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4 09: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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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의가아라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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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어떤지 모른다. 그저 내가 학창시절을 보내던 당시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자퇴생의 대부분은 여섯글자로 줄일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사회 부적응자.
약 18년전의 고등학교라고 해서 학생이 조금만 잘못을 해도 자퇴를 권하지는 않았다. 아마 이건 현재도 그러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생들도 학생들에게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 정도는 가지고 가능것이 학생에게 유익하다 말하곤 했다. 그럼에도 학교로부터 퇴학과 자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란 이야길 들은 인물은 어딘가 문재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학업이나 진로를 위해 자퇴를 선택하는 이 들은 거의 없었고,
이런 선택지를 마주하는 인물은 대부분 중범죄를 저질렀거나 가벼운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질렀거나... 여하간에 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퇴생이란 존재들에 대한 인식이 그리도 나빴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당하다 할 수도 있다. 모든 자퇴생이 학교로부터 선택지를 강요받은 인물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 아는 누나처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경우도 있고 내 친구처럼 병을 치료할 시간이 필요했을수도 있고 나처럼 경제적인 문제로 자퇴를 한 인원도 무시할 정도의 숫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뭐... 먹고 살기 위해 자퇴를 선택해야 했습죠, 헤헤...
같은 말을 믿어주던 이는 얼마 없었지만. 아니 현재도 별로 없긴 하다. 여하간에 오늘은 자퇴생 친구가 겪은 괴상한 경험담을 적어보고자 한다. 이 친구와 만나게 된 건 흔히 자퇴생 네트워크라고 불리우던 것을 통해서였다. 자퇴생들끼리 친구를 공유하는 뭐 그런 것인데 이 인간들을 하나 하나 네이트온에 추가하다보면 반년안에 약 250명을 모을 수 있다. 그 시점에선 메신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지만...
이 친구와는 의외로 공통분모가 많았기 때문에 꽤나 친하게 지냈다. 둘 다 힙합을 들었고 좋아하는 크루가 무브먼트였다. 둘 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인간들이었고 그래서인지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자퇴 사유도 경제적인 문제였고 법을 어기지 않고 일 자리를 구했다는 점도 동일했다. 당시에는 일을 하기 위해서 나이를 속이는 일이 허다했는데...
친구는 고깃집에서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는 공장에서 용접을 했고...그러나 여기까지는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고 나쁜 녀석은 아닐 가능성이 높겠구나 정도만 생각했다. 이 친구와 본격적으로 친해진 것, 그러니깐 내가 이 친구의 폰 번호를 양정자퇴17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이름으로 저장한 이유는 고양이를 좋아한다라는 부분이 가장 컸다.
둘 다 고양이를 좋아 했지만 키울만한 형편은 되지 못 했다. 그래서 하단에 있는 시장 인근에 몰려들곤 하는 길냥이들에게 먹이나 나눠주면서 은근슬쩍 냥이들을 만지면서 행복해하곤 했다.정말로 최소한의 매너만 지킨 것이 고양이들의 먹이 정도는 해당 시장에서 구매했고 드물게 해당 시장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사내 놈 두 놈이 국밥이나 퍼먹으며 "가장 귀여운 고양이는 얼룩고양이", 따위의 이야기나 나눴으니 아마 꽤 볼만한 광경이지 않았을까... 이 친구와의 만남은 거의 one 패턴이었다. 시장에서 고양이를 상대하다가 술을 마시고 고양이들을 만지러 다니다가 집에 보내거나 내 자취방에서 하루 묵고 떠났다. 동성이니깐. 이 친구가 날 상당히 부러워하곤 했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 아무래도 최저시급만 주는 고깃집보다는 공장이 급여가 훨씬 쌔니까...（당시에도 고깃집은 최저시급은 챙겨줬다. 더 많이 주는 곳도 있고. 안 그러면 사람이 구해지질 않는다.）그런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이 비틀린 건 가을이 다가올 무렵이었다. 푸부에서 검은 점퍼를 하나 살 즈음이었으니 아마 맞을거다.
당시 이미 알콜중독이라 명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 한다.
