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다시 꾼 악몽 [3] |
2025-03-25 14: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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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x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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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30대 남성으로 최근에 결혼한 새 신랑이다.
미신 같은 것을 믿진 않지만 섬뜩한 악몽을 꾼 탓에 글을 남겨본다.
이 꿈은 약 20년 전에 꾸었던 꿈과 내용이 꼭 같아
무척 찝찝한 상태라는 것을 미리 알려둔다.
어릴 적 나는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해질녘까지 놀고 돌아갔는데
당시 살고 있던 주공아파트 출입구 앞에 서면
나는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아파트가 오래되고 음침한 탓에 그랬을 것이다.
어쨌건 꿈은 내가 아파트 입구에서 서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파트는 여러 세대가 복도식으로 연결된 곳으로
1층에는 여러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이었다.
꿈속에서는 유독 어둡고 음침하게 보였고, 경비실에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당시에 13층 꼭대기에 살았기에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에는 ‘현재 공사 중으로 탑승 불가’라고 써있었다.
계단 쪽으로 가려고 몸을 돌리자,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다시 시선을 돌려보면 엘리베이터 안에 창백한 인상의 어른들이
빽빽이 타고 있었고, 딱 한 명만 더 탈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른들은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된 것처럼 잘 보이진 않는다.
나는 속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른들이 타고 있으니 엘리베이터에 타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너무 무섭다고 생각이 들면 중간에 내려서 걸어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 문이 조용히 닫히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안은 어린 내가 느낄 정도로 숨 막히게 하는 정적이 흘렀는데,
아파트 특유의 냉기까지 더해지자 꿈속임에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더군다나 어른들은 마치 석고상처럼 미동도 없이
공허하게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3층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문이 열리자 몇 명의 사람들이 내렸다.
내리는 사람 중에는 내 친구의 어머니도 보였다.
나는 인사를 못 한 것 같아 아는 체를 하려고 했는데,
아주머니는 나를 흘깃 보더니 지나가버렸다.
무척 초조해하며 긴장한 모습이었다.
내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문은 닫혀버리고 그대로 올라가버렸다.
왜인지 엘리베이터는 멈추지 않고 위로 올라갔고
그때부터 나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중간에 내리고자 층계버튼을 보았는데,
거기엔 숫자 버튼은 없고 이상한 문양으로 된 버튼들이 잔뜩 있었다.
나는 순간 이것이 꿈인 것을 자각하게 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꿈에서 깨어날 수가 없었다.
당황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창백한 어른들이 정면을 바라본 채 서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잠시 뒤,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로 ‘자살층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문이 열리고
넓고 비어있는 사무실 같은 공간이 나오는데, 천장에는 사람들이 매달려 있다.
여기서 몇 명의 사람들이 내린다.
나는 비상계단으로 도망치고자 같이 내리려 했으나
가만히 있던 다른 어른이 내 어깨를 잡는다.
손에서 느껴지는 냉기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사람들이 내리자 천장에서 밧줄이 내려오는 것이 보이고 문이 닫힌다.
다시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가고 이번엔 ‘사고층입니다.’라는 말고 함께 문이 열린다.
아까 보았던 넓고 비어있는 사무실이 보이고,
바닥에는 한 때 사람이었던 살덩어리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몇 명이 내리는데, 그들이 얼마 걷지 않자
천장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 같은 것이 떨어져 그들을 뭉개 버린다.
피가 사방으로 튀고 몸은 그대로 으깨진다.
나는 주저앉고 싶지만 나를 붙들고 있는 어른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다시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간다.
잠시 뒤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번 층은 살인층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문이 열린다.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어른이 나를 붙잡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데
여기서 나는 거의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어른의 손을 온힘을 다해 뿌리치고 앞으로 달리는데
정신없이 달리다가 어느새 꿈에서 깼다.
나는 그 자리에서 부모님께 달려가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너무 무서워했던 탓에 한동안 그 기억이 날 괴롭혔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자 그 공포의 감정도 옅어지고
그 후로 20년이 지나 나는 결혼을 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지난주, 아내와의 첫 다툼 이후 그 꿈을 다시 꾸었다.
꿈의 내용은 거의 일치했는데, 나를 붙잡았던 어른은 달라져있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 어른은 내 아내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이번엔 도망칠 수 없어.”
라고 속삭이고 꿈에서 깼다.
아내가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내에게 내 꿈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다.
그 후로 꿈을 꾼 영향인지 회사 엘리베이터 버튼이
꿈에서 보았던 버튼으로 보이는 등 환각 증세도 시달리고 있다.
아, 내 상상력이 지나친 것이길.
오늘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봐. 기다리고 있을게.”
집으로 돌아가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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