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27살이다.
옛날 일이라 기억이 애매한 부분도 있다. 자세하게 묘사한 부분은 상상력이 어느정도 추가된 것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쓰는 일에 대해 궁금한 점도 많으니 다 읽은 후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길 바란다.
이건 내가 초4 때 부터 지금까지 겪고 있는 이야기다.
당시 나는 친한 친구가 두 명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도, 하교 후에도 셋 이서 항상 같이 다녔다.

A와 B 그리고 나.

그러던 어느 날, A가 결석을 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A는 엄청 건강한 우량아였고 지금까지 학교를 나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 야, 오늘 A가 학교를 안 나왔어 '
' 어제 저녁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이라도 난 거 아냐? '

이런 말을 하며 나와 B는 낄낄 댔다.
학교가 끝난 후 병문안이라도 갈까 했지만 어차피 내일이 되면 팔팔해져서 학교에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날도 A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 흠.. 아직 아픈 건가? '
' 오늘은 뭐 이상한 거라도 주워 먹은 거 아냐? '

B는 여전히 웃어 넘겼지만 나는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아침 조회 시간에 적중했다.

' 음. 어제부터 학교를 쉬고 있는 A 말인데, 실은 어제부터 병원에 입원 중이다 '

나와 B는 놀랐다.
선생님 얘기에 의하면 아무래도 A는 등교 전에 집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그대로 구급차에 실려갔다고 했다.
A와 친했던 B와 내가 반 대표로 A의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 야.. 어떻게 된 거야 ? '
' 음.. 복통 치고는 상당히 큰 일인 것 같지? '

여전히 B는 가볍게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A가 상당히 걱정됐다.
나도 A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튼튼한 몸이었고 병원 = 위험 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 뭐, 내일 놀려주러 가보자. 얼른 학교에 나오라고 '
' 응. '

그렇게 다음 날.
나와 B는 A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갔다.

' 와, 엄청 크네? 어 저기 간호사다! '
' 부끄러우니까 그만해.. '

병원에 처음 와 흥분한 B를 내버려두고 나는 접수처에 가서 A의 면회를 왔다고 말했다.
A는 203호에 있다고 했다.
대답을 듣고 우리는 203호로 향했다. 병실은 4인 실이었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A를 찾았다.

' 야!! 저기다 !! 야 A!! '

A는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목소리를 듣고는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A는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안색은 평소의 A와 다름 없이 건강해 보였다.

' 갑자기 쓰러졌다니 어떻게 된 거야? '
' 그래도 건강해 보인다 '
' 정말 큰 일이었다구 , 그래도 병문안을 와 주었구나 '
' 뭐 좀 놀려주려고 '

그렇게 잡담을 하며 우리는 신이 났고 떠들다 보니 병원의 면회 시간이 지나 있었다.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그럼 갈게 A. 다음에 또 올게 '
' 맞아, 다시 보자. 언제쯤 퇴원 할 수 있을 것 같아? '
' 별 일 없으면 의사 선생님이 퇴원하라고 할 것 같아 '
' 그렇구나, 얼른 학교에 나와 '
' 또 보자 '
' 응, 와줘서 고마워. 학교에서 보자 ! '

병문안 이후 3일이 지났다.
A는 아직 퇴원을 하지 못했다.
나는 이 때 막연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났음에도 A는 여전히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 흠.. A가 금방 올 거라고 했는데 '
' 병원 의사 선생님한테 반했다 거나 ? 그런 거 아냐? '

여전히 농담으로 넘기려는 B였지만 역시 그도 걱정하는 듯 보였다.
학교가 끝난 후 우리는 A를 보러 다시 병원을 찾았다.
병실로 가보니 A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 야~ A '
' 어? 와주었구나 너희 '

여전히 활짝 웃으며 밝아 보이는 A 였지만, 어딘가 안색이 좋지 않고 눈이 탁해 보였다.

