이 방을 빼기전까지 한 4년정도 같이 있을동안 
그집에 점보러 손님 오는걸 거의 못봤던거 같음
물론 내가 학교에 있을 시간대에
점보러오는 고객이 몇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몇해가 지나도록 그집에
손님찾아오는걸 한 두번 봤으려나?
그마저도 오늘은 신빨 안받는다고 돌려보내는걸 본적도 있으니...
뭐지? 싶었던...

아참...그러구보니 간판도 아예 없었던거 같네
지붕에 하얀색.빨간색 깃발만 꽃혀있었고...
나중에 깃발의 의미를 알아보니 
하얀색은 점을 본다는 의미 
빨간색은 굿도 한다는 의미라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음

그리고 가장 짜증났던게 앞서 언급한 공용화장실 문젠데
화장실이 바깥에 거기 하나뿐이라 밤에 자다가
대소변 마려우면 화장실 가다 잠이 다 깰정도로 거리감이 있어 불편했는데

그 무당이 가끔 어두컴컴한 새벽 3.4시쯤
마당 한가운데 감나무 심어진 돌담 테두리에
불붙인 담배 몇대를 올려두고 구석 기둥에 기대어 서있던걸 
잠결에 보고 식겁한적이 한두번이 아님
지금 생각해도 짜증이 밀려오네..

참고로 점집이 건물로 들어와
불상을 들이고 대나무를 꽂는다는건
그 집터에 영향을 준다는 미신이 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당이 나간후로 그방은 항상 공실이 되더라
계약을 성사했다가도 입주자가 사정이 생겨 못온다거나
방보러 온 사람에게 최대한 조건을 맞춤해줘도
흐지부지 되거나 말이지...

이번 사연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