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 존나 아프네.“


한 남자가 숙취로 인한 두통을 호소하며 잠에서 깼다.


”뭐야 씨발.“


곧 남자는 자신이 낯선 방에서 깨어났다는 걸 알고는 욕을 내뱉었다.


”야 현규야 일어나 봐.“


남자는 급하게 옆에서 같이 자고있던 자신의 친구를 깨웠다.


”준서 씹새야 오늘 토요일이다 술이 덜 깼구나 너가.“


”아니 미친놈아 일어나 보라고.“


현규는 준서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자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자신을 깨우는 준서의 목소리에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나도 숙취 때문에 뒤질 것 같은데 왜 지랄이야 아침부터.“


”여기 우리 집 아니야 미친 새끼야.“


”뭔 개소리야.“

현규는 얼굴을 찡그리며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씨발.“


”우리 집 아니라고 미친놈아.“


”우리 어제 헌팅 성공했냐?“


”개소리야 세 번 했는데 세 번 다 까이고 우리집으로 와서 게임하다 잤잖아.“


”그럼 여기 어딘데?“


”나도 몰라 씨발 기억이 안 나.“


”야 일단 일어나 봐.“


둘은 일단 낯선 이 방을 나가기로 했다.


”... 야 준서야 문에 왜 잠금장치가 있냐?“


”..... 씨발?“


이 방은 7평 정도 크기에 천장은 평수에 비해 과하게 높았으며 강철로 만든 것 같은 문에 잠금장치가 달려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야 좆 된 거 같은데? 이거 장기매매 그런 거 아니냐?“


”하... 씨발....... 야 여기 벽에 모니터 같은 거 있는데?“


（지금 계신 그곳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방’입니다. 그 어떤 거짓말을 하셔도 진실로 말하게 됩니다.


”야 준서야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건 뭔 말이냐?“


”몰라 씨발 겁주려고 개소리 써놓은 거겠지.“


이 둘은 문구의 내용을 믿지 않았다.


”나는 남자다! 씨밸럼들아.“


”뜬금없이 뭔 소리야.“


순간 준서는 매우 당황했다.


”나는 남자다. 나는 남자다. 나는 남자다. 나는 남자다.“


”아니 알아 미친놈아 그만해.“


”... 야.“


준서는 헛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야 이거 진짜인가 봐....“


”뭐가 진짜인데 너 남자인 거?“


”아니.. 나 방금 ‘나는 여자다.’라고 말했거든? 근데...“


현규는 표정을 찡그리며 준서의 말을 잘랐다.


”이와중에 장난을 치냐 우리 좆됐다고 진짜로.“


”아니 구라 같으면 너가 한 번 거짓말 해 봐 씨발 이상하다니까?“


”하... 나는 오현규다.“


”...“


현규는 당황해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오현규다. 나는 오현규다. 나는 오현규다. 나는 오현규다!“


”... 안 되지?“


”야 이거 뭐냐...?“


”몰라 씨발 좆됐어.“


”준서 씹새야 너 저번에 유튜버 한다고 깝쳤잖아 몰카지 이거?“


”개소리야 망한지 한참 됐는데 그리고 상식적으로 어떻게 거짓말을 못 하게 하냐.“


”하.... 씨발 그럼 뭔데 이거.“


”모른다고 씨발.“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던 중 모니터에는 새로운 문구가 띄워졌다.


”야 이거 다른 글 올라왔는데?“


띵. （이준서 씨는 어제 술을 마셨습니다. 맞습니까?）


”... 어떻게 알았어 씨발.“


모니터에는 마치 이 둘의 행적을 알고 있는 듯한 질문이 적혀있었다.


”하.... 야 일단 이거 대답해야 뭔가 진행될 것 같은데?“


”하 씨발... 어 맞아 먹었다 됐냐?“


질문에 답하기를 잠시 망설이다 마지못해 답했더니 다음 질문이 나왔다.


