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시리즈 3번째입니다.
1편 http://m.humoruniv.com/board/read.html?table=thema2&number=872411
2편 http://m.humoruniv.com/board/read.html?table=thema2&number=872473
어두운 내용 주의
시간이 흐르는건 눈 깜짝할 새라,
765프로가 없어지고나서 2년이 흐르려고 합니다.
그 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서 곤란하거나, 여성한정 알바에서 이유 모르게 거절당하거나,
수상한 호스트클럽에서 일하거나 하기도 했지만, 천국에 계신 프로듀서가 걱정하지 않도록,
착실하게 노력했어요.
그런 제 지금 생활은……
「어서오세요ー！！！네！규동 곱빼기죠！！！」
「잠깐만！마코토군, 목소리 너무 크다고！그렇게 큰 소리 내지 않아도 들리잖아！」
「아, 아와와. 죄, 죄송해요ー！」
규동가게에서 프리터 지내고 있습니다.
알바를 시작하고 수 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익숙하지 못한 것들만 잔뜩이예요.
아무래도 제 배짱을 높게 사서 열혈지도다！라고 점장은 의기양양했었습니다.
일 자체는 굉장히 즐겁지만 아무래도 곤란한게…….
「마코토군. 넌 키사라기씨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수도 적고, 하루카쨩같이 웃는 얼굴도 나무랄 데 없어.
하지만 말야, 너는 조금 페이스배분이랄까？그런게 있어야지」
「죄송해요. 프로듀……점장님」
「그리고 널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우리 가게까지 쳐들어오는건 어떻게 해결안되？」
「네……」
「수고하셨습니다ー！！！」
저는 가게 안쪽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들리도록 기운차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자동문 건너편에서 점장님이 무언가 말한 것 같기도 하지만…….
「우와아, 밤에 보는 벚꽃은 예쁘네～」
역에는 벚꽃나무가 늘어서 있어서 떨어지는 꽃잎이 타일에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반년 전, 호스트클럽이 망한 후 일자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저는,
그만둔 치하야를 대신해서 제가 홀을 담당하고 있어요.
왠지 「미인이 일하고 금방 그만두고 또 새로운 미인이 들어오는 가게」라고
조금 유명세를 타는 모양입니다만.
제가 치하야와 교대한건 규동가게만이 아니라 765프로의 권유까지입니다.
그리고 저는 밤 9시부터 어떤 사람과 만날 약속을 하고 있는데…….
「곤란하네. 너무 빨리 끝났어……」
거기서 팅！하고 떠올랐습니다.
그렇지, 거기에 가자.
그렇게 정했으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달려서 목적지로 향합니다.
「어서오세요ー. 카라아게군 지금 세일 중……어머, 마코토잖아」
「야호ー！리츠코ー！」
저는 계산대에 서 있는 리츠코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왠지 지금 유행하는 전자칠판같은걸 양손으로 들고 있었습ㄴ다.
편의점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음～점장은 분명 바쁘겠지.
「그래그래, 항상 그거지」
리츠코는 그걸 대수롭지않게 여기는 듯한 얼굴로 제가 온 걸 환영해 주었습니다.
한번 「종업원 외 출입금지」가 적힌 문 앞으로 들어가,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품에 떠안아 나옵니다.
「너, 이런거만 먹으면 안되. 몸이 자본이니까 더 영양밸런스를 생각해서……」
또 리츠코의 긴 설교가 시작될 것 같았으므로,
「야리ー！고마워 리츠코！」
씩씩하게 상미기간이 지난 도시락을 받아 가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상미기간（賞味期限） : 일본의 유통기한 표기법 중 하나로 언제 먹어도 맛있는 기간. 상미기간은 유통기한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고 먹어도 별 문제없습니다.
「잠깐 기다려！마코토」
후퇴하려는 저를 리츠코가 따라왔습니다.
