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이었다
출근해서 오전 업무를 보고, 점심을 먹고

그때 온 문자 한통
빨리 뛰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고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요즘 피싱 링크에 부고문자까지 쓰는구나
너 핸드폰 연락처 다 털렸다고 빨리 말해줘야지

비상계단으로 가서 전화를 건다
계속 가는 신호음
왜 안받지, 설마...
아 받았다. 역시... 근데 여자 목소리다

사무실로 돌아온다
눈물이 조금 난다
생각이 많아지지만, 보러 가려면 업무를 마쳐야 한다
30분 정도 멍때리다가 일을 시작한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
일단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래도 검은 옷은 입고 가야지

처음 가보는 곳으로 간다
예전 추억이 있는 동네는 각자의 사정으로 떠난지 오래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진 믿을수 없다는 일말의 생각은
영정사진을 보면서 무너진다

너한테 향을 피우고 절을 하다니
물론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긴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르잖아?
눈물은 안나오고 깊은 한숨만 나온다

맨정신으로 있기 어려워서 술을 따른다
얘기를 해보니 다들 이유를 모른다
전조증상도 딱히 없었다도 한다

역시 넌 내 친구가 맞다
힘든 것을 혼자 지고 가는 성격
조심스럽게 내가 아는 너의 이야기를 해본다

내가 위로해 줬으면 막을수 있었을까?
아니, 그래도 너랑 만나서 마지막으로 들은 이야기는
악재와 호재로 이분하자면 호재 쪽이었는데
몇달 사이에 무슨 일이 또 있었던 거냐

안 그래도 조만간 보자고 약속을 잡았었는데
더 빨리 봤어야 했다
후회되지만 늦었다

핸드폰을 못 열어서 친구들을 못 부른단다
어릴적 부모님이 연락처를 물어봤던 나 하나
나머지는 가족 친척들
무거운 분위기에 오래 있지 못하고 도망치듯 나온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
나도 이정도인데 가족분들은 어떨까
언제쯤 추억으로 넘길수 있을까

익명으로라도 털어 놓고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싶다는 마음과
희미해지기 전에 너의 마지막을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다소 상반된 마음을 담아
평소 즐겨 보던 사이트에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