띵. （오현규 씨는 어제 술을 마셨습니다. 맞습니까?）


”... 네.“

”느낌 존나 쌔하네 이거 무조건 진실만 말하게 되잖아.“


”하.. 좆같네 진짜.“


띵. （이준서 씨는 외동입니다. 맞습니까?）


”... 어 맞아.“


띵. （오현규 씨는 형제가 한 명 있습니다. 맞습니까?）


”.. 네.“


띵. （이준서 씨는 26세입니다. 맞습니까?）


”... 네.“


띵. （오현규 씨는 26세입니다. 맞습니까?）


”네.“


띵. （이준서 씨는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맞습니까?）


”아니 이 개새끼가...“


”존나 웃기네. 야 참아 참아.“


”맞다 씨발아.“


띵. （오현규 씨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꼴 받게 하네.“


띵. （이준서 씨는 3일 전 성관계를 했습니다. 맞습니까?）


”갑자기 질문 수위 뭐야 씨발.“


”야 너 여친 없잖아. 설마 원나잇 했냐?“


”그런 거 아니야 새끼야.“


”와 좆되네 이새끼.“


”닥쳐 새끼야... 맞다 씨발놈아.“


”문란한 거 보소.“


”닥쳐.“


띵. （오현규 씨는 2주 전 성관계를 했습니다. 맞습니까?）


”아.“


”여친 자랑을 그렇게 해대더니 2주는 현규야.. 풉.“


”.... 맞습니다. 하.......“


띵. （오현규 씨의 여자친구는 3일 전 일찍 잠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씨발 존나 무섭네. 뭔 이런 거까지 알아... 맞다 새끼야.“


띵. （이준서 씨는 3일 전 오현규 씨의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습니다. 맞습니까?）


”...?“


”...?“


”아니요...?


방금 전 질문으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띵. （오현규 씨의 여자친구는 3일 전 일찍 잠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왜 같은 질문을... 네 맞습니다.”


띵. （이준서 씨는 민트 초코를 싫어합니다. 맞습니까?）


“... 아닙니다.”


“너 민초 개극혐 하지 않았냐?”


“나 원래 민초 좋아하는데?”


“다른 애랑 착각했나.”


띵. （이준서 씨는 방금 거짓말을 했습니다. 맞습니까?）


“... 아니요.”


“거짓말 못 하게 만들어 놓고 했냐고 물어보는 건 뭐야.”


띵. （이준서 씨는 세 번의 거짓 답변을 했습니다. 맞습니까?）


“하암...”


“... 네.”


“아 하품하느라 질문 못 봤어. 뭐였냐?”


“...”


“뭐였냐니깐?”


띵. （오현규 씨는 지금까지 진실로만 답했습니다. 맞습니까?）


“누구 놀리나 썅... 맞습니다.”


띵. （이준서 씨는 지금까지 진실로만 답했습니다. 맞습니까?）


“.... 아니요.”


“뭔 개소리야. 여기서 구라 못 치잖아?”


띵. （이준서 씨는 세 번의 거짓 답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썼습니다. 맞습니까?）


“너 구라 칠 수 있었냐? 왜 말 안 했냐?”


“.... 네.”


“세 번이나 했다고? 씨발 뭐가 구라였냐? 너 설마 진짜 내 여친이랑 잤냐?”


띵. （이준서 씨는 3일 전 오현규 씨의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습니다. 맞습니까?）


“아니지? 빨리 아니라고 말해.”


“...”


“아니라고 말하라고 씨발 새끼야.”


“... 맞습니다.”


퍽.

준서의 얼굴에 주먹이 꽂혀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이 씨발 새끼야. 뒤질래?”


띵. （이준서 씨는 미션에 성공하셨습니다. 이준서 씨 계좌에 10억이 입금됩니다.）


“씨발 미션? 이게 다 뭔 개소리야 씨발. 너 뭐 알고 있냐?”


“... 그렇게 됐다.”


“이 씨발 새끼야 내가 너 죽인다.”


띵. （잠시후 가스가 살포됩니다.）



.
..
...
....
.....



“... 여보세요? 박사님~”


한 중년의 여성이 CCTV 화면을 보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그 저번에 샘플로 주신 칩 있잖아요? 방금 테스트해봤는데 성능 기가 막혀요.”


책상 위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여러 문서가 쌓여있다.


“깜짝 놀랐다니까~ 거짓말을 하나도 못 하더라고~”


통화할 때 나오는 중년 여성 특유의 표정과 손짓이 끊임없이 나왔다.


“나중에 제 연구실에서 커피 한잔해요~ 네~ 네~ 들어가세요~ 네~”


띵. （실험이 종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