' 너 정말 오래도 쉰다 '
' 아직 퇴원을 못하는 거야? '
' 무슨 검사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
' 퇴원은 오래 걸릴 것 같아? '
' 음.. 그래도 검사가 끝나고 괜찮으면 퇴원 할 수 있대 '
' 그렇구나. 얼른 건강해져서 학교에 나오라고 '
' 응. 당연하지 얼른 같이 놀고 싶다 '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 나와 B는 A가 얼른 건강해져서 돌아오기를 바랬고,
그렇게 A가 학교로 돌아 왔을 미래를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항상 셋 이었는데 둘 만 있던 탓인지 뭔가 느낌이 달랐다.
하지만 A는 2주가 지나도록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다.
병문안을 갈 지 말지 망설였는데, B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우리 둘 다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면 어떡하지 란 생각으로 두려워 하고 있었다.

그렇게 3주가 지났다.
설마 아니겠지 그 A가.. 분명 곧 ' 늦어서 미안해 ' 라며 학교에 올 거라 생각했다.
분명 그럴 것이다. 나도 B도 불안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보냈고,
결국 한 달이 지났다.

' B 있잖아 '
' 응? '
' 오늘 A 병문안이나 갈 까 하는데.. 같이 가자 '
' 나도 오늘 가보려고 했는데 '

우리는 A를 보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 저, A 면회로 왔는데요 '
' 네, A... 아, 506호네요 '

영문을 모르겠지만 병실이 바뀌어 있었고 나와 B는 506호로 향했다.
병실 입구에 도착하니 환자 명단에는 A의 이름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1인 실 인 듯 하다.
병실로 들어가니 커튼이 쳐져 있었고 한 아줌마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 A의 엄마 아냐? '
' 맞네 '

A의 어머니는 몇 번 밖에 보지 못했지만 우리를 기억하는 듯 했다.

' 어머, A를 만나러 와준 것이구나 '

A의 어머니는 상당히 야위어 있었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크게 생겨 있었다.

' 네. A 있나요? '
' 그럼, A. 친구들이 왔어 '

그렇게 말하며 A의 어머니는 커튼을 젖혔다.
A는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우리는 너무나 달라진 A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A는 온 몸에 관을 달고 있었다. 얼굴도 핼쓱해졌고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야위었다.

' 아.. 너희 와주었구나 '

너무나 변한 모습에 나와 B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그.. 그래, 뭐.. 뭔가 엄청 말랐네? '
' 응.. 좋아하는 것도 못 먹어 '
' 음.. 학교에 다시 오면 과자 잔뜩 먹자고.. 그래.. '

역시, 아무리 B라고 해도 너무나 달라진 A의 모습에 머뭇거리는 듯 했다.

' 참, 맞다! '

묵묵히 곁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A의 어머니가 말했다.

' 너희들 사진을 찍어도 될까? '
' 네, 좋아요 '

이 타이밍에 사진을? 의아해 하면서도 우리는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 그럼 찍을 게. 자 치즈~ '

다 같이 브이를 그리는 순간 셔터가 눌렸다.

' 사진이 나오면 너희에게 나눠줄 게 . A. 엄마는 일이 있으니 내일 다시 올게 너희도 와줘서 고맙다 '

상당히 바쁜 것인지 A의 어머니는 서둘러 병실을 나갔다.
우리는 A의 분위기 때문인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기로 했다.

' 그럼, 우리도 갈게 '
' 또 보자 A '
' 아! 잠깐만! '
' 응? '
' 너희.. 계속 함께 있어 줄 거지? '
' 당연하지, 우리는 친구잖아 '
' 맞아 , 퇴원하면 재밌는 데 많이 놀러 가자 '
' 응.. 고마워 꼭이야! '

A의 얼굴에 웃음 꽃이 폈다.
그리고 1주일이 더 지난 어느 날.
아침 조회 시간.

' 너희에게 전할 매우 슬픈 일이 있단다.. A가 죽었다. '

A가 죽었어. 그 말의 뜻은 알고 있지만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 상태였어도 마음속으로는 금방 학교로 돌아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던 거겠지.
오열을 하며 얘기하는 선생님.
반 애들도 모두 울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랑 B는 A의 장례식에 가게 됐다.

장례식 날 까지 빈 껍데기처럼 지내던 나와 B는 당일에 장례식을 갔다.
어른들을 따라 분향을 하고 A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 정말.. A가.. 너희에게 신세를 많이 졌었지 '
' 아니에요.. '
' 참.. 이거 병원에서 찍은 사진. '

A의 어머니가 상복 품에서 사진 두 장을 꺼냈다.