여느날과 같이 친구는 지하철 계단을 통해 올라왔다. 한국인답게 밥은 먹었는지 물어본 내게 친구는 식전이라 답했고 그렇다면 오늘은 고양이들에개 간식을 서둘러 내어주고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하러 가자고 한 뒤 발걸음을 옮기러던 찰나 친구는 오늘은 할 이야기도 있으니 식사부터 하자고 했다. 이럴 놈이 아닌데... 고양이 좀 적당히 좋아하라는 소릴 듣던 나보다 더욱 고양이에게 집착하는 놈인데.... 낯빛으로보아 불행의 신이 방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친이라도 사귀었나? 하긴 뭐, 제법 잘 생겼으니까...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고 힙합에 대한 열정이 과한것만 빼면 매력적여 보일 수 있는 인간이다. 나와는 다르게.... 나는 내 멋대로 사는 인간이었지만 내 울타리를 넘어온 인간에게는 극히 친절한 인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날은 고양이를 포기하고 자주 가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형님이 계시는 곳이기도 했지만 당시 우린 미성년자라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면 특정 가게를 가야만 했다.
자리에 앉아 삼겹살과 목살을 주문한뒤 상차림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그 놈은 실실 쪼개고 있었다. 여자친구의 가슴이 꽤나 크기라도 한 모양이지?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창 끓어오르는 나이이다보니 생각이 그리로만 흐른것 같다. 무엇보다 서로 딱히 자랑할만한 일이 겹치지 않는 유형 중에 하나라 그렇게까지 득의양양해 할 사유로 떠오르는 거라곤 그것 뿐이었다.
"아마, 나는 이제 그렇게까지 자주 너와 고양이를 챙기러 다니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친구가 식당에서 꺼낸 첫 문장이 이거였다.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거지만. 처음엔 알바 잘렸냐고 물었고 두번째는 직원으로 채용됐느냐 물었고 세번째는 새벽 타임으로 교체됐느냐 물었는데 모두 부정 당했다. 부처도 세번까지만 참아준댔다고 철판에 돼지 대신 올라가고 싶은거냐 묻자 그제서야 낄낄 대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약하자면 그 전날 퇴근 길에 왠 고양이 한 마리가 친구의 품에 뛰어 들어서 고민 끝에 키우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아직 새끼인 고양이라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을테니 매일 매일 하단에 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그런 이야기... 괜찮은 것인지 물었다. 위에도 적었지만 우리가 고양이를 카우지 않고 있던것은 우리네 형편이 하나의 생명을 책임질 만큼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데 덥썩 키우겠다하니 걱정부터 되었다. （당시에는 간택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의 수가 적었다.）
친구는 주변에 나를 포함해서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제법 있으니 이것 저것 조언을 들어가며 키우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친구가 바라던대로 조언 하나를 해줬다. 길 고양이를 주워서 키우게 되면 빠른 시일내에 수의사와 만나야 한다고. 길 고양이들이 멀쩡해 보여도 몸이 탈이 나 있는 경우가 있다며 네 생각보다는 많이 나올테니 내가 150 정도는 빌려줄 수 있다, 무이자이니 여유가 나는대로 틈틈히 갚으면 된다... 하지만 이 제안은 거절 당했다. 친구는 빙그레 웃으며 인과률이라고만 답했다.
내가 가르쳐준 용어다. 자신의 선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뭐 이런 불교에서 자주 쓰이는 말인데 친구는 자신이 한 선택이니 자신이 책임지고 싶다며 그래도 고양이에게까지 문제가 생기면 즉시 내게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그것도 내가 가르쳐준 걸 인용해서 말하면 강요하기도 애매해져 그러자 하곤 고기나 먹었다. 그러다가 부탁한 것이 사진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분명 새끼 고양이라고 했으니 엄청 귀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그런데 사진을 찍지 않았댄다.
니가? 그럴리가... 싶었다. 길 고양이마저 찍어다가 당시 유행중이었던 싸이월드에 올리던 녀석이었는데 자신이 키우게 된 고양이를 찍지 않았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월급날이 아직 꽤 남아서 임시 배변판도 손수 만들어야 했고 냥이를 씻기기도 해야했고 닦아주고 참치를 물에 헹궜다가 물을 조금 넣어 살짝 데워서 먹이기도 하는 등 바쁘셨댄다. 하긴 성체를 주운 것도 아니고 새끼를 주운 것이니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겠다고 생각하니 납득이 아예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성격상 그걸 하는 틈틈히 냥이를 찍는 게 더 말이 되지만 냥이가 유별난 구석이 있었다면 이 놈도 정신이 없었겠지....
