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던 동네 호프집이 있었다.
여덟 테이블 규모의 작은 호프집이었는데, 사장님이 30대 초반 여성분이셨다.
비교적 젋은 나이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호프집을 창업했다고 했다.
몸매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옷을 자주 입으셔서 30대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짙은 화장을 하지 않은 청초한 얼굴 때문에 대부분 손님들이 사장님을 알바로 착각했다.
가끔 악질 취객이 사장 나오라고 행패를 부릴 때 본인이 사장이라고 말을 해도 안 믿는 진상들도 있었다.
심지어 마음에 든다고 번호를 달라는 인간부터 같이 2차를 가자는 금수들도 간혹 있었다.
（솔직히 나도 사장님 보려고 자주 출근 도장을 찍었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서빙 알바도 해주면서 마감 때 같이 술을 먹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사장님은 맥주 500cc 두 잔이 최대 주량이었는데,
가끔 기분이 좋거나 안 좋으면 주량 이상을 넘기는 경우가 있어서 난감했다.
평소 조신하고 지조있던 여자가 주량만 넘어가면 지킬과 하이드처럼 인격이 돌변해서
온갖 욕설과 음담패설을 줄줄이 내뱉었다.
33살 노처녀가 21살 총각한테 할만한 수준의 언행은 아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사장님의 주사를 홀몸으로 받아내며 멘탈을 방어했다.
“야~ 너~ 시벌... 모쏠이지? 맞지~?”
“아닌데요;”
“아니긴. 시벌. 딱 봐도 여자 손 한번 못 잡아 본 거 같은데.”
“손은 잡아 봤거든요?”
“아~ 손만~?”
밀당 같은 장난으로 내 멘탈을 어찌나 흔드는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띠동갑 여자한테 쓴소리도 못 하고 그저 망부석처럼 앉아서 노처녀 히스테리만 줄줄이 경청했다.
그러다가 사장님이 내 팔을 부여 잡더니 갑자기 치킨 튀기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야~ 치킨은 이렇게 튀겨야 맛있는 거야!”
“그냥 타이머 누르고 치킨 넣었다가 건지면 끝이잖아요.”
“아니지~ 치킨은 정성이야! 정~성!”
그렇게 한참 밀가루를 묻히면서 튀김 강의를 듣던 중에 내가 실수로 밀가루를 사장님 옷에 묻혔다.
검은색 슬림 긴팔티라서 밀가루가 용 문신처럼 선명하게 묻었다.
─아, 좆댔다. 이걸로 잔소리 존나 듣겠네.
훈수와 훈계를 넘나드는 사장님의 주사 잔소리를 듣자니 벌써부터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일단 수습부터 해야 겠다는 생각에 물티슈를 뽑아서 사장님한테 건넸다.
“죄송합니다. 물티슈로 닦으면 어느정도 지워질 거 같아요.”
내가 건넨 물티슈는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입을 삐죽 내밀고 레이저라도 쏠 듯이 노려보는데, 정수리 머리털이 곤두섰다.
“죄송하면 끝이야? 끝이야?!”
“죄송합니다... 세탁비 드릴게요.”
“필요 없어. 나 지금 손 쓰기 싫으니까, 니가 닦아.”
“네. 네??”
등이나 배에 묻은거면 어찌해서 잘 닦아 보겠는데,
쌍봉낙타 등처럼 봉긋하게 솟아난 가슴에 묻은 밀가루를 직접 닦으면 고소당할 거 같았다.
“아.. 그래도... 제가 닦기에는 부위가...”
“니가 묻혔으니까, 니가 닦아야지. 가슴 주물럭거릴 것도 아니잖아?”
당당한건지 생각이 없는건지 아니면 합의금 받으려고 그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각서라도 쓰고 닦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깊은 내적 갈등에 빠졌다.
“아, 그냥 이렇게 닦으라고!”
사장님이 내 손을 붙잡고 본인 가슴팍에 묻은 밀가루를 슬그머니 닦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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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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