' 부디, 이걸 잘 간직하고 A의 몫까지 살아주렴 '

그 사진을 받은 순간 나는 눈물이 터졌다.
B도 울고 있었다. 우리는 사진을 받고 장례식장을 뒤로 한 채 나왔다.
친구의 죽음은 어린 아이임에도 상당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일상을 되찾아 나도 B도 두 달이 지났을 무렵에는 평소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무서운 꿈을 꾸었다.
나는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공간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발이 지면에 닿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주변 일대가 어두워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걷는 건지 멈춰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였지만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던 중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고개를 숙인 소녀가 상당히 가까이 서 있었다.

어? A? A잖아?

특징적인 곱슬 머리에 매일 신던 신발. 틀림없다. A다.
나는 A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손짓 발짓 다하며 시선을 끌자 A로 보이는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소름이 돋았다. 거기에 서 있던 소녀는 A가 맞았다.
하지만, 원래 있어야 했을 눈이 없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어둠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입에도 치아와 혀가 없이 뻥 뚫린 어둠이 있을 뿐이었다.

' 아.. 아.. '

너무나 비정상적인 모습에 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망치고 싶은데 가위에 눌린 것 마냥 움직일 수가 없었다.
A는 입을 벌리며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

한바탕 말을 끝낸 A는 천천히 내 팔을 잡기 시작했다.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차가웠다.
꿈인데도 그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 무슨 짓이야? 놔!! '

A는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려 했고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 그만해 A!!! '

필사적으로 저항한 탓인지 A는 포기한 듯 내 팔을 놨다.
나는 A의 얼굴을 봤다. A는 웃고 있었다.
눈과 입이 없는 얼굴로 히죽히죽 하며.
그것을 본 순간 잠에서 깼다.
일어나니 새벽 3시였고, 나는 엄마에게 달려가 울며 안겼다.
엄마는 날 달래주었다. 분명 친구가 죽은 쇼크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날이 밝자 학교에 갔다.

' B .. 안녕.. '
' 어.. 안녕.. '
' 기운이 없네.. 무슨 일 있었어? '

평소에 B는 기운이 넘쳤는데 상태가 확실히 이상했다.

' 꿈을 꿨어.. A의 꿈을 '
' 뭐? '

B의 얘기를 듣고 알게 됐는데 , 맙소사 B가 꾼 꿈은 내가 꾼 꿈과 완전 똑같은 꿈이었다.
그 사실을 B에게 얘기하자 B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 어떻게 된 거야 이게!! '
' 나한테 소리쳐도 나도 모른다고!! '

우리는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억지로 우연이라고 단정 짓고, 이 문제를 머리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다.
둘이서 같은 꿈을 꾸게 되는 우연이 있을 리가 없다고.

그 날 밤에도 나는 같은 꿈을 꿨다.
전신이 땀에 젖어 벌떡 일어나 또 엄마에게 달려가 울었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채로 아침에 학교를 갔는데 B가 없었다.
B가 나오지 않은 학교에서 하루를 보낸 뒤, 서둘러 집에 돌아왔다.
자는 게 무섭다.. 이틀 연속으로 같은 꿈을 꾸다니.

' 어떡하지.. 어쩌면 좋지..? 그래!! '

문득 내 안에서 무엇인가 번뜩였다.
엄마와 함께 자면 되지, 당시의 나는 상당히 마마보이여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엄마에게 달려가곤 했다.
또 그 무서운 꿈을 꾼다고 해도 엄마가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엄마와 같이 이불 속에 들어가 편안한 안도감 속에서 잠에 들었다.
괜찮겠지 무엇 하나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또 그 꿈을 꿨다.
완전히 같은 내용. 완전히 같은 악몽
유일하게 달랐던 점은 일어난 방이 엄마와 함께 잔 방이 아닌 내 방이었다는 것.
나는 전속력으로 엄마에게 갔다. 엄마는 자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마구 깨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 엄마!! 왜 자는 동안 나를 내 방에 데려다 둔 거야!! '
' 뭐? '
' 내가 자는 동안 내 방에 데려다 놨잖아!! '
' 무슨 소리니? 갑자기 한밤 중에 일어나서는 스스로 네가 방에 갔잖아 ? '
' 에? '
' 말을 걸어도 아무 대답도 없고, 잠결에 그런 거 아냐? '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이 상태로 다시 잠들 수도 없고 역시 한 숨도 자지 못한 채 학교에 갔다.
수업 같은 건 대충 듣고 방과 후에 B에게 갔다.

