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구글링 이라고 써두거나 URL을 첨부합니다.
무서운 이야기나 괴담을 올리는 이유는 글을 올리고 추천을 받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포 괴담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 웃대가 망하기 전까지는 언제든 방문해서 제가 올린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
이번에 올리는 ' 사람이 살 수 없는 집 ' 은 꽤 긴 글이라 시리즈 별로 1부터 3정도 까지 있는 글입니다.
최초 게시자의 주장을 따르자면, 이 글은 실화라고 했는데 확실히 읽다 보면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존댓말로 올라온 글들은 전부 반말로 변경해서 직접 타이핑 합니다.
내용이 뒤죽박죽인 경우가 태반이라서 반말로 변경함과 동시에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지듯 문단의 순서를 바꾼다거나
내용이나 표현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리즈 별로 올리는 것을 선호하지도 않고, 길어도 재미가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읽을 분들이 많기에 하나로 정리해서 글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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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내가 어릴 적 겪은 이야기다.
재미 삼아서 편하게 할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요즘 상영하는 영화 ' 컨저링 ' 을 봤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예전 어릴 때 살았던 집이 생각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됬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 탈출했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지금은 전혀 문제없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괴담 하나 풀듯이 가볍게 이야기도 많이 했으나
이렇게 자세히 그 집에 대해 글을 써보긴 처음이라 내용이 뒤죽박죽일 수도 있다.
내 나름대로 가족들과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열심히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문제의 집, 지금은 그냥 철거되어 평범한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흔한 길이 됬다.
길 뒷 쪽으로 철도도 놓이고 방음 벽 같은 것도 설치 되면서 집이 있던 터를 약간 침범하긴 했지만.
그 집이 없어진 탓에 이사 간 후에는 한번도 찾아가 볼 수 없었지만 지금도 생생히 기억 난다.
집의 구조나 , 냄새도 어렴풋이 기억나고 집은 여관 건물 맨 위층에 있었고 많이 낡은 집이었지만
오래전엔 고급스러웠을 법한 그런 집이었다.
엄마 말로는 이사 올 때부터 그 집에 버려진 가구 같은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TV를 놓는 장식장이랑 거실 탁자 하나, 작은 방 침대랑 안방 화장대 였다.
주인 집 아줌마가 찝찝하면 버리라고 했지만, 전부 나무로 만들어져 고급 져 보였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작은 방에 있던 침대만 왠지 모르게 찝찝해서 버렸다고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집의 첫 인상은, 하루 종일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 벽지에 곰팡이가 많았고
주택인데다 바닥도 나무로 만들어져서 햇빛이 들지 않으니 바닥이 썩어버린 곳도 많았다.
집 자체도 엄청 낡았는데 신기한 것이 벌레가 한 마리도 없었다.
심지어 여름인데 모기도 없었다.
처음엔 무섭다던지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다.
그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는 기분에 마냥 신났고 전에 살던 집에서는 우리 가족 네 명이 전부 한방에서 잤었는데
이 집으로 이사를 하니 그렇게 갖고 싶었던 오빠와 내가 잘 방이 생긴 것이 한 없이 좋았었다.
그 당시 오빠는 12살, 나는 10살 이었다.
엄마 아빠가 작은 방에 원래 있던 침대를 버리고 작은 침대 두 개를 나란히 넣어 줬다.
그렇게 이사 하고 일 주일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그랬던 어느 날, 오빠가 당시 일을 적어 둔 일기엔 수요일이라고 되어 있었다.
새벽에 자다가 깼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누가 손가락으로 벽을 딱 딱 치는 소리 같은게
불규칙 하게 딱.. 딱 딱.. 딱딱딱.. 딱딱 들려왔다.
처음엔 오빠가 자다가 일어났나 생각하고 다시 자려고 눈을 감고 스르르 잠에 들려고 할 때,
갑자기 내 얼굴이 너무 시원했다.
그 당시가 여름이었는데 그 집이 원래 좀 시원한 편이라 선풍기는 켜놓지 않았고
도둑 든다고 창문도 다 닫아 두고 잤었다.
얼굴에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고 얼굴을 박하 같은 것으로 세수 한 기분이랄까.
뭔가 갑갑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누가 내 어깨를 잡고 확 끌어 당기는 느낌에 잠에서 확 깼는데,
나는 서 있었고 창문 앞에서 아빠가 나를 안고 있었다.
방 불은 다 켜져 있었고 오빠는 방문 앞에서 엄마 뒤에 숨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왜 그런 상황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았고 아빠가 날 안아 들고는 안방으로 가서 가족들 모두 안방에서 잠을 잤다.
내가 겁을 먹을까 봐 그 누구도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후에 몇 년이 지나고 오빠가 해준 얘기로는
자다가 일어 났는데 내가 창문 앞에 서서 창문을 손가락으로 딱딱 치고 있었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아무 대답이 없길래 더워서 그러냐며 창문을 조금 열어줬더니
내가 까치발을 하고 창문 밖으로 얼굴만 빼고 얼굴을 이리저리 이상한 방향으로 돌렸다고 한다.
그것을 본 오빠가 너무 놀라서 내 팔을 잡아 당겼는데 끌려 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내 얼굴을 보고 얘기하려고 옆에 서서 내 얼굴을 봤는데 내가 입이 찢어질 만큼 활짝 웃고 있었다고 했다.
오빠는 소리도 못 지르고 그대로 안방으로 달려가 아빠 엄마를 깨우고 함께 방에 돌아 왔을 때,
내가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창틀에 아슬아슬하게 수건 마냥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
아빠가 그때 내 어깨를 확 잡아 당겨서 안고 그 순간에 내가 잠에서 깨어 났다는데
당시 아빠 엄마는 심각한 몽유병이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그 후로 나는 몽유병 증세라고 할 만한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 그냥 집에서 갑자기 쿵 소리가 난다던가 물소리가 난다던가 하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단순히 그때 아빠 엄마는 집이 낡아서 그러려니 하며 살았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심각한 일이 연달아 터지게 됬는데 그 집에서 1년 정도를 살면서 겪은 온갖 좋지 않은 일들이었다.
그 집에 대한 공포심이 처음 생기게 된 계기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 노을이 질 때 쯤이었는데
그 집이 해가 잘 들지 않는 집이라 저녁 되기 전부터 좀 많이 어둡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빠는 가게에서 아직 퇴근을 안 했었고 오빠는 학원 갔다 친구집에 간 날,
엄마랑 나랑 둘이 있었다. 엄마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었고 나는 쇼파 앞 탁자에 앉아서 엄마가 내 머리를 묶어 주면서 티비를 봤다.