그래서 대략적인 생김새에 대해 물었다. 아마 대충 상상력을 동원해서 만든 새끼 고양이를 마음 속으로나마 귀여워해주고 싶었던 것인데 친구는 그저 얼룩덜룩하다고만 이야기했다. 얼룩냥이나 삼색냥부터 포괄적으로는 치즈, 고양이 태비 좀 우기면 턱시도 계열도 포함되는거라 순간 짜증이 났지만 식사자리에서 화를 내는 것은 내가 하지 않는 짓 중 하나였다. 그 날은 친구에게 금전적으로 모자라서 냥이를 방치하지 말고 나에게 연락하라고 몇 차례나 확답을 받았다. 내가 무척 착해서가 아니라 이 놈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경험을 제공 받으면 후일 내가 고양이를 키울적에 도움이 되리라는 계산 아래한 행동에 불과하다. 나는 내게 1할일지라도 이득이 되지 않는 행위는 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이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이제 시장 근처를 혼자 맴돌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궁상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도 친구는 자주 만났다. 일주일에 두 세차례. 친구에게 고양이가 생기기 이전부터 그렇게 만나왔기에 딱히 부자연스러운 건 아니었으나 의아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약 보름이 지나는 시점. 아무리 새끼라지만 1주일 정도면 대충 급한 불은 끄고도 남는 시간인데 친구의 싸이월드엔 달랑 한장의 고양이 사진만이 업로드 되었다. 다른 사진들은 많이 업로드되었으니 싸이월드를 이용할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다. 게다가 올라온 건 치즈태비였고 새끼인지 성체인지 애매한 놈이었다.
그러나 친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싸이월드에 사진 몇징 안 올렸다고 해서 친구에게 무언가 일신상의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고 길고양이의 명칭은 헷갈릴 수 있는 일이고 고양이의 사이즈가 애매하다면 새끼인지 성체인지 헷갈리는 것 역시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다.
무엇보다 다른 친구와 함께 고양이 사료를 사러 간 모양이었다. 여우녀라고 해서 내가 꼬시고 싶어서 안달하던 여자애 있음. 얘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서 이론쪽은 어느 정도 파악한 인물중에 하나이기도 해서... 이때는 여우녀와 함께 행동한다면 나도 부를 일이지...하는 배신감을 더 크게 느꼈다.
그딴 것보다 신경 쓰이는 쪽은 내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위화감은 감이 좋다던가 그런 게 아니다. 보기에 뭔가 이상하다 생각을 하는데 머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파악하지 못하는 멍청함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도 이 위화감을 느끼면 내 주변 어딘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그러던 어느 주말 여우녀를 잘 볶아서 데이트 비슷한 걸 하러 갔을 때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우녀도 고양이를 실물로 보지는 못 했다는 것이다.
사료까지 같이 사러 갔으면 이 여우녀의 성격상 고양이와 놀아봐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아직 키우고 있는 친구와도 고양이가 낯을 가리는 사이라는 이유로 보지 못 했다고... 그러나 여우녀의 다음 말에 내 불신은 잠시 후퇴하게 된다.
"내가 지 자취방에 들어가면 지를 때려죽일 이상한 놈이 있대나 뭐래나...글마 그거 도라이 아이가? 자취방에 들어간다고 내가 뭘 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지x이고."
음...그 때려 죽일 이상한 놈이 나야. 라고 말해줄 수는 없어서 그냥 친구를 도라이로 만들어 버린 후 여우녀와의 데이트를 즐긴 후 집으로 귀가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한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1개월씩이나 줍줍한 고양이를 자랑만 하곤 보여주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의심이 드는 게 아니라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즈음에 그 친구는 캣타워를 구매했다. 그것도 돈을 빌려서...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타인을 도울때는 자신이 충분히 살아갈 여력이 있을때 남는 것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 의로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는것도 좋지만 과하게 돈을 들여 자신이 궁핍해지면 고양이에 대한 애정 역시 이상하게 비틀리기 시작하는 법이다. 캣 타워라는 것이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없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친구 녀석의 좁은 자취방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을 캣타워를 생각하니 위화감이 초조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친 형이 귀국했다. 우리형은 무역선을 타는 항해사라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동생인 내가 당연히 자신을 환영히리라고 믿는 그런 인간이다. 형제라고 하나 있는 인간이니 안 챙길수도 없는 노릇이고 장기간 바다에 둗둥둥 떠디니는 항해사이다 보니 벌이가 좋아 용돈을 쏟아내기도 하는 등 내게 이익이 되는 부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존나 수상한데?"
"뭐가"
"니 친구가."
...친구 얘기 중이었으니 당연히 친구가 이상하겠지, 어느 점이 이상하냐고 묻는 거 아이가, 와이리 삐대하노. 외국서 오래 있더니 한국말을 다 까쳐먹었나?, 따위의 말은 하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껏 안 하고 잘 지키고 있다. 왜냐하면 난 이 날,
형의 눈에서 살기를 보았다. 우리 형은 복싱 아마리그 준 우승자 이력이 있다. 그런 인간이 눈에 살기를 담은 채 날 바라보면 곤란하다. 다행인 점은 형은 성인이 된 이후로 나를 때린적이 없다는 것 정도?