' 안녕.. '
' 어.. '
' 어제 몸이 좋지 않아서 쉬었는데.. '
' 응 '
' 너와 얘기한 뒤로 이틀 연속을 A의 꿈을 꿨어 '
' 응? 너도? '
' 어? 그럼 너도? '

우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 A말야.. 우리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은 걸까? '
' 무슨 말이야? '
' 꿈속에서 A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어? '
' 맞아, 근데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가 없어 '
' 입.. 움직임으로 봐서는.. '

나는 필사적으로 꿈속에서 본 A의 입 모양을 떠올렸다.

추외.. 워.. 추.. 로.. 워.. 와줘..
추어.. 우.. 워.. 로워... 와줘..

' 뭔가 알아냈어? '
' 추워.. 외로워.. 와줘.. '
' 우리를 데려가려고? '

죽은 A가 우리를 데려가려고 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나는 지금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단서를 찾기로 했다.

' 그러고 보니 사진 '
' 응? '
' 나랑 B와 A가 함께 찍은 사진 말이야 '
' 그게 왜? '
' 잠깐 살펴보자 '
' 뭔가를 알아냈어? '
' 응 어쩌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

나는 평상시에도 그 사진을 가지고 다녔다.
가방에서 꺼내 그 사진을 살펴봤다.
말을 잃은 나, 그런 나를 보고 사진을 본 B도 말을 잃었다.
A의 어머니를 향해 브이를 하고 있는 나와 B.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A.

하지만 A에게는 눈이 없었다. 그래, 꿈이랑 완전히 같았다.

' 으아아아악!!!!! '

B가 소리를 지르더니 사진을 뺏어 마구 찢어버렸다.

' 야!! 뭐 하는 거야 !! '
' 하아.. 하아.. 하아.. '
'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게 됐잖아!! '

연이어서 일어나는 기괴한 현상. 우리들은 완전 미치기 직전이었다.

' 저기... '

그러던 중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서 우리는 놀랐다.
돌아보니 말을 건 사람은 같은 반 친구인 D 였다.
D는 전형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운 친구로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런 애였다.

' 뭐.. 뭐야 '
' 그게.. 무시무시한 원념이 느껴졌어 '
' 뭐라고? '
' 그거 .. '

D는 마구 찢긴 사진을 가리켰다.

' 뭐가 느껴지는 거야? '
' 곧 이곳으로 올 거야 '
'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

온다니.. 설마 A가 우리를 데리러?

' 왜?! A는 우리와 제일 친한 친구라고!! '

B가 소리치자 D가 나지막이 말했다.

' 걔.. 지옥에 갔어 '

지옥에 갔다고?

'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데? '
' 방법이 없어 '
' 뭐라고? '
' 누군가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

그럴 리가.. 곧 현실에 A가 나타나 나와 B를 데리고 가는 걸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는 건가..

' 이거.. '

D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우리에게 건넸다.

' 이게 뭐야? '

우리가 받은 것은 작은 부적이었다.

' 이런 걸로는 막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너무 무서운 원념이야 아마 이걸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

그 말을 끝으로 D는 돌아갔다.
B는 D를 찾으러 따라 갔지만 D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뭐지..? '
' 글쎄.. '

갑자기 나타나 우리에게 부적을 건넨 D.
그 부적이란 것도 손바닥의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크기였다.

' 이런 걸로 막을 수 있는 건가.. '
' 몰라.. 하지만 믿을 수 밖에 없잖아 '

지푸라기에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는지, 나는 그것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베개 밑에 부적을 두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 꿈을 또 꾸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A는 이미 눈 앞에 있었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없기 때문에 A의 표정을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A는 다시 입을 움직였다. A가 무슨 말을 하고 있다.

' 못해... 용서.. 못해!!! '

그 순간 나는 꿈에서 깼다.
베개 밑에 있던 부적을 살펴보니 부적에는 작게 할퀴어진 자국 같은 것이 남아있었다.
그 꿈을 마지막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A는 내 꿈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잠을 잘 때나, 외박을 해야 할 때도 항상 부적을 가지고 다녔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내가 고등학생일 때다.
B와는 소원해졌고 D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
고등학생 생활을 하며 여자친구도 생기고 첫 경험을 하는 등 나는 꽤나 충실한 생활을 보냈다.
그런 생활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2학년 봄.
여자친구와 길을 걷는데 여자친구가 말했다.