탁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엄마한테 ' 엄마 탁자 밑에서 자꾸 쿵쿵 거려 ' 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 밑에 층에서 뭘 하는 가보다 ' 했었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또 내가 ' 엄마, 탁자가 자꾸 쿵쿵 거린 다니깐? ' 하고 얘기했다.
엄마는 ' 그러면 탁자에서 내려와 쇼파에 앉으면 되잖아 ' 하고 다시 티비를 봤다.
근데 그 후, 내가 움직임도 없이 탁자에 앉아 있는 것이 이상했다고 한다.
딸이 삐져서 그런건가 싶어서 내 이름을 부르며 내 팔을 잡았는데, 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티비만 보고 있더란다.
순간, 잡고 있던 내 팔을 통해서 쿵 하는 느낌이 엄마에게 전해졌다고 했다.
엄마는 느끼지 못했던 그 쿵 하는 진동이.. 뭔가 탁자와 나만 쿵 하고 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탁자 밑에 뭔가가 있는 건가, 커다란 짐승이라도 숨어 든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탁자 밑을 보았다.
탁자 밑을 보니 검은 무언가가 왔다 갔다 거리는데, 손에 쿵 하는 느낌이 다시 전해졌다.
엄마는 너무 놀라 악! 소리를 지르며 나를 데리고 TV 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멀리 떨어져서 탁자 밑을 보려고 엎드렸는데 그 순간,
탁자 밑에서 시커먼 것이 확 튀어나와 엄마를 덥쳤다고 했다.
순간 눈을 감고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러다가 정신이 빠져서 나를 두고 안방으로 도망을 갔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거실로 나와
나를 챙기고 집에 있던 막대기 같은 걸 집어와서 거실 곧곧을 샅샅히 살폈는데,
그 시커먼 것은 온대 간대 없고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그 것을 봤냐고 물으니 나는 손으로 탁자 밑을 가르켰다고 한다.
그 후에 가족들이 집에 돌아왔고 얘기를 들은 아빠는 탁자 밑이랑 집안을 다 뒤졌지만 그 시커먼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결론 없이 그 일은 흐지부지 됬다.
이틀 후, 해가 저물고 깜깜해지기 시작할 때의 일이다.
이 일은 나도 정확히 기억하는 일이다.
그 집은 안방, 작은 방, 그리고 너무 작아서 그냥 창고로 쓰기로 한 방이 있었는데
우리 식구가 원래 네 명이 한방에서 살았다 보니 이사 올 때 짐도 없었고 창고를 쓸 일이 없어서 그냥 창고로 쓰기로 했던 방은
가족 앨범이라던지, 예전 어릴 적 갖고 놀았던 장난감들이 한 켠에 조금씩 있었고 나머진 텅 비어 있었다.
놀기 좋은 방이었지만, 그 방은 창문이 너무 작아 햇빛이 제일 안 들어서 곰팡이가 많이 피어 있었고
화장실 옆 방이라 그랬는지 냄새가 심하게 났기에 오빠와 나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 날은 가족끼리 거실에 앉아 있었는데 아빠랑 엄마랑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아빠가 화장실에 갔다.
나랑 오빠는 TV를 보고 있었다. 근데 아빠가 갑자기 큰 소리로 ' 밤에 그렇게 큰 소리로 웃으면 안되지 ' 라고 했다.
엄마는 잘 못 들었는지 ' 뭐라고요? ' 라고 되 물었고 나는 아빠가 했던 말을 듣긴 했지만 내가 큰 소리로 웃은 것이 아니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아빠가 그 후에 별 말이 없자 엄마는 오빠와 나에게 ' 아버지가 뭐라고 하시니? ' 라고 물었고
오빠는 대답을 안했고 나는 ' 밤에 시끄럽게 하지 말래 ' 라고 얘기했다.
엄마는 무슨 소린가 싶어서 ' 여보 ! 여보 ! ' 하며 아빠를 불렀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곧 아빠가 나오면서 ' 아 거참 , 그 방엔 생전 안 들어가더니 ' 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화장실 옆 창고로 쓰던 방으로 문을 쾅 닫으며 들어갔다.
엄마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고 오빠가 벌떡 일어나 그 방으로 뛰어가더니,
' 아빠! 아빠! 그거 우리 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 라고 하면서 미친 사람처럼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돌리는데,
안에서 잠궜는지 문은 열리지 않았고 오빠는 막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놀랐는지 가만히 굳어있다가 오빠가 울자 오빠를 달래며 방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돌렸는데 역시 열리지 않았다.
엄마도 당황한 듯, ' 여보!! 여보!! ' 하며 문에 귀를 대보기도 했다.
오빠는 옆에 주저 앉아 엉엉 울어댔다. 엄마가 한참을 아빠를 부르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아빠가 나와서는
쇼파에 그대로 앉는 것이다. 아빠는 얼이 다 빠진 얼굴로 가만히 있고 엄마는 우는 오빠를 안아주며
아빠에게 무슨 일이냐고 왜 그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냐, 왜 대답을 안 하냐고 물었다.
오빠는 여전히 울면서 ' 아빠 그거 우리 아니에요. 그거 저 아니에요 저기 가지 마세요 ' 란 말만 반복했다.
엄마는 뭐냐면서 말을 해야 알지 않겠냐고 아빠에게 화를 냈고 오빠에게도 뚝 그치라며 혼냈다.
아빠는 갑자기 오늘은 아무래도 나가서 자야겠다며 엄마랑 우리 보고 당장 나가자고 했다.
엄마도 탁자 일도 있고 해서 그랬는지 그러자고 했고, 가족이 지갑만 챙겨 들고 부랴부랴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집 앞에서 아빠가 오빠에게 혹시 뭘 보았는 지를 물었는데, 오빠는 본 건 아니고 들었다고 했다.
아빠가 뭘 들었니 라고 물었을 때 오빠가 얘기한 것을 듣고 가족 전부 달리기 경주 하듯 찜질방으로 갔다.
오빠가 해준 이야기로는, 아빠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얼마 안되서 그 창고로 쓰던 방에서 오빠랑 내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막 웃으며 ' 아빠!! 아빠!! ' 소리는 것, 그리고 아빠가 ' 밤에 그렇게 크게 웃으면 안되지!! ' 하고 소리쳤는데
그걸 들은 오빠가 아빠에게 ' 우리 거실에 있어요! ' 라고 얘기하려던 찰나에 아무도 없는 왼쪽에서 누가 귓속말로
' 쉿! 죽어! ' 라고 했단다. 오빠는 그대로 굳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와 그 방으로 걸어가는데
그 방에서 계속 우리 목소리가 ' 아빠! 아빠! ' 하며 웃어 댔다는 것.