형의 설명을 듣고 나니 친구가 더욱 수상했다. 형이 말하기로는 내 말만 가지고 판단하면 내 친구는 주변 사람들이 의심을 할 타이밍에 맞춰서 고양이와 관련된 무언가를 업로드하거나 구매하는데 이게 수상하지 수상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가 되어야 수상하다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특히 사료가 이상하다고 했다. 사료를 산다면 고양이를 주운 지 근 시일내에 구매하지 몇주 뒤에나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동안은 다른 것을 먹였을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내 말에 형은 아니라고 했다. 사료를 먹이는 이유는 영양상태 때문이라고. 분명 주변에 조언을 구해가며 키우겠다고 한 놈인데 길냥이를 주운 놈에게 아무도 사료를 사라고 하지 않았을리가 없다며 이런 건 간단한 일이라 하더니,
"함 오라캐라."
"뭘?"
"친구 관상 좀 보자고."
나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다. 그 놈은 거짓말을 할 친구는 아니라고.... 실제로 그랬다. 아버지의 거짓말에 실망을 되풀이하는 유년기를 보낸 놈이라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빈말로라도 너 정도면 이쁘다 라는 말조차 못 해서 조금 외형적으로 불리한 여자아이들이 싫어하던 놈이었고, 그게 제법 잘 생겼으면서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 하는 이유인 놈이었다. 그러나 형의 고집을 꺽을수는 없었다. 몇 차례나 손찌검은 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친구를 불러냈다.
친구와 몇 차례 문답을 나눈 형은 내 친구에게 거짓말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게 친구의 발작 버튼인데... 친구가 나에게도 패드립으로 작용하는 몇 가지 욕설을 내뱉기 시작할 무렵 형은 동구에서 또라이로 유명한 인간의 별명을 언급하며 아느냐고 물었고 친구는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다. 형은 그게 자신이니 적어도 너한테는 상관이 있을것이라 말했는데 그때 처음 사람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는 표현이 뭔지 알게 된 거 같다. ....미친 놈으로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걸까.
형의 논리는 간단했다. 지금 친구 집에 가서 고양이가 있다는 걸 보여주면 100만원을 친구에게 준다, 고양이가 없으면 앞으론 고양이를 키운다는 거짓말을 하고 다니지 않는다는 약속만 해라. 구타? 안 한다. 나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한참 어린 애기들이나 때리고 다닐 양아치가 아니다. 그저 너네 집에 있다는 고양이만 보고 동생과 술이나 마시러 갈 것이니 그렇게 쫄 거 없다고（난 니랑 술 마실 기분 아닌데）
참으로 간단한 방법인데 내가 하지 않은데에는 이유가 있다. 친구가 매번 바쁘다고 했으니깐... 이 자리에 나왔다는 건 바쁘지 않다는 거고 바쁜데 내 탓에 시간을 낭비하는거라면 택시나 태워 원래 가야할 곳으로 보내고 후일 비싼 걸 좀 사먹이며 사과를 하면 되겠지... 하며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가장 궁금할 부분은 어차피 단 한 가지인데
고양이는 없었다. 그러나 다른 것들은 다 있었다.
샀다는 캣 타워도 다소 많이 소형이긴 했지만 제대로 조립되어 있었다. 통행에 방해가 될 만한 위치에 있어서 그렇지... 여기저기 고양이 장난감이나 고양이 간식도 굴러다니고 있었고 크기로 보아 고양이의 것인 방울 달린 목띠나 고양이의 사료도 있었다.
다만 없어야 하는것도 많이 있었다. 방 안이 쓰레기로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를 일에다 옅은 악취도 풍기고 있었다. 누가 봐도 고양이를 키울 환경이 아닌 걸 보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가운데 친구는 고양이의 이름인 것으로 추정되는 하니를 부르며 방 안 구석을 살피는 중이었다.그 좁은 자취방에서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내가 멍청하긴 한가보다라고 생각한 게 그때까지 난 고양이의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았었다.
분명 이 놈은 "누구 자식 아니랄까봐..." 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평소 위생에 꽤 엄격했던 놈이다. 현 시점에서 봐도 좀 깔끔 떠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만한 정도라 당시에는 지나치게 깔끔떤다는 평을 듣는 놈이었는데 방안은 정반대였다. 불과 2,3개월 전 막차를 놓쳐 하루 신세를 질때는 분명히 이런 점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무언가 아버지와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버지외에 불만을 이야기한 적이 없는 놈이라서...
"이 새끼 제대로 미친거 아이가?"