' 있잖아, 카나코 씨 소문 알아? '
' 엥? 그게 뭔데? '
' 꿈에서 카나코 씨라는 여자애가 나타나 죽은 자의 세계로 데려가려고 한다는 거야
외로워 외로워 이러면서 손을 잡아 끈다고 해 '
' 그렇구나 '
' 그 애 말야, 눈과 이가 없고 검은 구멍이 있대 '
' 으.. '

순간적으로 설마 A의 얘기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A의 이름은 카나코가 아니다.

' 계속 거부하면 현실에 나타나 직접 데리고 간대!! '
' 별 시덥잖은 이야기네 '
' 안 믿지?! '
' 흔히 있는 그냥 괴담이잖아 '

그런던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인 S가 나에게 말했다.

' 야, 나 카나코 씨 꿈을 꾼 것 같아 '
' 뭐? 신경 쓰지마. 어차피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서 꿈을 꾼 것 뿐이야 '

이 S라는 친구는 엄청 착한 녀석인데 그만큼 겁도 엄청 많았다.

' 그런가.. '
' 당연하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
' 알았어 '

S에게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나는 묘하게 무언가가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날 밤, 나는 머리가 아프도록 그 카나코 씨에 대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이후 몇 년이나 꾸지 않은 꿈. 그리고 그 꿈을 빼다 박은 괴담이 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S는 실제로 그 꿈을 꿨다고 했다.

' 맞아! 부적!! '

나는 베개 밑에 넣어둔 부적을 확인했다.
부적은 베개 밑에 있긴 했지만 이미 부적의 모습을 잃은 후였다.
누가 억지로 찢은 것 마냥 두 동강이 나 있었고, 빨간 액체가 묻어 있었다.
다음 날, 나는 다 죽어가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쉬는 시간, 나는 어제 밤 일의 쇼크가 아직 낫지 않아 머리를 쥐고 있었다.
왜 부적이 그렇게 된 거지?
중학생 일 때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뭐지? 혹시 카나코 씨 소문과 관련이 있는 건가?
반 아이들은 카나코 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끌려 간다고 소문이 났는데, B반 T는 꿈을 꿨다고 말한 뒤 학교에 오지 않는대!! '
' 우아!! 무서워!! '
' 나에게도 그 얘기 좀 해줄래? '
' 응? '

갑자기 내가 끼어들자 그들은 당황한 듯 했지만 나는 꼭 들어야 했다.

' 근데 넌 그런 소문 안 믿지 않아? '
' 응.. 근데 조금 궁금해져서 '
' 음? 그래 뭐 상관은 없지 '

그렇게 나는 카나코 씨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1 이름은 카나코 씨
2 소문을 들은 사람 꿈에 나타난다
3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쯤 되보이는 여자
4 긴 검은 머리에 체크 셔츠와 스커트를 입고 있다
5 안구가 없어 새까맣고 치아도 혀도 없다
6 손을 당기며 데려간다
7 며칠이나 계속 꿈을 꾸면 현실에 나타나 데려간다

나는 그 소문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내가 꾸던 꿈과 비교해보면 5,6은 내가 꾸던 꿈 그대로지만
1 2 3 4 는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A는 카나코라는 이름이 아니다. 게다가 곱슬이었던 A의 생김새와 비교해도 다르다.
만약 카나코씨 꿈이 내가 꾸던 그 꿈과 같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A는 나와 B를 데려가고 싶은 것이니
다른 사람 꿈에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고 중학생 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
A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죽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으로 착각 할 가능성은 낮다.
생각하면 할 수록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 왜 카나코 씨라고 소문이 나는 거야? '

나는 반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 몰라, 꿈에 나오는 여자애가 카나코씨라서 그런 거 아냐? '

A의 꿈과는 다른 점이 많지만 같은 점도 있다.
눈과 혀, 차이가 없고 손을 끌어 당기는 여자.
우연의 일치인가? 그리고 찢긴 부적..
안 되겠다. 생각하면 할 수록 답이 나오지 않아
수많은 의문을 품은 채 나는 하교 길에 올랐다.
그 날, 부적이 사라져 그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했지만 꿈은 꾸지 않았다.