아빠는 그 일에 대해 그 날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후에 아빠가 해준 얘기로는
화장실에서 우리가 너무 떠드니 너무 시끄러워 나가서 혼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와서 그 방에 들어간 기억이 없다고 했다.
어느 순간 정신이 들었는데 밖에서 엄마가 부르고 있고 오빠가 울고 있었다.
무언가에 단단히 홀렸구나 싶어 방을 나가려는 찰나에 오빠 목소리로 뒤에서 ' 아빠! ' 하며 불렀다는 것이다.
그 뒤로 발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졌고, 겨우 방을 빠져나와 쇼파에 앉았는데 그 방에서는 아직까지도
우리 목소리로 ' 아빠! 아빠! ' 하며 웃는 소리가 났다.
뭔가에 홀린 것 마냥 집에서 당장 나가야 할 것 같은데 나가자는 말을 꺼낼 수 가 없었다.
얼마 후, 그 방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멈췄을 때 겨우 집에서 나가자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일 이후부터 아빠는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당장 갑자기 이사를 갈 집도 마땅치 않았고 지금 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 현실 때문에 우리 가족은 반년을 더 그 집에서 살아야 했다.
그 일 직후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지세우다 시피 했던 아빠는 가게를 하루 쉬고는 엄마랑 함께 주인 아저씨의 어머니와 만났다.
처음 집 계약할 때, 그 여관집 아주머니와 얘기 했었기 때문에 처음에 아빠가 여관 아주머니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아주머니 본인은 집에 대한 권리가 없고 집은 시어머니 소유라고 해서 그 할머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아빠 엄마는 그 때 처음으로 그 할머니를 보게 됬는데 키도 작고 나이도 많은 노인인데 얼굴에 심술이 가득 했었다고 한다.
조심스레 집에 대한 얘기를 하자마자 아빠 말은 잘라 먹고 요즘 세상에 무슨 귀신 타령들이냐고 했다.
그 집에서 못 살겠다고 집을 빼 달라고 하니 눈에 보이는 문제가 있으면 그렇게 해주겠지만 미신이나 들이밀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냐며
그렇게 무서우면 자기가 무당이라도 알아봐 준다면서 비꼬듯 얘기했었다.
집 주인이 그렇게 나오니 아빠 엄마도 방법이 없었고 보증금도 받지 못한 채 집을 빼 이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날은 아무 성과도 없이 가족이 모두 그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전 날 일은 다 잊고 즐겁게 지내다, 다시 그 집에 들어 섰을 때 그 느낌은 지옥에 끌려가는 것 같았다.
아빠 엄마 손에 억지로 다시 그 집에 들어 섰을 때, 처음 느꼈던 그 집의 인상과는 많이 달랐다.
곳곳이 누런 벽지가 무섭기도 했고, 시원해서 좋다고 했던 것이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오빠는 내가 그때 밤에 했던 행동이 몽유병도 아닌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했는지
그 방에서 못 자겠다며 떼를 썼다. 나도 오빠가 자지 않으면 혼자 자야 했기에 함께 떼를 썼다.
그랬더니 아빠 엄마가 그럼 이제 안방에서 같이 자자고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네 식구가 같이 자면서부터 기이한 일들이 줄어들었다.
가끔 저녁에 쿵 하는 소리가 난다던가 , TV가 갑자기 꺼진다는가 등등 자잘한 일만 가끔씩 생기고 별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 날 이후부터 네 식구가 항상 같이 잤는데 며칠 후에
우리가 잘 때엔 큰 이불 두 개를 깔고 엄마 , 나 , 오빠 ,아빠 이렇게 누워서 잤는데
엄마 옆에는 이사 올 때부터 있던 그 화장대가 있었고 그 옆에 방문이 있었다.
그 방문을 항상 닫아 놓고 잤는데 그 날 따라 방이 너무 더운 것이다.
그래서 방문을 열고 잤는데 방문을 열어두고 나니 거실이 너무 무서웠다.
네 식구가 전부 긴장해서 스텐드 같은 것까지 켜놓고 쉽게 잠도 못 들고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다.
한참을 자는데 어디선가 이야기 소리가 계속 들렸다.
너무 시끄러워서 눈을 떴고 엄마 목소리인 것 같아서 ' 엄마 ' 하며 엄마 쪽을 보니
엄마가 뒤 돌아 누워있었다. 방문 쪽을 보고 돌아 누워서 자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옆 화장대 위에 사람이 올라가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화장대는 바닥에 앉아서 쓰는 식의 화장대여서 낮았고, 그 것의 하체가 눈에 잘 들어왔다.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떴는데 무섭기도 하고 도저히 눈을 다 뜨고 보기가 어려워서 실눈을 뜨고 그것을 보았다.
하얀 발목이 껑충 껑충 뛰면서 춤을 추며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내고 있었다.
사람의 말도 아니고 이상한 소리? 같은 것을 내며 계속 뛰었다.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거의 몇 십분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눈을 다 뜨지도 못하고 그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 것 같다. 그 다음 날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났는데 오빠가 어디 갔는지 자리에 없었고 아빠 엄마 모두
몸을 웅크리고 방문 쪽으로 돌아서 자고 있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는 찰나에 엄마가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아빠도 놀라 깨서 엄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다가 엄마와 마찬가지로 굳었다.
화장대 위에 있던 엄마 화장품이 다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
아빠도 엄마도 전부 밤에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는데
화장대 위에서 방방 뛰는 그것을 보고 한참 동안 가위를 눌리다 소리가 멈춰 겨우 잠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오빠가 없어진 것을 눈치 채고 가족이 오빠를 찾아서 거실로 나갔다.
근데 오빠가 거실에도 없고 작은 방에도 없고 창고를 봐도 없었다.
오빠 이름을 부르며 한참을 찾고 있는데 작은 방 옷장에서 오빠 우는 소리가 들렸다.
' 오빠, 옷장에 있나 봐! ' 말을 하니 아빠가 옷장 문을 열었는데
오빠가 괴성을 지르며 옷장에서 튀어나와 방 밖으로 나가다 넘어졌다.
엄마가 놀래서 오빠를 바로 일으켜 세웠는데 얼굴이 퉁퉁 부어서 밤세 울었는지
아빠랑 엄마가 왜 그러냐 물어도 대답도 안하고 ' 나가자.. 밖에 나가자 ' 란 말만 반복했다.
' 그래, 씻고 옷만 갈아입고 나가자 ' 라고 해도 싫다고 지금 당장 나갈거라고 소리 지르고 난리를 쳤다.
