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왜 왜 왜 그래 왜!! ' 라고 묻자 B는 말했다.
' 다 필요 없고 빨리 체육관으로 튀어와 똥기름에 튀겨버릴년아 '

나는 밤 11시에도 친구가 부른다고 나가는 애다.
다음 날 출근의 압박 따위는 없었다.
바로 B네 체육관으로 갔다.
체육관에 갔더니 B가 링 옆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 야, 왜 이 시간에 여기에 있어? '
' 이거.. 이거.. 안 풀린단 말이야 '

B가 보여준 것은 내가 선물한 그 팔찌였다.

' 아 뭐야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

B에게 말하며 B의 팔목에 있는 팔찌 똑딱이에 힘을 줘서 풀어보려고 했는데,
똑딱이가 정말 꼼짝을 하지 않았다. B도 못 푸는데 내가 풀 수 있을 리가.
순간 소름이 돋았고 온 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 야, 이거 어떡해. 진짜 안되네 '
' 으아아아아아아 나 어떡해 '
' 그런데 너 왜 이 시간에 체육관에 있냐니까? '
' 지금 그게 문제냐고 !! '

그렇게 B의 팔목에 있는 팔찌와 한창을 실갱이를 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A 였다.

' 너 서울 왔다며? 무사 귀환 추카추카 '

우리는 여러모로 A에게 의지를 참 많이했다.
아버지와의 지방 출장에서 방금 돌아온 A에게 B가 난처하게 됐다며 체육관으로 와 달라고 했다.
A의 집은 B의 체육관과 가까워서 10분도 지나지 않아 A가 왔다.
A는 뭔데? 하며 들어오자마자 B를 보더니 ' 아 진짜 골 때리네 ' 라고 말했다.

' 너, 이거 어디에서 났어? ' 라고 A가 나에게 묻자 B가 바로 대답했다.
' 저 우라질 것이 중국 갔다 온 기념품이라고 줬어 '

A는 B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하며 나갔다.
B는 저런 년인 줄 몰랐다며 A를 욕했다.
A가 편의점에 간 사이 나는 B에게 팔찌가 녹 슬어서 그런 것 같다며 체육관에 있는 기름을 칫솔에 묻혀서
팔찌에 살살살 비볐다.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 팔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B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 야.. ... '
' 너.. 왜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까 괜히 공포를 조성하지 마라 '
' 이거.. 원래 이렇게 꽉 조여져 있었냐? '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팔찌는 B의 팔목에 처음 찼을 때 보다 많이 조여져 있어서
B의 팔목 둘레에 빈 공간 없이 꽉 차 있었다.
나는 B를 안심 시키고자 우리가 자꾸 만져서 팔목이 부은 거야 라고 했지만 B는
그래도 이렇게 꽉 조여져 있었다고? 하며 몸을 덜덜 떨었다.

우리는 귀신을 믿는다.
그 말을 들은 내가 슬쩍 B에게서 거리를 두자 B는 소리쳤다.

' 니가 사온 거잖아!! 나한테서 떨어지지마!! '

직후에 A가 돌아왔다.
A의 손엔 편의점 봉지가 들려있었고 B는 A를 보자 빨리빨리빨리빨리 하며 랩을 했다.
A가 사온 것은 전병과 찹쌀 떡이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B의 팔목에 걸었다.
B는 정말 무서웠는지 팔목에 걸려 있던 봉투가 사정 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B가 떤다고 하기에는 그 떨림이 조금 심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 떨림이 멈췄다.

' 이게 진짜 되네? '

A가 말했다.
그리고는 절대 풀리지 않던 팔찌를 A가 쉽게 풀었다.
B는 팔찌가 풀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비누로 팔목을 미친 듯이 씻었다.
팔을 씻고 돌아온 B는 A에게 ' 뭡니까? ' 라고 물었다.
B가 존댓말을 한 다는 것은 그만큼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A가 체육관에 왔을 때, 본 것은 팔찌가 걸려 있던 B의 팔목에 매달려 있는 4살? 5살? 정도 되보이는 여자 귀신이 보였다.
계속 '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 하며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A가 요즘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받아 들이고 관심을 가져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우연히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아기 영가는 먹을 것만 주면 떨어진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중국에서 데려온 영가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전병과 찹쌀 떡을 사오는 배려심도 잊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B는 다시 화장실로 가서 팔목을 미친 듯이 씻고서는 글러브를 끼더니
' 야, 너 올라와 ' 라며 나를 링 위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 어디서 줄 게 없어서 귀신을 붙여? ' 라며 욕을 했다.
A가 겨우 말려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이후부터는 내가 주는 모든 선물을 A에게 물어보고 괜찮다는 말을 듣고 가져가는 좋은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B에게 주었던 팔찌는 A가 가져갔는데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
호들갑 떠는 B 덕분에 내가 중국에서 사온 모든 물건은 A의 검열을 통해 다시 주인들에게 돌아갔다.
오로지 B에게 준 팔찌만 문제였다.


