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장난을 치는 아이 [2] |
2025-04-27 09: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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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의가아라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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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적 성장기를 보낸 곳은 부산 남단에 위치한 어느 시골 마을입니다. 가구 수가 그디지 많지 않은지라 여느 시골들만큼 끈끈한 정으로 이어져 있는 마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철이 다가오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증에 하나가,
"비 오는 날에 강바다에 가지 마라. 물에 들어가지 않는 건 당연한 거고 그냥 아예 곁을 두지 말아라. 큰일 난다."
였습니다. 이 마을은 당시 꽤 미신을 많이 믿었습니다. 마을내 발언권이 강한 분들이 모두 일제의 치욕을 경험하신 세대라 그런지 미신을 신봉하셨는데 이 분들의 의견을 다소 과하게 존중하다 못해 법아라도 되느냥 생각하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당시만큼 미신을 신봉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발언권이 강하던 분들이 대부분 천수를 모두 누리셨다 보니...
다소 재미 없는 부분이지만 강바다에 대해 설명이 있어야 하겠죠. 이 마을은 어촌이라 바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강도 존재합니다. 이 강과 바다가 이어지는 좁다란 부분이 있는데 이를 대충 강바다라는 명칭으로 불렀습니다. 이 곳은 과거 꽤 많은 익사자를 낸 곳이라 특정 지을 이름이 필요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비오는 날 강바다에 가지 말라함은 비 오는 날 물에 들지 말라는 당연한 소리인데 그걸 공포 게시판에 적고 있는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데 중요한 부분은 물에 들지 말라는 부분이 아니라
"아예 곁을 두지 마라."
라는 부분입니다. 곁을 두지 말라는 것은 가까이 가지 마라부터 정을 주지 마라, 상종하지 말아라, 그 어느것도 허락지 말아라 등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 사용하는 표현으로 대략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도심지에서는 문장 그대로 곁에 두어 정 붙일 일 없게 하라 라는 의미만 있는듯 하지만 이 촌은 부산에 있어서 일본과 비교적 가깝기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이 본인들끼리만 알아 먹을 수 있는 표현이 몇몇 존재합니다.
뭐 그래도 이렇게 다소 꼬여있는 표현을 쓰시는 이유는 이 강바다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승이 무려 3개나 되기 때문에 하나 하나 주의를 주기엔 주의를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시간 낭비라 그렇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한번 질문을 드린 적 있지만 시골분들답게
"나 어릴적부터 다들 그리 써서 나도 그리 쓴다"고... 사족이 길었습니다만 오늘 전해드릴 내용은 물텀벙, 혹은 흙텀벙이라고들 부르는 전승입니다. 웃대에 이미 누가 적었던데... 내용을 봤을 때 동일 전승 맞습니다. 문체가 가볍고 몇 가지 정보를 누락하셔서 그렇지...
● 대략적인 내용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하필 우산을 챙기지 못한 김 씨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이었습니다. 벌써부터 마누라의 잔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 그의 심장이 벌렁대는 것인지 장대비를 뚫고 달리느라 벌렁대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했습니다.
그때 김씨의 눈에 들어오지 말아야 할 것이 들어 왔습니다. 우천시 고운 흙으로 되어 있는 바닥부가 쓸려 나가며 깊이와 넓이가 증가하는데다 평소와는 달리 유속이 엄청나게 빨라져 잘못 빠졌다간 성인 남성도 사고를 면하지 못 하곤 하는 강바다 인근에서 한 여자아이가 흙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단어 그대로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
김씨는 아이의 부모를 크게 욕하면서도 저 아일 집에 데려다 주면 콩고물도 떨어질 것이요, 마누라에게 혼이 나기는 커녕 칭찬을 듣게 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물론,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되었거나 그 아래일 아이가 흙 장난을 칠 만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 문디 자슥아!!, 니 거서 뭐다고 앉았노! 느그 어마이가 누고! 눈데 그리 가르치대!"
라며 아이에게로 다가가는 가운데 김씨는 의아한 점 2가지를 느낍니다. 40대 초반의 마을 아저씨가 윽박 지르며 다가가는데도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기는 커녕 빙그레 웃으며 바라본다는 점,
아무리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한들 발걸음이 너무나도 무겁다는 점...
그때 아이의 얼굴이 갑자기 크게 일그러졌습니다. 마치 자신이 쌓은 모래성이 누군가에 의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아이답지 않게 노기에 찬 표정으로 바뀌는 순간 무언가 김씨의 뒷덜미를 강하게 낚아채 우왁스럽게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김씨의 시야가 잠깐 번쩍였고 그제서야 자신을 당기던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니 그 존재는 김씨와 특히 친하게 지내던 몇살 터울의 형 박씨였습니다.