결국 오빠 상태도 그렇고 옷도 안 갈아입으려 해서 학교에 아프다고 전화하고 아빠가 오빠를 가게로 데려갔다.
학교를 다녀와 보니 오빠는 엄마 옆에 착 달라 붙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오빠한테 장난치고 놀렸을텐데 그럴 겨를 없이 나도 아빠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족들 전부가 집에서 시체마냥 TV 크게 틀어놓고 티비만 보다가
잘 시간 되면 방문 닫고 전부 다 안방에 모여서 다닥 다닥 붙어서 잤고, 5학년인 오빠는 혼자서 화장실 조차 가지를 못해서
한동안 아빠가 계속 같이 갔다. 오빠는 그 날 이후로 아무 말을 하지 않다 보니 대화도 단절된 느낌 이었다.
분위기 전환 겸, 가족끼리 외식을 한 그 날 밤, 오빠가 또 엄마에게 ' 집에 가지 말자 ' 고 했다.
아빠가 오빠를 달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해야 아빠가 안다고 아무 말도 없이 가지 말자고 하면 아빠 엄마는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빠가 당장은 이사를 못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면 다른데로 꼭 이사 할 테니까 뭐가 무서운지 얘기해 달라고 하니
오빠가 그 날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자다가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을 갔는데 너무 무서워서 화장실 문을 열고 볼 일을 봤다.
근데 어렴풋이 안방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일어났나 보다 싶어서 안 그래도 무서웠는데 잘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일을 보고 방에 가려고 입구에 들어서는 찰나에 화장대 위에서 키가 큰 여자가 하얀 천을 둘러 메고
머리는 산발에 발목만 하얗게 내놓고는 춤을 추며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 소리도 못 지르고 문 앞에서 꺽꺽대며 울고 있는데
그것이 화장대 위에서 폴짝 뛰어 내리더니 오빠를 잡으러 막 달려왔다.
그것을 피해 방으로 도망치자니 잡힐 것 같아서 작은 방에 있는 옷장 안으로 숨었는데
그게 옷장 밖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엄마 목소리도 흉내 내고 아빠 목소리도 흉내 내고 내 목소리도 따라했다.
그렇게 가족들 목소리로 ' 너 죽는다. 죽고 싶어? 당장 나와 죽는다 ' 얘기했다.
그렇게 밤새도록 옷장 앞에서 쿵쿵 뛰어 대면서 가족들 목소리로 협박했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로 끽끽 웃어댔다.
그렇게 오빠는 옷장 안에서 소리도 못 내고 밤새도록 울었다는 것이다.
그 날 밤에 이상한 소리가 멈춰서 가족이 잠을 잘 수 있었던 이유가 그 무언가가 오빠를 따라 방에서 나갔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됬는데 그 옷장은 우리가 이사하면서 가져간 옷장이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시집올 때 가져온 옷 장인데
외 할머니가 그 옷장 안에 다가 악한 것을 좇는 부적을 붙혀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이 옷장 안에 숨은 오빠에게 해코지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오빠와 나는 가장 가깝게 지내던 고모 할머니댁에 잠시 맡겼다.
오빠의 상태가 좋지 않아 맡겨두고 아빠 엄마는 그 집과 담판을 지으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이들을 맡기기 전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 까 고민을 했는데
친 할머니는 천주교인이라 불가능 했고 가끔 절도 다니고 용한 무당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외 할머니에게 연락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전화를 걸자마자 바로 받았다.
평소에 귀가 좀 어둡고 전화 벨 소리가 작아서 전화를 하면 한참 후에 받았는데 바로 받길래 엄마가
' 엄마, 왠일로 전화를 바로 받으셨대요? ' 하고 물었더니
외 할머니가 며칠 전부터 계속 같은 꿈을 꿨는데
돌아가신 외 할아버지가 꿈에서 액자를 뒤집어 들고는 계속 외 할머니를 쫓아 다녔다.
할머니는 이 영감이 나를 드디어 데려가려고 하나 싶어서 매일을 도망 다녔는데
어젯밤엔 도저히 꿈에서 깰 생각을 안하는 통에 너무 지쳐서 멈춰서서는
' 아니 영감! 대체 왜 이러는거야 ! ' 하고 화를 내며 물었는데
할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뒤집어 들고 있던 액자를 바로 해서 할머니에게 줬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그 액자를 들여다보는데 까만 액자안에 우리 가족 사진이 있었다.
근데 사진이 보면 볼 수록 이상하고 찝찝해서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우리 가족 말고 한 사람이 더 있었다고 한다.
산발 머리를 한 여자가 흰 옷을 입고 서는 자기도 우리 가족인 듯 우리 가족한테 딱 붙어서 있는데
그 모습이 섬뜩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 이후에 그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려 해도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서 온종일 걱정하며 엄마의 전화가 오길 기다렸다고 했다.
먼저 전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괜히 나쁜 꿈을 꾸고 전화하면 재수 옴 붙을까봐 그랬다고.
외 할머니의 말을 들은 엄마는 그간 있었던 일을 할머니에게 모두 얘기했다.
그러더니 꿈에서 본 사진꼴이 우리 가족한테 붙은 그것이 이사를 가도 쉽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며
내일 아이들을 맡겨 두고 내려오라고 했다 한다.
아빠 엄마는 나와 오빠를 고모 할머니댁에 맡긴 후 바로 외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
외 할머니는 용한 무당 집이라며 아빠 엄마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아빠는 천주교라서 무당 집은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한 가정집이었고
불교 용품이 있다는 것 외에 특이점은 없었다고 했다.
그 무당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인데 모시던 신 때문인지 미혼이었다.
외 할머니 말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용한 무당이라고 한다.
옷도 무당 같은 옷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있었고 넉살 좋게 웃으며 아빠 엄마를 반겨서
처음엔 그냥 무당의 가족인 줄 알았는데 외 할머니가 먼저 앉고 아빠 엄마가 따라서 앉으려는데
' 그렇게 걱정되는데 왜 안 데려왔어요 ? 데려 와야지 ' 하더란다.
아빠 엄마는 갑작스럽고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었는데
' 일단 앉으시구요. 딸은 안 데려와도 아들은 데려와야 하는데 ' 하면서 우리가 그간 겪었던 일들을 줄줄 꾀더란다.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딸은 한번 죽을 뻔하고, 아줌마는 놀라서 자빠지고 아저씨는 한번 호되게 홀리고
아들은 지독하게 괴롭힘 당하지 않았냐며 얘기했다고 했다.