이렇게까지 저를 멈춰 세우려는건 뭔가 다른 용건이 있는게 틀림없어요.
「너, 하루카가 어떻게 된 지 알고 있어? 작년에 나랑 우연히 만나고 『제가765프로의 모두를 설득할꺼예요！』
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부터 뚝 연락이 끊겼어. 집으로 가려고도 했지만 하루카에겐 하루카의 생활이 있을테니까.」
저금 조금 눈을 내리깔고 마음 속에서 기세를 더해 리츠코에게 전했습니다.
「……하루카는 포기했어. 이제 꿈을 꾸는건 그만두고 현실을 직시하겠대」
치하야는 남이 물어보면 그렇게 전해달라고 전에 말했습니다.
「그래, 하루카가 그런 말을 하다니 인간은 역시 어떻게 될 지 모르는거네.
그래도 연락정도는 해줘도 되는데 말야」
「그, 그게 하루카도 리츠코도 바쁜 몸이잖아」
거짓말을 하는 건 역시 좋아하지 않아요.
가슴 속이 따끔하고 아파졌습니다.
「그럼, 마코토도 부디 건강 조심해. 몸이 자본이니까 말야」
또 똑같은 대사…….
아무래도 리츠코는 프로듀서의 일이 있고 난 후, 건강관리에 대해선 상당히 신경을 쓰게 된 모양이예요.
「응, 고마워. 또 올게」
리츠코에게 손을 흔들며 저는 역으로 향했습니다.
리츠코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고 이윽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아～～～………」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습니다.
역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시계를 확인합니다.
「아직 ３０분이나 남았네……」
조금 고민한 후, 저는 비닐봉지에서 카라아게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뭐어, 약속 장소는 카페니까 먼저 저녁을 먹자.
젓가락으로 도시락을 휘젖고 있었더니 20대 정도의 여성 두 명이 저를 보고
속닥속닥 얘기하는게 보였습니다.
「하지 말자니까」
「아냐, 절대 맞다고」
작은 목소리가 제 귀에 전해집니다.
「저기……저한테 볼일이라도？」
젓가락을 입에 물고 두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어차피 저한테 말을 걸 분위기라서 제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아, 저기～～혹시 드릴 클럽에서 일하던 꽃미남 유명 호스트이신 히라타씨 아니신가요？」
「그, 너무 닮아서 그만 말을 걸어버렸어요」
면목없는듯이 두 사람은 다가와서 제게 말합니다.
이번엔 작은 한숨이 한번 나왔습니다.
「아뇨, 사람 잘못보셨어요. 제 이름은 키쿠치 마코토. 여자예요」
그렇게 말하니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하고,
「아하하……실례해씁니다～」하고 헤프게 웃으며 물러갔습니다.
「봐,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잖아.
애초에 히라타씨가 어덯게 촌스런 차림으로 편의점 도시락이나 먹을리가 없잖아」
………. 다 들린다니까.
슬슬 시간이 다 됐네. 남기지않고 다 먹은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쑤셔넣고,
부자들 사이에선 유명하다는 고급 카페로 향했습니다.
왠지 굉장히 무거운 금색 장식이 있는 양쪽으로 열리는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호화스러운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빨간 색을 기본으로 꾸민 점내에
드문드문 굉장히 비싸보이는 검은 턱시도를 입은 웨이터가 등을 쭉 펴고 서 있습니다.
저는 아, 이런 하고 후회했습니다.
평소에 입는 회색 파카입고 오는게 아니었어…….
「저, 저기～………여기서 만날 약속을 했는데요」
저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웨이터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넓은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먼저 와버린 모양이예요.
웨이터에게 안내받아 안쪽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우와아, 소파가 푹신푹신해.
잠시동안 가게 안을 우와～굉장하다～저 꽃병 얼마할까？라고 생각하면 둘러보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팔짱을 끼고 기다렸지만 오지 않습니다.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기다리지만 보이지 않아요.