그리고 김씨와 박씨의 다리는 모두 바닷물에 잠겨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박씨의 노기 어린 표정에 흠칫한 김씨는 평소 박씨의 성격을 떠올렸고 횡설수설하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물가에서 노는 아이를 보았고 자신은 단지 아이를 꾸짖어주려고 했던 것 뿐이라며. 알지 않느냐고. 강바다에서 죽은 아이가 몇이나 되는지...
"얼빠진 놈 같으니... 마누라한테 보약이라두 지어 달라 그래라. 남자 구실은 못 해도 사람 구실은 해야 할 것 아니냐. 어여 와라, 더 늦었다간 참말로다가 니 마누라한테 맞아죽을거니께."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김씨의 이야기를 듣던 박씨는 김씨의 이야기를 도중에 무 자르듯 잘라 버리곤 첨벙 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박씨의 냉담한 태도에 질린 김씨는 아이를 데려다 줄 요량으로 강바다 인근을 눈으로 훑어 봤지만 아이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아이가 모래성 비슷한 무언가를 쌓아 올리고 있던 흔적 조차도 보이질 않았고 그제서야 김씨는 자신이 물첨벙에게 당할 뻔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며칠 뒤 자신을 구해 준 박씨에게 밥을 한번 사려했지만 동생에게 밥을 얻어먹을 정도로 궁핍하진 않다는 이유를 들며 김씨의 호의는 일도양단 당하게 됩니다.
...생존자의 증언（당시 이미 고인）을 전해 들을것을 기억에 의존하여 이야기의 형태로 재구성해봤습니다. 이 물텀벙의 생존담은 짧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물텀벙의 특징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상세한 묘사를 할 수 있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모두 익사했다는 모양이라...
● 분류
수살귀와 태자귀가 합쳐져 있는 형태입니다. 다만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전승이 존재하지 않았고, 사람을 홀리는 신통력 부분 역시 타인의 작은 도움만 있다면 벗어날 수 있다는 전승이 많고 무엇보다 출몰지가 두 곳으로 분산되어 있다는 점과 표적사냥에 실패해도 별 반응없이 물러나는 귀신치고는 온화한 성격을 보면 잔혹한 일면이 짙고 혼이 특정지에 묶여 있는 강력한 원귀인 수살귀 보다는 단순히 장난치는 걸 좋아 하는 태자귀 쪽이 훨씬 가깝습니다.
강에서만, 바다에서만 나오면 수살귀로 분류해볼법한데 제가 적은 경험담（어느 정도 와전되었겠지만）에선 강에서 홀리고는 바다로 인도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수살귀은 지박령의 성질도 지니고 있어서 이와 같은 일을 벌일수가 없습니다. 강에서 나왔으므로 공격이나 홀림 역시 강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척의 거리라 해도 무속상으로 강과 바다는 성질이 판이하게 다르기에 두 곳을 넘나들 수 있을 정도의 수살귀라면 그리 쉽게 물러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정상이라 할 정도로 일반적인데 그 어느 것에도 부합하질 않습니다.
아 수살귀는 물귀신의 한자어, 태자귀는 아이귀신의 한자어입니다. 멋을 부리기 위해 사용하다보니 어느새 버릇이 되어버렸으니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특성
매우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단색의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라 분명 왜 저런 옷을 입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귀신에게 홀리게 되면 해당 귀신에 대한 의문을 품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유형입니다. 연홍빛 저고리에 연자색 치마였지만 당시에는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 했다는 거죠. 지금 이야기하는 목격자는 90년대에 홀렸다 주장하는 사람인데... 색은 그냥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 적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특성이 하나 있습니다. 물첨벙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만 목격담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해당 어촌의 내천을 따라가다 보면 좁다란 등산로가 나옵니다. 그 길로 따라올라가다 저 혼자 커다란 나무가 보입니다. 그 인근에 과거 사람이 다녔을 법한 길이 나오는데 이를 따라가면 매우 작은 사당 같은 것이 나옵니다.
이는 물텀벙을 위한 것입니다. 글의 순서상 좀 있다 알려 드릴게요.
● 이름의 유래와 이명
흙장난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 귀신의 명칭이 물텀벙인 건 좀 의아한 부분이실 겁니다. 아무리 옛 사람들이 귀신 따위의 이름을 대충 지었다해도 이건 너무하죠. 심지어 옛 사람들은 대충 짓지도 않았습니다.