어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었더니 정작 그 귀신은 아닌데 그 집에 있던 다른 귀신 하나가 엄마한테 붙어와서는
자랑하듯이 이야기 해주었다, 아주 즐거워하고 있다고 했다.
무당 아줌마의 말로는 그 집에 귀신이 여럿인데 아주 악질인 귀신 하나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데 그 귀신은 장난이 아니라
진짜 화가 나 있는 상태이고 다른 귀신들은 단순히 그 귀신을 따라하며 우리 가족이 놀라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아빠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으니 아들을 데려 왔으면 좋은데 안 데려왔으니 어쩔 수 없고
자기가 어차피 그 집을 한번 가봐야 될 것 같으니까 올라 갈 때 같이 가서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무당 아줌마가 그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얘기해 달라고 해서 아빠 엄마가 이것저것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무당 아줌마가 사색이 되어서 빨리 아이들 맡긴 곳에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이유를 물을 틈도 없이 허둥지둥 아빠도 고모 할머니댁에 전화를 했는데
그 전화를 했을 당시에 오빠가 많이 아팠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며 하루 종일 토를 했다.
그래서 고모 할머니가 우리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오빠가 갑자기 멀쩡해지더니
' 할머니, 나 이제 안 아파요 ' 라고 했고 의사도 오빠를 보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다시 집으로 왔는데
또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밤새도록 고모 할머니는 잠도 못 자고 오빠 간호를 했다.
전화를 끝내자 무당 아줌마가 당장 가보는게 좋겠다, 본인도 함께 가겠다며 아빠 엄마랑 외 할머니랑 무당 아줌마가
급하게 고모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아픈 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엄마에게 붙은 귀신이 갑자기 낄낄대며 웃고 너무 좋아하는 꼴이
분명히 그 악귀가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했구나 싶어서 알았다는 것이다.
무당 아줌마의 얘기를 듣고서 엄마는 계속 오빠 걱정에 울고 외 할머니는 달래주고 아빠는 무슨 정신으로 운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왔다고 했다. 내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아빠 엄마가 고모 할머니댁에 도착했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무당 아줌마가 엄마보다 먼저 오빠한테 달려가서는 오빠를 안고 막 울었다고 했다.
고모 할머니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오빠를 안고 우니 놀라서 멍하니 처다 보고
엄마는 그때 아무 이유 없이 서러워져서 무당 아줌마랑 같이 막 울었다.
외 할머니가 고모 할머니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아빠는 자고 있던 나를 깨워서 집으로 가자고 했다.
고모 할머니는 천주교여서 그런 것을 달가워 하지 않았기에 같이 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고모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가는데 차가 좁아서 나는 엄마 무릎 위에 앉고
오빠는 무당 아줌마 무릎 위에 앉아서 갔는데 무당 아줌마가 오빠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 우리 ㅇㅇ이, 우리 ㅇㅇ이 ' 하며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그때 그 아줌마가 무당인 것을 모르고 그냥 아는 사람인가 생각했다.
신기한 것은 아빠 엄마는 오빠 이름을 무당 아줌마한테 알려준 적도 없는데 무당 아줌마는 오빠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집에 가는 내내 오빠 이름을 주문처럼 외웠다. 외 할머니가 엄마에게 우는 모습이나 말투로 봐서는
아마도 돌아가신 외 할아버지 같다 라고 얘기 했었다.
그 집에 도착하자 무당 아줌마는 오빠를 내려놓고 무표정으로 집안으로 제일 먼저 들어갔고
집안에서도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았고 그냥 이 방 저 방 둘러보다가 유독 한참 동안 멈춰서 있을 때가 있었는데
창고 방이랑 안방 화장대 앞이었다.
그렇게 작은 방으로 가서 옷장을 열고 옷장에 있던 부적을 바로 찾아 떼버렸는데
부적이 불에 탄 것 마냥 누렇게 반 쯤 삭아 있었다.
새 부적을 붙힌 뒤에 오빠에게 ' 저번처럼 숨고 싶으면 발 길 닿는 곳에 숨으면 된다. 안전하니까 ' 라고 했다.
그리고는 거실에 있는 탁자를 갖다 버리라고 해서 아빠가 탁자가 크니 나중에 버리겠다고 하니
지금 당장 버려야 한다고 버리라는 통에 아빠랑 엄마랑 무당 아줌마 셋이서 탁자를 겨우 밖에 내놓았다.
그리고는 안방 화장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더니 버리면 큰 일 날 거라고 일단 두라고 얘기하고는
화장대 맨 밑 서랍 깊숙히 접은 부적 같은 것을 숨겨두었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부적이 어디에 있냐고 물으면 절대 알려주지 말라고 우리 가족에게 신신당부했다.
창고 방에도 부적을 붙히고는 되도록이면 들어가지 말라고도 했다.
그리고 나서도 무언가 찝찝하다며 둘러봤던 곳을 또 둘러보고 또 둘러보다가
갑자기 무당 아줌마가 TV를 받히고 있는 장식장도 버려야 한다고 해서 또 셋이서 그걸 낑낑 거리면서 뺏는데
장식장 뒤에 머리카락이 한 웅큼 있었다.
무당 아줌마는 그것을 보고 질겁을 했다. 당장 쓸어 없애버려야 한다면서.
바닥에 뭘 쏟았었는지 찐득한 것에 머리카락이 한 웅큼 달라 붙어 있었고 고약한 냄새까지 났다.
신기하게도 그런 것이 있는데도 그 집에선 벌레 한마리가 없었다.
아빠 엄마는 장식장을 버리러 나갔고 무당 아줌마는 걸레를 빨아와서는 ' 독한 집이야 , 독한 집 ' 하며 그 찐득한 것을 닦았다.
그리고는 머리카락과 오물이 묻은 걸레를 봉지에 싸서 밖에 내다 버렸다.
아빠 엄마에게 무당 아줌마는 ' 뱀 술에 사람 머리카락이다 ' 라고 했다고 한다.
그 찐득한 것이 뱀 술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갖다 버릴 건 갖다 버리고 할 것은 다 했는데 무당 아줌마가 아직은 아니니까 당분간은 말한 것, 잘 지키라고 했다.
자기는 다시 본인 집으로 간다고 몇 달 뒤에나 굿이나 하러 올테니까 그때까지만 잘 버티고 있으라고 얘기했다.
무당 아줌마가 돌아간 후에 집 꼴이 말이 아니었다.
TV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놓여 있고, 쇼파 앞은 어떤 것도 놓여져 있지 않아 휑했다.