아아아아～～！늦어！너무 늦어！
책상에 풀썩 쓰러져 있으니 점점 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알바 끝나고 지친 몸으로 왔으니 무리도 아니예요.
그리고,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서……
……….
「이 가게를 고르다니, 너 치곤 꽤 취미가 고상하네」
제 머리 위에서 목소리서 들려 눈이 뜨였습니다. 아, 자버렸다.
「하하……여전한 모양이네. 이오………이잇？！」
고개를 드니, 거긴 분명히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있었지만……무심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 너……정말 이오리야？」
「뭐야, 네가 부르니까 와준거잖아……」
「미, 미안. 그, 그치만 말야……」
이오리의 모습은 약 2년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습니다.
머리는 푸석푸석하게 헝클어져있고, 프릴이 달린 분홍색 원피스는 군데군데 갈색 얼룩이 들었고,
얼굴은 진흙인가 뭔가로 검게 더럽혀져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앉은 자리로 시선이 집중되고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은 코를 움켜쥐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이게……이오리？부자에 항상 고품스럽던 이오리？
제 열린 입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이오리는 그걸 신경도 쓰지않는듯, 풀썩하고 옆을 향해 앉고
언짢은듯이 볼에 손을 댔습니다. 제게 옆 얼굴을 보이곤 결코 시선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
「……」뭐부터 말하면 좋지. 어떻하지.
「저, 주문은……」
이오리쪽을 슬금슬금 쳐다보며 웨이터가 다가왔습니다.
「저, 저기……그럼 저는 카페오레……. 이, 이오리는？」
제 쪽을 흘낏 보고 말했습니다.
「물이면 되」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겸연쩍은듯이 물러갑니다.
평소의 이오리라면
「과급 100% 오렌지 쥬스를 지금 당장 가져와！이 이오리쨩을 기다리게 하면 용서 안할테니까！」
쯤은 말했을텐데…….
「늦어서 미안해. 잠깐 세일이 있어서 줄을 섰었거든」
무뚝뚝하게 제게 말합니다. 여전히 얼굴을 돌린채로.
「세, 세일？」
「뭐야, 내가 빵 모퉁이 10엔 세일때문에 늦었다고 말하면 이상해？」
그렇게 자학하는 이오리의 눈이 희미하게 물기를 띱니다.
역시, 이 이오리같은 소녀는 이오리야. 이렇게 센 척을 하는 점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아니, 그다지」
「아 그래」
「……」
「……」
겸연쩍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대체 무슨 얘기부터 꺼내면, 뭐부터 물어보면 좋지.
치하야라면 꺼림없이 질문할 수 있겠지만…….
머뭇거리는 절 보고, 이오리가 이대론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본건지 한숨을 한번 쉬고 말했습니다.
「가출했어」
「엣」
「가출이라니, 언제부터……」
「이러저러해서 한달쯤 되려나」
아무리 자존심 강하고 고상하고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이오리라도, 한달이나 집에 돌아가지 않고 길거리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니…….
무언가 큰일이 있던게 틀림없어요. 저는 머뭇거리며 이오리에게 물었습니다.
「대체 왜……」
「……」
이오리는 다시금 입을 다물었습니다.
웨이터가 음료를 들고 와, 테이블 위에 교육받은 손놀림으로 놓았습니다.
이오리는, 그냥 물을 마치 고급 술, 미성년이니 마신적은 없지만, 이라도 되는 듯 홀짝홀짝 마십니다.
「너 말야, 네가 불렀으니까 물어보기만 하지 말고 네 용건을 말하라고」
「에, 그게……」
여기서「이오리！765프로로 돌아와줘！」라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실은 다시 아이돌을 목표로 삼자로 권유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아.
이오리, 뭐가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부탁이니 집에 돌아가줘！」
이오리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말했습니다.