A에게는 남동생이 있었다.
우리는 D라고 불렀다. D라는 별명도 내가 붙혀 준 것이다.
나는 D와 친했다. 왜냐면 D는 내 동생인 E와 친구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A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근데 그 날 내 동생도 친구를 데려왔고 A와 D는 개떡 같은 우연으로 우리 집에서 마주쳤다.
늘 보던 얼굴들이라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는데
각자 저 놈이 왜 ? 저 기집애가 왜? 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냥 서로 모른 척 지나칠까 했는데 D가 먼저 A를 아는 체 했고
그 때가 비가 오던 날이라 남매 넷 이서 빈대 떡 지지고 같이 논 기억이 있다.

아무튼 그런 D를 탐내는 자가 있었는데 바로 B.
B는 형제가 없었다. 외동이다.
B가 자꾸 D를 보며 침을 흘리니 나는 화가 났다.

허구언날 우리 집 옥상에서 고기 구워서 먹고, 옥상에 있는 창고에서 잠도 자고
수박 먹고 병아리도 키우고, 하루 종일 만화 책도 보고
정말 고등학교 때 얘네랑 지낸 추억은 두고두고 회상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은 우리 집 옥상에서 불꽃 놀이를 하기로 했었다.
감히 주택가에서 위험하게 민폐 짓을 하냐고 생각하겠지만 양해 바란다. 철 없는 아이들이었다.
A는 집에 갔다가 온다고 해서 나와 B가 문방구 가서 불꽃 놀이를 한 보따리를 샀다.
나는 바닥에 던지면 소리 나는 콩알탄이랑 빼빼로만 샀는데 B는 포부가 워낙 남다른 근육 우먼이라
불꽃 분수도 사고 하늘 위에 뻥뻥 쏴대는 거랑, 폭풍 불꽃 팽이 같은 스케일이 남다른 폭죽만 샀다.

그 중에 B가 사면 안될 것이 있었는데 , 의외로 여성스러운 B가 아로마 향이 나는 삼각 초도 함께 산 것이다.
개당 300원짜리 였는데 욕심도 많아서 색깔 별로 가지각색을 샀다.

' 그걸 왜 사? '
' 방에다 피우게, 요즘 두통이 있어서 이런 게 좋대 '

내가 저 B의 말을 듣고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냥 웃겼다.
그땐 아로마 향초가 끌고 올 후폭풍을 감히 상상도 못했었다.

나와 B는 먼저 창고에 도착해서 폭죽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두근두근 하며 다른 일행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해가 진 6시가 됐는데도 A도 D도 E도 오지 않았다.

' 내가 D에게 문자 해볼 까? ' 라고 말했지만 나는 B의 개수작을 모르지 않았다.
' 내가 내 동생한테 할 건데? ' 하고 D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D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 니 씹혔네 ' 하며 재수 없게 웃으며 자기 핸드폰으로 D에게 전화를 했다.

D는 B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 너도 씹혔네 ' 하며 더 재수 없게 웃었다.
그렇게 나와 B는 괜히 민망해서 계속 웃었다.
그 때, A가 올라왔다. 누구를 믿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에는 불꽃 놀이 세트가 들려있었다.

' 우리가 다 알아서 샀는데 뭐하러 또 사왔어? ' 라고 물었지만 A는 그런 B의 말을 무시하고
' D는 아직 안 왔어? ' 라고 말했다.
' 응, D가 B 전화 안 받아 ' 라고 말하자 B는 유치하게 ' 쟤는 동생이 지 전화 안 받아 ' 라고 했다.

그러자 A가 ' 아까 같은 반 애 조문 간다고 문자 왔었어 ' 라고 했다.
D와 E와 같은 반 여자애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그래서 반 친구들이랑 담임 선생님이랑 해서 다 같이 조문을 갔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급 다운 됐었다.