그래도 당시 가족끼리 약속이라도 한 듯 무섭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거실에서 불 켜 두고 부루마블같은 보드게임 꺼내 놓고 그걸로 놀고
밤 되면 가족끼리 우르르 몰려가서 양치하고,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가족들 차례대로 볼 일보고
나머지 가족들이 밖에서 기다려주고 우르르 안방 가서 자고 그랬다.
그렇게 다 같이 잠이 들었는데 밤새 자꾸 잠에서 깼다.
좀 몽롱하게 깬 것 같은데 바닥에서 슥슥 소리 같은게 들렸다.
소리는 들리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은 하지 못했다.
수면제를 먹은 것 같이 맥 없이 깼다가 다시 잠들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자고 깨는 동안에도 슥슥 하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렸다.
다음 날 아침에 아빠 엄마 오빠 모두가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소리는 나만 들은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
그렇게 한 달은 별 일 없이 모두가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 주인 집 할머니가 찾아왔다.
아빠 엄마가 굿을 해도 되냐고 연락 했더니 찾아 온 것 같았다.
오자마자 다짜고짜 아빠 엄마한테 동네 시끄럽게 무슨 굿을 하냐고 , 집 계약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냥 조용히 살다가 나가면 되지 않냐고 화를 냈다.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 하다가 아빠 엄마가 홧김에 오늘 하루 이 집에서 잠을 자보라고 했다.
근데 할머니가 그러겠다고 하면서 진짜 우리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있었다.
우리 가족은 거실에서 자고 할머니에게는 작은 방에서 자라고 얘기해주었다.
할머니도 알겠다고 대답했는데 갑자기 저녁을 먹다가 할머니가 창고 방을 가르키면서
저 방은 뭐로 쓰고 있냐고 물었다.
아빠 엄마 말로는 이미 다 설명을 들어 놓고는 또 물어보는 거라고 했다.
그냥 창고라고 다시 설명했더니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그 방을 구경 하겠다고 들어가려는 것이다.
아빠 엄마는 그때 너무 놀라서 멍하니 할머니를 보고 있었다.
방 안을 보다가 방문에 있는 부적을 보고는 이딴 걸 왜 갖다 놓았냐며 화를 내길래
내가 ' 그 방은 무당 아줌마가 들어가지 말라 그랬는데요 ' 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갑자기 작은 방 말고 창고 방에서 잠을 자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빠 엄마가 할머니를 계속 말리고 말렸는데도 끝까지 창고에서 잠을 자겠다고 하는 통에
그냥 그 방에 이불을 깔아주고 우리는 안방에서 잤다.
한참을 자고 있을 때,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막 화를 내는 소리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분명 누군가가 화를 내는 소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창고 방에 있는 주인 집 할머니 목소리여서 아빠를 깨워 그 방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방 안에서 할머니가 ' 어디 있어! 죽는다! 진짜 죽는다! 어디에 있냐고! ' 하며 방 안에서 책 같은 물건을 던지는 소리가 났다.
아빠 엄마가 놀라서 방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이 뻑뻑하니 열리지가 않았다.
힘을 줘서 방문을 열자마자 할머니가 ' 여기 있다!! ' 하고 소리치며 방 안에서 튀어나와 문지방으로 달려들었다.
엄마가 놀라서 소리 지르고, 나는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소리를 따라 창고 방 쪽으로 갔는데 할머니는 문지방에 막 달려들고 있고
아빠는 할머니를 뜯어 말리면서 ' 여보!! 여관 집 좀 불러와!! ' 하면서 소리쳤다.
아빠가 할머니를 말리면서 봤는데 할머니가 달려드는 문지방에 접어 놓은 종이가 테이프로 발려 있었다고 한다.
우리도 모르게 무당 아줌마가 부적을 붙혀 두고 간 것 같았다.
엄마는 잠에서 깬 나에게 방으로 돌아가라고 하며 여관 집 아저씨를 데리러 나갔다.
엄마가 여관 집 아저씨를 데려와서 할머니를 아빠랑 아저씨가 겨우 그 방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아빠 말로는 그때 그 할머니 힘이 보통 노인네 힘이 아니라 장사였다고 장정 둘이서 말리는데도 힘이 들었다고 했다.
더 이상한 점은 창고 방 밖으로 할머니를 데려오니까 할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쇼파로 가서 잠을 잤다.
그 모습을 여관 집 아저씨랑 아빠가 보고는 진짜 한 참을 넋 나간 듯 바라 보다가
여관 아저씨가 자기 어머니가 왜 저러냐고 따져 묻는데
아빠 엄마도 뭘 알아야 대답을 할 것 아닌가.
아무튼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 하자며 아저씨는 할머니를 부축해서 내려갔다.
나는 그 일을 본 후에 다시 안 방으로 와서 잠에 들었다.
근데 꿈에서 노란색 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나오더니 내 이름을 부르며 이리로 와보라고 했다.
나는 거부감이 하나도 없어서 아저씨에게 가까이 다가갔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 일어나!!! ' 하며 크게 호통쳤다. 그 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천둥이 치듯 크게 들렸다.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많이 놀라 벌떡 꿈에서 깼는데 꿈에서 본 아저씨 얼굴이 너무 생생했다.
안 방은 깜깜하고 조용했는데 방 문이 살짝 열려있어 밖에서 어른들 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나가기보다 오빠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빠를 흔들어 깨웠다.
그랬더니 오빠도 깜짝 놀란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
서로 말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데 아빠 엄마가 들어왔다.
우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불을 키고 나쁜 꿈이라도 꿨냐며 물어보는데
나는 그냥 꿈에서 어떤 노란 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일어나라고 소리치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오빠도 같은 꿈을 꿨다는 것이다.
오빠의 꿈에서 아빠 엄마랑 내가 방 안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고 했다.
오빠가 엄마에게 뭘 찾는거냐고 물으니 엄마가
' 야, 밖에 무당 아줌마가 왔는데 부적을 갖고 오란다. ' 라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아빠가 ' 근데 어디 있지? 야, 넌 부적이 어딨는지 기억하니? ' 라고 하는데
오빠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무당 아줌마가 그렇게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왜 기억을 못하지? 하는 생각도 들고
게다가 내가 빠른 속도로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장롱 밑을 보고 다니는게 무섭고 이상했다고 한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아빠 엄마는 우리를 부를 때, 야 라고 하지 않는다.
항상 ㅇㅇ야 이름을 부르거나 아들~ , 딸~ 하고 부르지.
그것이 수상해서 밖에 진짜 무당 아줌마가 있는지 확인하려 문 밖을 봤는데
처음엔 잘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뚜렷해졌는데
하얀 옷을 입은 산발 머리의 그 여자가 서 잇더란다.