「절대로 싫어. 둘 다」
「그보다, 애초에 왜 네가 그런 스카웃 비슷한걸 하는거야？
여자 헌팅은 예전부터 잘하는 것 같았지만」
비아냥을 담아 이오리가 말했지만, 왠지 그 이오리다움이 아픔을 더하는 것 같아서…….
「뭐어, 속죄라고 할까나」
저는 무심코 고개를 숙여버립니다.
이오리는 제 분위기가 변한걸 보고
「그래……뭐, 서로 2년이나 지났으니 여러가지 있었겠지」
라고 화제를 끊어줬습니다.
「내가 말야, 지금 이런 홈리스같은 생활을 하는것도, 아이돌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 것도 말야」
이오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집니다. 그리고, 던지듯 내뱉었습니다.
「전부, 시죠 타카네때문이야」
「엣……」
갑자기, 이오리는 의자를 쓰러뜨리며 일어나서, 책상을 있는 힘껏 두드렸습니다. 컵이 쓰러져 하얀 테이블을 적십니다.
「나는！절대로！！걔를 용서하지 않아！！！」
거친 목소리를 내는 더럽혀진 이오리의 얼굴에, 아주 조금 눈물이 맺혔습니다.
「후우ー, 후우ー！」
가게 안에 수군……수군……하고 시끄러워 졌습니다.
새빨간 얼굴의 이오리는 다시 의자를 되돌려놓고 앉았습니다.
「타카네에 관해선 너도 당연히 알고있겠지」
「응……」
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이 얘긴 알고 있을까？
최근 미나세재단이 시죠그륩과 제휴를 맺었다는걸」
「엣」
「너 말야, 이제 19살이니까 신문정도는 읽으라고」
「……」
「그런 여자한테 실실거리는 아빠따위 정말 싫어……！」
이오리는 노기를 가라앉히듯 계속 말했습니다.
「그래서 가출했어. 신용카드는 막혔고. 어차피 또 딸이 짜증을 부렸지만 금방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겠지」
「이오리……진정해……」
「모욕이야！굴욕적이라고！」
또 이오리가 테이블을 있는 힘껏 두드렸습니다. 웨이터가 무언가 소근소근 지시를 내리고 있습니다.
「타카네가 내 앞에서 무릎꿇고 용서를 빌때까지！절대로 집엔 안돌아갈꺼야！」
「자, 잠깐만 이오리……」
저는 필사적으로 달랩니다.
문득, 정신이 빠진듯이 이오리의 힘이 빠졌습니다.
「그래도, 딱히 외롭거나 하진 않으니까」
「엣」
「내겐 우사쨩이 있으니까 말야ー」
히죽히죽 웃으며, 이오리는 껴안고 있던 토끼 인형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토끼 인형은 부분부분 찢어졌고 귀도 덜렁덜렁하고 오른쪽 눈은 없어졌습니다.
이오리…….
「손님, 다른 손님께 피해가 되므로 죄송하지만 나가주세요」
이오리의 등 뒤에는 다부져보이는 가드맨이 둘 서 있었습니다. 이오리의 양 어깨를 잡고 끌고나가는 듯이 가게 밖으로 쫓아내려고 합니다.
「뭐야！놓으라고！나는 미나세재단의 딸, 미나세 이오리야！너 같은건 바로 짤라줄테니까말야！」
「뭐어？너 같은 더러운 꼬맹이가 천하의 미나세 집안 사람일리가 없잖아. 상식저으로 생각해서……」
이오리는 질질 끌려나가 점점 저와 멀어집니다.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고 했지만, 웨이터한테 제지당했습니다.
「아파！아프다고！……잘 들어！마코토！네가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다면 말야！내 앞에 타카네를 데려오라고！바보ー！」
이오리는 울부짖으면서 폭풍처럼 사라졌습니다.
