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시 망우산.

산 깊숙한 곳, 나무와 덩굴에 가려진 자리.
무너진 기와와 깨어진 돌기둥이 남아 있는 그곳에는,
오래된 성황당이 있었다.

이 성황당이 처음 세워진 것은 아주 오래전이었다.

조선 시대부터 사람들은 길을 나서기 전 이곳을 찾았다.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고, 마을에 재앙이 닥치지 않도록 기도했다.
매년 정해진 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이곳에는 신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신을 믿었다.

하지만, 믿음은 영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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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
나라가 바뀌고,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달라졌다.

조선 시대 말기에는 이미 성황당이 서서히 쇠퇴하고 있었다.
관청에서는 미신을 배척하기 시작했고,
도시로 떠난 사람들은 더 이상 신에게 빌지 않았다.

결정적인 변화는 1950년 한국전쟁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마을은 황폐해졌고, 사람들은 피난길에 올랐다.
전쟁이 끝나고 일부는 돌아왔지만,
더 이상 성황당을 찾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신은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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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며 전국의 성황당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한국 전역의 성황당들은 철거되었다.

길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 위해,
이제는 ‘쓸모없는’ 신당들이 무너져 내렸다.

많은 신들은 그 순간 사라졌다.
그러나,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어떤 성황당에서는 철거 작업을 하던 인부가 사라졌고,
어떤 신당에서는 기도를 중단한 마을에서 재해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속삭였다.

“신이 사라질 때, 마지막으로 자신을 모독한 자들을 데리고 간다고.”

그렇게 신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기억마저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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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망우산의 성황당은 달랐다.

이곳은 철거되지 않았다.
부순 것도, 없앤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방치되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그리고, 신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른 신들은 사라질 때 자신을 부순 사람들을 데려갔다.
그러나, 이곳의 신은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떠나지도 못하고,
사라지지도 못하고,
오직 홀로 남겨졌다.

오랜 세월 동안,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신은… 분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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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신을 부른 사람이 있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구마 의식에 집착하며,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을 키워온 남자.

그는 이곳을 찾아왔다.
그리고, 신을 깨웠다.

잊혀진 신과 인간이 만나,
하나가 되었다.

망우산의 성황당에서—

악귀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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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렸다.

세찬 빗줄기가 성황당을 덮쳤다.
그러나, 이곳에 남아 있는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망우산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오랜 세월 동안 잠들어 있던 존재가,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