저번과는 달리 오빠가 그 여자의 얼굴을 정확히 봤는데 얼굴이 뱀 비늘처럼 되있고
귀까지 찢어진 입에서는 뱀 혀를 쭉 빼고 있는데 , 방에는 들어오지 못하는 것인지
계속 닫혀 있지 않는 방으로 들어오질 못하고 머리를 허공에 유리라도 있는 것 마냥 쿵 쿵 찍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빠가 더 가까이 가니까 머리를 미친속도로 쾅쾅쾅쾅쾅 찍더란다.
오빠가 너무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는데 등 뒤에 뭐가 부딫혀서 봤더니 노란 옷을 입은 아저씨가
그 여자를 보고 천둥 같은 목소리로 ' 가!!! ' 하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그때 내가 오빠를 깨워서 잠에서 깼는데 오빠도 그 아저씨의 얼굴이 너무나 생생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날 밤, 가족들 모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며칠 후, 엄마가 외 할머니한테 전화하여 그 날 있었던 일을 말했는데
외 할머니는 듣자마자 그 꿈에 나온 노란 옷을 입은 아저씨가 외 할아버지 인 것 같다고 했다.
알고 보니 외 할아버지 , 할머니가 엄마를 낳고 첫 돌 날 입은 옷이 그 노란 옷이었다.
지금은 그 아저씨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외 할머니 댁에서 외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오빠랑 내가 꿈에서 본 아저씨가 맞다고 했었다고 한다.
얼마 후 아빠가 1층 여관 집에 내려갔더니 주인 할머니는 없었다고 한다.
새벽에 도망치듯 집에 갔다고 했다. 다행히도 여관 집 아저씨와 얘기해서 굿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날, 할머니의 꼴을 같이 봤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해야하나.
할머니가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 뒤로는 그 할머니를 본 적이 없다.
웃긴게 할머니도 그 집에서 그렇게 놀라 도망쳐 놓고 서는 끝까지 우리 가족 이사는 못 가게 했다.
아무튼 그 날, 굿 허락을 받고 아빠는 한 시름 놓았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내 몸이 너무나 피곤했다.
밤마다 잠에서 깨고, 슥슥 소리도 밤새 들리고 진짜 황달이 온 사람처럼 얼굴도 누렇게 뜨고
엄마가 걱정되서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스트레스 받고 많이 피로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상하게 가족들은 한번도 깨지 않고 잘 자는데 나만 유독 하루밤에 10번 이상을 깼다.
그 시기에 학교에서 코피도 여러번 터지고 뭘 먹기만 하면 자주 체했다.
하루는 내가 엄청 아픈 날이었다.
그 날 엄마가 밤에 나를 돌보다가 너무 졸렸다고 했다.
12시에 너무 졸려서 미칠거 같은데 내가 혹시나 잠든 사이에 큰 일 날까 봐
이를 악물고 졸음을 참았는데, 12시 반 쯤 되니까 내가 갑자기 엎드려 눕더니 몸을 웅크리고 절 하는 것 같은 자세로
한참을 있더란다. 그런 날 보고 엄마는 ' ㅇㅇ아, 왜 배가 아프니? ' 하며 나를 일으키려고 했는데
내가 꿈쩍도 하지 않더란다. 엄마가 아빠를 깨웠는데 아빠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엄마 혼자서 날 어떻게 해보려고 10분을 넘게 실랑이 하다가 결국 지쳐서 나가 떨어졌다.
근데 갑자기 내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땅에 머리를 처박고 절을 하는 자세로 방을 막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이상한 포즈를 취한 채 , 손톱이 바닥에 스쳐서 슥슥슥 소리를 내며 기어 다니는데
엄마는 너무나 무서워서 그저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보고 있다가 본인도 모르게 잠에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젯 밤에 있었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장 외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여 내가 아픈 것과 밤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니
외 할머니가 무당 아줌마와 함께 집으로 조만간 찾아오겠다고 했다.
다음 날, 무당 아줌마가 집에 전화하여 내 안부를 묻고 아무래도 아프다고 하니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지를 알려주었다고 했다.
엄마 본인만 알고 가족들에게도 알려주면 안된다고 얘기하고, 12시가 되면 화장대 서랍에 숨겨 둔 부적을 꺼내서 오른 손에 쥐고
그걸 품에 안고 방문을 등지고 앉아 있으면 12시 반이 지나고부터 잠이 엄청 쏟아질텐데, 4시까지 절대 잠들면 안되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던지 건들지 말고 가만히 부적만 품에 품고 있으라고 했다.
4시가 되면 화장대 서랍 중, 다른 곳에 부적을 숨겨두고 그 다음 날에는 오빠랑 나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가족 모두 기다리라고 했다 한다.
그날 밤이 되고 가족들 모두 잠이 들고 엄마는 계속 나를 돌보다가 12시가 되기 전에 화장대에서 부적을 꺼냈다.
무당 아줌마가 일러준 대로 오른 손에 쥐고, 품에 안은 채 문을 등지고 앉았는데
정말 잠이 미칠 듯이 쏟아졌다. 입 안쪽 살을 깨물어 가며 잠을 참고 있는데
내가 갑자기 일어나 엎드려 절하는 자세를 했다.
엄마는 놀랐지만 그냥 그 모습을 숨 죽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전 날처럼 얼굴을 처 박고서 손톱을 세우는 게 아니라 강아지처럼 엄마한테 기어와서는
엄마 옆에 강아지가 눕듯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런 내 행동을 보느라 잠이 깬 것도 잠시, 다시 미칠 듯이 잠이 쏟아지는데
볼을 그렇게 피가 나도록 깨물어도 너무 졸려서 어쩌다 잠에 들 정도였다.
근데 그럴 때마다 내가 엄마 다리 위에 두 손을 올리고 꾹꾹 눌러서 깨웠다고 한다.
그렇게 4시까지 버텼더니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자리로 가서 잠을 잤고
엄마는 가족들이 모르게 다른 서랍에 부적을 숨기고 잠에 들었다.
그 다음날, 무당 아줌마와 외 할머니가 찾아왔다.
이상하게 무당 아줌마가 갈치를 한가득 사들고 찾아 왔는데 엄마에게 갈치를 주면서 저녁밥은 이걸로 하라고 했다 한다.
갈치를 냉장고에 넣어 둔 뒤에 무당 아줌마와 우리 가족은 거실에 모여 앉았다.