처녀귀신이라 하면 대충 지은듯 하지만 정식 명칭은 손각시, 손씨 집안의 각시가 한을 품은 채 죽어 된 귀신이라 하여 붙게 된 이름입니다.
물귀신도 대충 지은듯 하지만 정식 명칭은 수살귀로 물 수에 죽일 살 혼령 귀를 씁니다. 물에서 죽은 이가 된 귀신, 물에서 사람을 해하는 귀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텀벙은 가까이 가면 물에 빠진다 정도인데 여기서 첨벙이 아니라 텀벙인 이유는 큰 것이 물에 빠질 때 나는 소리를 첨벙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구분지어 텀벙이라고도 합니다.
넌 왜 이리 텀벙대냐（사투리. 덤벙과 다름）는 허우적거리듯 정신을 차리질 못 하고 제 몫을 못 하는 바보처럼 구느냐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텀벙은 가까이 가면 가까이 간 크고 무거운 존재, 즉 사람이 빠진다 하여 물 텀벙입니다.
이명으로는 흙텀벙이 있습니다.
● 사람을 해치는 과정
물텀벙이 사람을 죽이는 과정은 쉽게 말하면 눈속임입니다. 사실 사람을 속일 의도도 없고 사람을 좋아할 뿐인데 사람이 저 혼자 속아 죽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저에게 오는 것을 막지도 않지만 이리와샤 놀아달라, 나 좀 구해달라며 적극적으로 현혹하지도 않는다는 게 물텀벙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입니다. 원귀로 븐류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물텀벙은 흙장난을 치는 모습으로 많이 목격되는데 사실 그녀는 흙장난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위치해 있는 곳은 수면 위이기 때문에 그녀가 치는 장난은 물장난이라고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찌됐든 그녀는 물에 있으면서 뭍에 있는 것처럼 자신의 위치를 눈속임하는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사용도 하므로 그녀의 공격수단은 신통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치해 있는 곳이 사람에겐 뭍으로 보여 다가가면 물에 빠지고 장대비로 불어난 물살에 떠밀려 나가고 정신을 차릴때쯤이면 바다 초입부에 빠져 있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흙텀벙은 흙을 밟았는데 물에 빠지는 상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 정체
이 것은 명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다만 물텀벙의 전승과 비슷한 전승을 가지고 있지만 극히 선한 존재인 영적인 존재가 있어서 물텀벙이 사실은 그 존재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있고 일제 치욕을 경험하신 세대 중 일부 어르신들은 물텀벙에게 공물을 바치기도 했습니다. 조금 위에 적은 그 작고 낡은 사당에. （생각해보면 전승이라는 것 자체가 명확한 정보라고 소개하기엔 무리가 있기는 하네요. 그 중에서도 근거가 빈약하다는 의미로 이해해 주세요.）
이 마을에 구전되어 오는 수호신에 가까운 존재가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알지 못 하나 물에 살고 있은 왕의 딸이라 하여 수공녀라고들 합니다. 일단 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날 나타나는데다 위치가 강바다로 일치할때가 있습니다. 수공녀는 반드시 거기에서만 목격되는 건 아니지만.
서정이 있는 것인지 강바다의 물 쪽에 누가 봐도 비싼 옷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들 묘사하는데 그 장대비속에서 몸에 물기 하나 묻지 않은 단아하고 아름다우면서 정감가는 인상의 여인이라 합니다. 물텀벙과의 차이는 연령 정도가 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존재 역시 사람을 보면 웃고 가까이 오는 것을 막지는 않으나 가까이 갈수록 겁이 나 그리 가까이 가지는 못 한다고 하며 이 여인이 목격되면 비가 잦아들때까지 출항하지 않는것이 원칙입니다. 거센 풍랑이 일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서... 이 정도로는 수호신으로 분류하지 못하는데 이 공녀가 어디에 나타나는가로 피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공녀는 수호신 대접을 받았던 전적이 있습니다.（현재는 제를 올리진 않습니다. 게다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랬다고 보여도 출항하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반드시 누군가 화를 당해서 꺼릴 뿐이지. 그러나 이는 통통배의 특성상 우천시에 출항하면 원래 사고률이 높다는 것도 생각은 해야겠죠?）
물가에 나타나면 풍랑을 알려주고 마을을 덮칠 해일을 막아주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고 산으로 가는 길목에 나타나면 산사태나 낙석을 알려주는 겁니다. 사람이 죽은지 얼마 안된 강에 나타나면 익사자의 집에서 이 공녀를 위해 크게 제를 올렸는데 이는 공녀가 익사자의 넋걷이를 위해 와준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넋걷이 : 익사자의 넋을 건져내는 것으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나무로 된 함을 무명천으로 싸매어 익사 위치에 가라앉히되 다시 건져올리기 위한 줄을 연결해둔다.
