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에서 홀로 지낸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가끔 거울앞에 선 내 모습이 낯설다.
이제 청년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어느새 아저씨의 모습만 보인다.

하지만 괜찮다.
앞으로 10년만 이 우주선에서 버틴다면,
나는 두번째지구에 도착하는 최초의 인간이 된다.

앞으로 10년이다. 10년만 버티면 나는 최초의 인류가 된다.

이런 명예가 아니었다면 이 30년 가까이 되는 항해에서 당장이라도
미쳐버렸을 것이다.

-삐릭-

그때 영상 메시지가 도착했다.
얼마만에 온 지구 소식인가!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 놀랐다. 그 1등녀석이다!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똑똑히 기억났다.

영상을 열었다.
.
.
.

눈 앞에 펼쳐진 영상은 어떤 토론장과 같았다.
양 쪽으로 나뉘어진 데스크에는 각 진영의 대표자들이 앉아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사회자가 서있었다.

TV토론 영상 속 검은 양복이 말했다.
"말도 안됩니다. 낭비한 시간은 어떻게 합니까?"
"인류를 위한 길입니다. 새로운 지구를 갖기위한 소중한 시간을 아껴야 합니다."
"아니요. 그 사람이 느낄 상실감을 상상해보세요. 20년째 고독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단 말입니다!"

내 얘기인가?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시다시피 현재 개발된 기술이면 3년만에 두번째 지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한명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지구가 10년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지금 바로 진행할겁니다."
청중들이 동조하듯 웅성거렸다.

정신이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