무당 아줌마가 한참을 말 없이 집안 이곳 저곳을 보다가 갑자기 엄청 상냥한 말투로 엄마에게
' 혹시.. 미미라는 고양이 기억하세요? ' 라고 물었는데
엄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뭔가에 쿵 하고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미미는 고양이였다. 엄마가 중학생일 때 키우던 고양이.
미미는 길 고양이였는데, 새끼를 낳다가 새끼는 몸이 너무 약해서 죽어버리고 미미도 거의 죽어가던 걸
엄마가 주워와서 외 할머니 허락 하에 키웠다고 했다.
외 할머니는 미미한테 살쾡이가 살이 쪘다고 살찐아 라고 불렀는데 엄마는 그게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외 할머니 모르게 미미라는 이름을 붙혀줬다.
근데 그 이름은 엄마만 알고 있고 외 할머니가 알았다고 해도 무당 아줌마가 그 이름을 알 턱이 없었다.
정성을 다해 돌봐서 건강을 회복한 뒤로도 거의 10년을 키웠는데
사실상 키웠다고 할 수도 없는 게, 원래가 길 고양이 인지라
집에 붙어있지를 않았다. 그런데 항상 엄마가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면 대문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외 할머니가 주는 밥은 안 먹고, 엄마가 주는 밥만 먹었을 만큼 엄마를 좋아했다.
근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를 않았다.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내리는데 고양이가 돌아 오질 않으니까 엄마는 며칠을 비 맞으며 고양이를 찾았는데 결국 찾지 못했다.
엄마는 당연히 기억한다고 했고 무당 아줌마는 뭐가 기쁜지 박수까지 쳐가며 엄청 좋아했다.
그리곤 한동안 상냥한 말투로 나에게도 괜찮냐고 말을 걸고 쓸데없이 가족들 한명 한명에게 까지 안부를 물었다.
아마도 그 미미라는 고양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10분 쯤 지나니 원래의 무당 아줌마 말투로 돌아왔다.
' 그 고양이랑 전생부터 인연이 아주 깊다, 여러 번 생을 돌면서도 서로가 서로의 은인이었던 인연인데
지금 그 고양이가 딸 옆에 있다. 안 방 화장대에 숨겨져 있는 부적은 귀신이 안 방에 들어오면
작열통을 느끼게 하는 부적인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달려들면 결국은 존재가 소멸하는 부적이다.
근데 그 고양이가 엄마와 가족을 지키려고 매일 밤 혼을 깎아 먹는 작열통을 견디면서 그 방을 지키고 있다. ' 고 얘기 했다.
무당 아줌마가 부적으로 괜찮을 거라고 고양이를 설득 했는데 고양이가 끝까지 지키겠다고 그 방에서 움직이지를 않는다고 했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펑펑 울었다.
무당 아줌마는 부적을 없애주고 싶지만, 부적 없이는 집에 있는 귀신이 팔뚝 만한 구렁이 인데
그 구렁이로부터 고양이는 절대 가족을 지켜줄 수 없고, 때면 가족이 큰일 날 거라 그럴수가 없다고 했다.
더군다나 고양이가 가족을 지켜준다고 딸 옆에 있어봤자 귀신이 붙어있으면 수호령이 아닌 이상 산 사람은 힘들다,
고양이는 그것을 모르니 오늘은 고양이의 혼이 다 갉아 먹히기 전에 고양이를 보내주러 왔다고 했다.
그날, 저녁 식사 후 고양이를 성불 시키는 제사를 간단히 지냈다.
무당 아줌마가 사온 갈치는 제삿상에 올라갔고 나는 무당 아줌마가 시키는데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제사 지내는 중간 중간 기억이 뚝뚝 끊기는 듯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아빠 엄마 말로는 그냥 아무 일 없이 끝난거라고 했다.
무당 아줌마는 제사 후에 곧바로 돌아갔다. 당장 굿은 어려우니 몇 달 더 있으라고 했는데
우리 가족이 왜 그런지 물어 볼 입장도 아니었고 아빠 엄마도 그럴 성격이 되지 못해서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제사를 지내고 나는 잠을 잘 자게 되었다.
하지만 무당 아줌마가 가면서 새로 당부한 부분이 있는데 오빠에게 꿈에서 무엇이 나와서 말을 걸든 간에
대답을 하지 말라고 했다. 대답을 하더라도 4번 이상은 절대 안된다고.
그 뒤로 3개월을 가족이 안 방에 갇혀 지내 듯 지냈다.
무당 아줌마가 안 방 말고는 잠자리로 안전한 방은 없다고도 했다.
오빠는 그 3개월 동안 잊을 만 하면 이상한 꿈을 꿨다고 한다.
오빠 일기에 적혀 있는데로 말하자면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어디 아파서 왔냐고 묻는 꿈
-길을 잃어버려서 경찰이 이름 등을 물어보는 꿈
-엄마가 화내면서 뭘 잘못 했는지 말할 때까지 때린다며 때리는 꿈
-심지어 퀴즈 쇼에 나가는 꿈까지.
그것들이 무당 아줌마가 말했던 질문 인지는 몰라도 신기하게도 꿈을 꿀 때마다 오빠에게
남자 목소리가 ' 꿈이다, ㅇㅇ아 ' 하고 말해주는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오빠도 꿈인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이 많아 대답을 했을지도 몰랐을 것인데
매번 꿈인 것을 알게 해준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시기에 무당 아줌마가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
밤 중에 갑자기 젊은 여자 한명과 찾아 왔는데 원래라면 사복차림이었겠지만
무당 옷까지 입고 와서는 우리에게 오늘 밤 다른 곳에서 자고 오라고 했다.
엄마랑 우리는 고모 할머니댁에서 잤고 아빠는 가게에서 쪽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집으로 갔더니
같이 왔던 젊은 여자는 이미 돌아갔는지 없었고 무당 아줌마가 다 끝났다며 인사하고 갔다고 한다.
가면서 ' 집에 향 냄새 빠지면 마누라랑 아이들 데리고 들어가서 이사 갈 때까지 편하게 지내라 ' 고 얘기했는데
아빠가 무당 아줌마에게 돈을 쥐어주려고 하니 외 할머니한테 은혜 입은 것이 있다며 거절하고 그냥 갔다고 한다.
그 뒤로는 거짓말처럼 아무런 일도 없었고 우리는 두 달 후에 이사를 했다.
후에 아빠가 당시 동네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전에 살던 사람이 산 좋아하는 부부가 살았는데 산에 가면 뱀을 잡아다가 산 채로 술을 담그고
그걸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고 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겪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영적인 부분으로 힘든 사람들이 무당 아줌마에 대해 소개 해달라고 하는데
안타깝지만 그 아줌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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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잼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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