시간을 두며 제를 지내다 함을 건졌을 때 익사자의 신체일부（손톱도 해당된다.）나 애장품（또는 귀중품이나 정 안되면 소지품）이 함에 딸려 나오면 천도에 성공한 것으로 여기는 일종의 천도제. 비싸다.）
무속인의 힘을 빌렸을 때는 확실히 성공한건가 싶지만 이 공녀는 확실히 넋걷이에 성공한 것이기에 제를 지내주었다는 모양입니다. 일종의 보은을 위한 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 동일시하는 사유
물텀벙은 왜 나타나는 것인지 대략 누구의 혼인지 등이 담긴 전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첫 등장도 일제식민지 시기 그 어느쯤으로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고 한국 전쟁 이후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현대에 발생한 미신이 아닌가하는 시선을 많이 받습니다. 강바다 인근에서 아이들이 많이 익사한 시기에 생긴 미신이라는 말도 있는데 앞서 이야기한 시기와 다른 시기라 크게 3가지의 주장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수공녀의 전승은 있습니다. 너무 길고 재미없으니깐 짦게 말씀드리면
● 수공녀, 목신, 그리고 용이 된 이무기
특이하게도 이 촌의 수왕（용왕 말하는 거 같음）은 바다가 아니라 강에 거처를 두고 있었다 합니다. 이 마을의 수호신은 정확히 따지면 3개지만 이야기와 관계없는 쪽을 재끼면 산에는 선한 편이지만 손속이 잔인한 이무기, 강에는 이 수공녀인데 한때는 수왕이었습니다.
이 둘은 사이가 영 좋지 못 했는데 강의 상류쪽이 원인이라 합니다.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한 수련을 하기에 좋은 곳에 하필 상류가 있어서...
결국 이 이무기는 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승천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강가를 뒤엎으면서 승천했고 수왕의 거처는 박살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용이 더 강하다며 용에게 제를 지내는 경우가 많으니 크게 노한 수왕은 이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이때 수공녀는 아버지인 왕을 따르는 게 아니라 이 강에 남는 것을 택했다고 전해지는데 수공녀가 생각하길 오랜 시간 수련을 거듭해 용이 되긴 했으나 성정을 보아 필히 다시 이무기가 되어 추락할 것이요,
용이 되었을 때 수왕 일가에 분풀이를 하고 갔으니 돌아온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할텐데 수왕의 일가가 모두 떠난다면 나머지 수호신인 목신만으로는 이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렇기에 처음엔 아버지인 수왕을 설득해 보려 했으나 먼저 수왕을 져버린 것은 마을이라며 고집을 꺽지 못 하였지만 수왕 역시 수공녀의 고집을 꺽지 못해 이 마을에 수공녀만 남게 되었고 과연 본디 천성이 잔혹한 이무기 시절 버릇을 고치지 못했던 용은 추락하여 다시금 이무기가 되는 벌을 받았고,
벌을 받아 과거 이무기였던 시절과 비교해서도 많이 약해진 이무기는 소란을 피우다 소공녀에 의해 개발리게 됩니다. 그렇다한들 이미 확실히 영물의 자리에 올랐던 이무기를 죽이는 것까지는 수공녀로서도 무리였기에 마음이 약한 수공녀는 마을을 떠나지 못 한채 눌러앉아 수호신이 되었다 합니다.
산에 위치한 자그마한 사당은 수공녀의 힘으로 이무기의 힘을 누르기 위한 것이고 찐 사당이라 할 수 있는 곳은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작지 않은 규모의 섬에 위치해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였죠? 용이 된 기념으로 용왕으로 추정되는 수왕의 거처를 박살내고 떠난 이무기와 저 아비보다 수를 내다보는 눈이 높아 마을에 남은 수공녀라니... 아닌가? 재미 없나?
참고로 이무기에게 유리한 전승과 목신과 수공녀에 대한 전승도 있습니다. 제가 볼때는 여기가 부산이다보니 피난민들이 알고 있던 전승이 리믹스된 것도 같네요. 셋 중 수공녀만 따로 나오는 전승이 가장 오래 된 듯 하니 그 쪽이 오리진 같고...
미신을 신봉했던 촌이라 전승이 좀 여러갈래가 있습니다. 지역특색이죠. 글을 적을수록 다큐가 되어가는 거 같네요... 기회가 된다면 나머지 전승들에 대해서도 적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공포글을 적으면 전체 이용가가 되어 버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상입니다. 다들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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