조금 뒤에 E에게서 ' 집 근처야, 폭죽 샀어? ' 라고 문자가 왔다.
대충 답장을 하고 A에게 ' 이런 날 , 불꽃 놀이 해도 돼? ' 라고 물었다.
A는 ' 어떤 나라는 불꽃 놀이도 장례 의식이래 , 잘 몰라 나도 ' 라고 대답했다.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는 것이 불편했는지 B는 ' 이거 피울까? ' 라고 말했다.
아까 샀던 아로마 향초였다.
A가 ' 그런 것도 샀어? 해봐 해봐 ' 하며 맞장구를 쳐주니까 B는 또 좋다고 바로 초를 켰다.

하지만 역시 싸구려는 싸구려였다.
살다 살다 그런 야리야리 한 냄새는 처음이었다.
우리가 있던 옥상은 아로마 향과 독한 구린내가 진동을 했다.
나만 싫어한 게 아니고 A도 ' 야, 그거 그냥 버려 ' 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끄럽게 있는데 D와 E가 도착했다.

D는 그윽한 눈빛으로 맥아리 없이 어깨가 축 쳐져 있었다.
아마 그 여자애랑 많이 친했나 싶었다.
E가 A와 B를 끌고 폭죽들을 들고 놀이를 시작했다.
나도 어깨가 축 쳐져 있는 D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자 혼자 뒤 따라 나갔다.

뻥뻥 피유유웅 슈슉 펑 퍼펑

광란의 불꽃 놀이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E가 어어어어? 라며 소리를 쳤다.
나는 그 반응을 보고 뒤를 돌아 봤는데 , 우리가 있던 창고에 불이 나 있었다.
침착한 내 동생은 119에 신고를 했고, 우리가 있던 옥상 창고는 아빠 공장에서 쓰다 남은 원단을 보관하던 곳이라서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 D !! 안에 있잖아 !! '

A는 D를 부르며 창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나와 B는 울면서 A를 붙잡았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던 소방서 덕에 신고한 뒤 바로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일단은 D를 제외한 우리는 옥상에서 내려갔다.
A는 정신이 반 정도 나간 애가 돼있었고 D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순식간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우리 아빠도 왔다.

근데 신기 하게도 D가 반대 쪽 횡단보도 앞에 서있었다.
내가 D!!! 하며 소리를 치자 A도 눈물 콧물 범벅 된 추한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D를 쳐다봤다.
D는 횡단보도를 건너 우리에게 왔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 너 ,분명히 창고 안에 있는 거 내가 봤어, 내가 너 불속에 있는 거 봤어!! '

A가 D를 보며 소리치자 D는 무슨 소리를 하냐며 A를 딱하게 쳐다봤다.
창고 안에 자기 혼자 두고 본인들 끼리 신나게 불꽃 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본인은 슈퍼에 가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A는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 너 그 옷 입고 장례식에 갔다 왔어? ' 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D는 ' 아 .. 맞다 ' 라고 대답했다.

A의 아버지는 장의사다.
그래서 A도 D도 그쪽에 대해서는 지식이 많다.
A가 처음 귀신을 보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이건 다음에 이야기 하겠다.

장례식에 다녀오면 입고 갔던 옷은 잘 털어서 하루 동안 밖에 걸어두거나
빨아서 입어야 한다고 한다.
대부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장례식장 영가들이 붙어 올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 A네 가족은
기본적으로 반드시 지키는 것들이 많은데 이 내용도 그 중에 하나라고 했다.
자세한 것은 또 나중에 이야기 하겠다.

내 동생은 옥상에 오기 전에 갈아 입고 왔는데 D는 깜빡하고 그냥 온 것이다.
A가 불이 난 창고에서 봤다는 D는 아마 장례식 장에서 D에게 붙어온 영가일 지도 모르겠다.



A의 아버지는 장의사다.
장의 업은 A네 가업이다.
특이한 것은 사위들이 그 업을 4대 째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A의 아버지도 A의 외할아버지에게 이어 받았고
A의 외할아버지도 장인 어른에게 이어 받았다.
그 장인 어른도 그 위의 장인 어른에게 이어 받았다.

이해가 어려워서 머리가 아픈가? 괜찮다. B는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장의사라는 직업이 요즘에 다시 뜬다고는 하지만 옛 세대에서는 ' 염쟁이 ' 로만 불려져 왔던 직업인 건 다 알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시선이 고운 직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특히나 젊은 여자가 장의사를 한다고 하면 뜯어 말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A가 지키고 있는 다짐이 있는데

첫째, 결혼은 하지 않는다
둘째, 죽은 자의 덕을 보지 않겠다
셋째, 가업을 내가 이어 받고 끊겠다

A는 본인이 가업을 받고 자기 대에서 끊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도 하지 않겠다며 여태까지 남자 친구 한번을 사귀지 않았다.
물론 A네 외할머니가 노발대발 역정을 내며 열심히 반대를 하고 있지만
A의 아버지가 그렇게 하라며 인정해줬다.