형의 말에 발끈하여 형을 매섭게 째려보자 형은 잠시 날 빤히 보다가,
"그게 아니면 귀신이라도 들린거던가?"
라며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형은 다가올 추석에 나를 잘 포장해서 친어머니에게 보여드린다는 （내 의사 따위는 일체 들어가있지 않은） 서프라이즈 플랜을 가지고 있어서（요새도 이 플랜을 가지고 있다. 한결같은 인간이다...） 내 심기를 너무 많이 건드리는 건 피하려 노력하곤 했다. 그래도 내 표정이 풀리지 않자 꽤 커다란 사료포대를 번쩍 들어서 내게로 다가와 내려놓은 뒤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이 집에는 고양이가 없으니까네, 이걸 먹은 놈은 니 친구 아이겠나."
사료포대는 상당히 비워져 있었다. 분명 얻은 게 아니라 산 것이니 이건 누가 소비했든 소비했다는 게 분명하다. 고양이와 친구 중 고양이가 없어지고 친구만 남았으니 친구가 먹었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먹는 걸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방 상태를 보건데 친구가 먹은 게 맞을 거다. 물론 길 고양이에게 준 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나와 이 친구가 고양이들에게 주던것은 말린 대멸치같은 것들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고양이를 만질 수 있을 확률이 높아서 이 쪽을 선호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방 한켠에 사료가 담겨있는 사발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다.
형은 짤막하게 정신병원에 가보라는 조언을 친구에게 해주며 사는 걸 보아하건데 당집에 가봐야 헛수고라고 했다. 만에 하나 세상에 귀신이 존재하고 그게 친구에게 붙었다고 해도 무속신앙에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이후 호프집에서 형에게서 듣기로 형이 내 친구의 집엔 고양이가 없을거라고 확신한 이유는 친구가 입고 온 옷 때문이라고 했다. 친구와 나눈 문답중에는 털을 제거하는 롤러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 친구는 그 도구에 대해 제대로 된 사용법을 말하지 못 했으니 가지고 있지 않다는 소리가 되는데 친구가 입고온 검은색 계통의 의상들에 고양이 털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고...내게 듣기로 치즈태비를 기르고 있는 놈인데 치즈태비의 털의 반절은 흰 털인데 검은 옷에 흰털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틀렸다면 돈을 줘버리면 그만이고...（이 당시의 100만원은 내 기본급여보다 조금 덜한 돈인데 그냥 줘버리면 그만이라는 소릴 듣곤 나도 배나 탈걸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내 친구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깔끔떠는 성격이 어딜 가는것도 아닐 뿐 더러 가정사로 인한 가치관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더욱 아니니깐.
솔직히 나는 정신병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당시 경험을 공유한 인원들은 모두 귀신이 들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쪽이 팔려서인지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귀신 들린 놈으로 만들었다 생각해서인지 그 날 이후로 그 친구와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몇해전인가 전해 듣기론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며 집사로서 살아가고 있다고 들었다. 당시 내 표정이 꽤 볼만했는지 그 친구의 근황을 알려준 선배는 이번에는 정말로 살아있는 규양이가 맞다며 러시안 블루 한 쌍을 키우고 있다고... 이 이야기에 귀신은 등장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충격적인 경험으로 남아 있는데 길고양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적어야지, 적어야지라고 생각하다 이제서야 글을 남기게 되었는데 제목은...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냐고 말했기에 아 나쁘지 않은 제목이네라고 생각해서 쓰게 되었다.
아 참고로 형에게는 바보냐고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았습니다. 싸이월드에 있는 고양이는 대체 뭐였을까해서 확인을 했는데 제법 멀리서 찍은 게 누가 봐도 그냥 길 구양이를 찍은건데 이 사진을 어떻게 봐야 애완고양이의 사진으로 볼 수가 있는거냐고...
아....뭐...저 나름대로는 충격적인 경험이었는데 뭐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커여운 고양이가 너오는 이야기라 게시판 주제와는 좀 안 맞나? 그래도.... 이게 무속적인 이야기에 해당하긴 하는데...
딱히 고양이가 친구에게 해악을 끼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정을 보인것도 아니고 해서 저는 정신질환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그런거치곤 잘 지내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 생각도 했지만 내가 그 친구에겐 안 좋은 기억 그 자체가 되었을 수 있다 상각하여 모임에 불러내지는 않았어요. 10년 넘게 연락도 안 하가가 불러내면 보험이라도 팔려 그러나 이렇게 보일수도 있고.
이게 끝입니다. 네. 저도 고양이 요괴가 나타나서 칠성검으로 봉인하는 그런 믿기 힘든 이야기쪽이 더 재미는 있을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적을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음... 다들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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