그 후, 아무 일도 없는 일상이 지나갔다.
A의 꿈을 꾸지도 않았다. 여전히 카나코 씨에 대한 소문은 계속 돌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느 날을 기준으로 카나코 이야기를 하던 반 친구 중 한 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설마.. 싶었지만 심증만 있을 뿐, 확실한 증거도 없이 안일한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 나의 걱정을 뒤로 한 채 , 반 친구들은 멋대로 소문을 퍼트렸다.

' 분명 카나코 씨에게 끌려 간 거야 '
' 꿈에 나왔다고 그랬었으니까 '

그런 소문에 화가 났지만 확실히 그 친구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라고 해도 전화번호나 메일 주소를 알 정도로 친하지 않았기에
일단 그 친구와 친했던 애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 있잖아, 요즘 K가 안보이는데 몸이라도 아픈 거야? '
' 나도 잘 모르겠어, 메일을 보내도 답장도 없고 전화도 안 받아 '
' 그렇구나.. 고마워 '

역시 소문보다는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겠지.

' 선생님, 요즘 K, 왜 학교에 나오지 않나요? '
' 음.. 집안 사정 때문에 '
' 집안 사정요? '
' 그래, 아마 정리가 되면 나오지 않을까? '

대답은 들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마음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K의 집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소문 역시 너무나 신경쓰였다.
나는 K와 친한 애에게 주소를 알아내 K의 집까지 찾아갔다.
K의 집은 학교에서 멀지 않았고 매우 평범한 주택가에 있었다.
단독 주택이었는데 상당히 오래 된 것인지 부분부분 금이 가 있었다.
K.. 있으려나.. 갑자기 찾아오는 건 민폐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도 없나? 대답이 없었다.
그 후 몇 번이나 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무심코 집을 올려다 봤다.

' 어? '

창가에 여성이 서 있었다.
그렇게 초인종을 눌렀는데 왜 대답을 안 한 거지?
계속 그 여자를 보고 있자 그 여자가 내 쪽을 봤다.
불투명한 유리라서 흐릿하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 순간,
말 못 할 한기가 느껴졌다.

' 어? '

나와 눈이 마주친 여성은 어째선지 팔을 뻗어 얼굴과 팔을 창문에 바짝 댔다.

' 실례 했습니다.. '

그 모습이 너무나 섬뜩하여 나는 들릴 턱이 없음에도 소리 내어 말한 뒤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났다.
뭐야 저거.. 무서워 뒤지겠네.. K의 누나나 여동생인가?
근데 왜 그렇게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을 안 한 거지?
하긴.. 저렇게 섬뜩한 여자가 문을 열어주는 것도 문제긴 문제다.

다음 날, 나는 신경이 쓰여서 K와 친한 친구에게 다시 물어봤다.

' 있잖아, K 말야, 혹시 누나나 여동생이 있어? '
' 아니? 걔 외동이야 '

뭐.. 엄마였을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그 일이 있고 며칠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K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나는 약간 출출해서 편의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시간이 상당히 늦은 밤이었지만 편의점은 바로 앞이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렇게 편의점을 향해 페달을 밟던 중, 뒤에서 누가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 거기 너!! 멈춰!! '
' 네? '

뒤를 돌아보니 자전거를 탄 경찰관이 있었다.
나는 멈춰서 경찰관이 오기를 기다렸다.
경찰은 상당히 화가 난 듯 보였다.
역시.. 한밤 중에 나와서 그러려나?

' 둘이서 타면 안되지, 그렇게 빨리 달리면서!! '
' 네? '
' 뒤에 탄 애는.. 어라? '
' 저.. 혼자 타고 왔는데요? '
' 그럴 리가 없는데.. 여자애가 뒤에 매달려 있는 걸 보고 온 건데.. '

순간적으로 오싹했다.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경찰관은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 잘못 본 건가? 아닌데.. '

경찰관은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불안했다.

' 아무튼! 밤에 외출은 삼가도록! '

가볍게 혼이 나고 나는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 나를 겁먹게 해서 한 밤중에 외출을 하지 못하게 하려 한 거다. 틀림없다.
그럼에도 내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내 본능이 무언가 위험하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틀림없이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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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이 괴담은 저도 처음 보는 거라 상당히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