A는 우리들 사이에서는 믿음 가고 신기한 친구지만,
A네 집에서는 A의 말이 곧 법이라고 했다.
A가 그랬는데, 자기 집안은 지금까지 아들이 없었는데 그런 업보를 끊기 위해서 D가 태어난 것이라고 했다.

위에서도 적었듯이,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하겠다.

A네 외할아버지는 D를 보면 아는 척도 안 했는데 A는 학교가 끝날 때쯤이면 마중 나와 있을 정도로 A를 아꼈다.
그런 외할아버지는 A가 10살이 되던 무렵, 병으로 누워있었다.
어른들은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니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A에게 말했지만,
A는 하루에 한번은 아무도 모르게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서 누워 있는 할아버지에게 그 날 하루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어린 A의 눈으로 봤을 때, 할아버지는 아픈 사람 같지 않았고 말도 잘했는데 왜 다들 걱정일까 싶었다.
그래서 A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는데
할아버지는 ' 아직 몰라도 된다 ' 하며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A가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는 것을 할머니에게 들키고 나서 A는 다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이것을 어길 시에는 머리카락을 잘라 버리기로 했다고 한다.
머리카락이 잘릴까 봐 집 밖으로 나오긴 나왔는데, 언제 다시 들어가야 하나 싶어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A에게 다가왔다.

' OO이는 집에 안 가니? '

할아버지가 A에게 물었다. A는 처음 본 이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라는 의문점이 들었지만
자기 가슴에 있는 명찰을 만져보고 ' 갈 거에요 '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 쯧쯧, 황가를 방해해서 혼이 났구나 ' 라고 혀를 차며 말했다.
황가가 누구냐며 A는 물었지만 할아버지는 ' 아니다. ' 라고 답했다.

A는 그때 이 할아버지가 왜 이러나 싶었고 그냥 집에나 가야겠다 싶어서

' 저는 이만 갈게요 ' 라고 말했는데 그 할아버지가 A의 손을 탁 잡으며 말했다.

' 황가한테 내 얘기하면 황가가 죽어, 근데 내 얘기 안하면 니가 죽어 '

A는 눈을 부릅 뜬 할아버지에게 겁을 먹었고 손을 뿌리치며 집까지 쉬지도 않고 뛰었다.
그리고는 집에 가자마자 엄마 품에 안겼고 엄마는 어디에 있다가 이제 오냐며 꾸짖었다.
그리고는 빨래를 할 것이라며 A에게 명찰 떼고 옷을 달라고 했다.

거기서 A는 자기 눈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명찰표만 있을 뿐, 이름이 적힌 종이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A는 학교에서 명찰이 적힌 이름을 빼서 필통에 넣어뒀던 것이다.
A가 눈이 휘동그래져 있으니 엄마가 물었다.

' 왜 그렇게 놀래? 밖에서 귀신이라도 봤니? '

A는 당장이라도 밖에서 만난 그 할아버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 할아버지가 한 말 때문에 참았다.

' 황가한테 내 얘기하면 황가가 죽어, 근데 내 얘기를 안하면 니가 죽어 '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웠는데 아까 본 그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A의 할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왔다.
일 년 가까이 누워만 있던 할아버지가 방 밖으로 나온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할아버지가 방 안으로 들어 온 것이다.
할아버지는 옆에서 자고 있는 D가 깰까 봐 입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고 A 에게 나가자고 손짓 했고
A는 할아버지를 따라 밖에 있는 마루에 앉았다.
입이 근질근질했던 A는 아까 본 할아버지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A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고는

' 잘했다, 잘 말했구나 ' 라며 웃었다.
A는 할아버지의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분명히 마루에서 잠 들었는데 방 안이었고
옆에서는 D가 자고 있었다. 일어나서 할아버지를 보러 할아버지 방으로 갔는데
할머니와 엄마가 울고 있었고 A의 아버지는 A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 뒷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끝나버렸네요. 저도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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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쯤 판에서 유행했던 귀신 보는 친구 이야기 였습니다.
이야기는 15편? 까지 있기는 한데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많다기보다는
단순히 일기를 쓰듯 재밌게 풀어내는 글들이 대부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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