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기원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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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똥찬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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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5 23: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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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똥찬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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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겨울, 서울 외곽의 작은 야산.
산속 깊은 곳에는 오래된 성황당이 있었다.

한때 마을을 지키던 신이 모셔진 곳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신에게 기대지 않았다.
마을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떠났고, 성황당도 점차 잊혀갔다.
비바람에 지붕이 무너지고, 기왓장이 떨어져나가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신은 그곳에 홀로 남겨졌다.
자신을 기억하지 않는 인간들을 원망한 것도 아니다.
그저 버려진 것이 화가 났다.
쌓인 분노는 형태도 없이 떠돌며, 이곳을 찾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한 남자가 성황당을 찾아왔다.

이진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
직업도, 가족도, 친구도 없이 살아온 사람.

그가 유일하게 흥미를 느끼는 것은 구마(驅魔), 퇴마 의식, 초자연적인 현상이었다.
그것도 이상한 방향으로.
악령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한 존재와 연결되길 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유 없이 사람을 싫어했다.
사회가 강요하는 규율과 도덕이 불편했고, 세상은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조용히 살아가면서도, 항상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하지만 그는 감히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저 인터넷에서 퇴마와 저주의식을 찾아보고, 스스로 ‘어둠의 힘’을 받아들이려 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이곳 버려진 성황당을 알게 되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장소.
한때 신을 모셨지만, 이제는 쓸쓸히 방치된 곳.
그곳이라면—무언가 다른 존재와 연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는 이곳을 찾아왔다.

성황당은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거의 폐허가 되어 있었다.
부서진 돌무더기 위에는 먼지가 쌓였고, 사방에 덩굴이 뒤엉켜 있었다.

하지만 이진수는 그저 기분이 좋았다.
“좋아, 딱 내가 원하던 분위기야.”
그는 준비해온 칼과 붉은 잉크를 꺼내 돌바닥에 복잡한 문양을 그렸다.
인터넷에서 본 ‘구마 의식’을 본뜬 것이었다.

“나는 어둠을 원한다. 나는 이 세상의 질서를 거부한다.”

그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읊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생쥐 한 마리를 꺼냈다.
그가 피를 바치면 무언가 반응할 것이라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는 몰랐다.
이곳에는 단순한 악령이 아니라 버려져서 화가 난 신이 남아 있었다는 것을.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성황당을 휘감았다.
어둠이 일렁이며, 공기 자체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진수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고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네가 나를 깨웠구나.”

그는 순간 얼어붙었다.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네가 나를 필요로 하는가?”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불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것은 신의 목소리였지만, 더 이상 인간을 축복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버려져 분노에 찬 신,
그리고 어둠을 원한 인간이 만난 순간

그들의 존재는 하나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강해지고 싶다.”

“강해지고 싶다면, 나를 받아들여라.”

이진수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심장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퍼졌고, 그의 눈동자가 검게 변했다.

버려진 신의 분노,
인간이길 포기한 한 남자의 어둠,
그것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존재가 탄생했다.

그 날, 서울 외곽의 야산에서 악귀가 태어나는순간이었다

* 컨텐츠 출처 : 작성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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