「저, 저기 친구가 폐를 끼쳐서 죄송했습니다」
저는 카페 웨이터 한명씩마다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봄이라고 해도 밤은 조금 춥고, 비도 조금씩 똑똑 떨어졌습니다.
이오리는 절대로 내가 데리고 돌아갈께. 약속할께. 치하야…….
주먹을 꾹 쥐었습니다. 다음은 타카네와 대화를 해야겠지…….
시계를 3번 확인하니 벌써 꽤 밤도 깊어졌습니다.
치하야, 자고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의 보고를 하러 가야겠지.
저는 역으로 가 치하야가 있는 곳을 향했습니다.
「치하야, 늦어서 미안！다녀왔어ー！아까 우연히 치하야의 어머니랑 만났어」
저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치하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치하야, 오늘은 이오리를 만났는데 말야. 조금 말썽이 있었어.」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합니다. 아무래도 이건 제 버릇같아요.
「치하야, 하지만 괜찮아！내가 절대로 어떻게든 할테니까！」
가슴 앞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보입니다.
「치하야, 765프로가 도산하고 벌써 ２년이네……」
저는 치하야 앞에 의자에 앉아 깍지를 끼고 무릎 위에 올려놓습니다.
「치하야, 나는 오늘도 건강해！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고 일어나 줘……」
병원에 옆 침대 아저씨가 수상하게 이쪽을 바라봅니다.
새하얀 시트와 새하얀 벽과 새하얀 옷을 입고,
치하야는 마치 인형처럼 편안한 얼굴로 자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뭔가 저주라도 걸린걸까…….
그 날, 반년 전 그 날이었어…….
「정말로 미안해！」
나는 치하야에게 합장하고 사과했습니다.
치하야는, 그걸 보고 조금 입가에 풀어져서
「용서안해」
「엣」
「그 대신, 네겐 좋은 대답을 들어야겠어, 마코토」
치하야의 그 때의 미소는, 제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처음이자 마지막 미소였습니다.
「곤란하게 됐네……」
「남 속이고 일하려고 하니까 그렇지」
「하하하……치하야는 못당하겠어」
「후훗」
저와 치하야는 역 플랫폼에서 서로 웃었습니다,
그 후, 조금씩, 잔뜩, 1년 반 사이에 있던 일을 전부 나눴습니다.
정신이 드니 막차가 끊기려고 해서 우리들에겐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어머, 내 노선의 마지막 차가 이제 없네」
「엣, 그럼 택시 불러」
「아냐, 돈 없으니까 걸어서 돌아갈께」
「그런……여자 혼자면 위험해. 내가 빌려줄께」
「마코토, 너는 큰 돈이 필요하잖아？괜찮아. 옆 마을에 가는 정도니까, 이런 일 다시 일어날 리 없어」
「그럼, 배웅할께……」
치하야는 쿡쿡거리며 손을 입에 대고 웃고
「마코토, 너는 변하지 않아서 정말 안심했어. 여전히 여자아이에겐 상냥하지만 조금 의지는 안되네」
계속합니다.
「마코토, 내일부터 조금 바빠진다고？경찰도 사정청취하러 올테고, 일도 그만둬야하고 게다가……」
치하야는 그 때, 정말 기쁘고 즐거워 보여서…….
「오늘부터 댄스레슨을 해야 하잖아？」
「아하하……알았어. 그럼, 또 보자」
저는 그렇게 말하고, 계속 웃던 치하야의 뒷모습을 배웅했습니다.
그 때를, 저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저는 막차로 돌아가 집 현관을 열었습니다.
희미하게 안쪽 방에서 불빛이 보입니다.
「다녀왔습니다ー……아빠, 아직 깨있었구나」
「오오, 마코토！어서오렴！
하ー네가 무슨 일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남자로 눈을 떠 줘서 이 아빠는 기쁘다！」
또 아빠의 입버릇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이것 참, 하고 생각하면서
「아빠, 나 오늘부터 평범한 여자아이로 돌아갈래」
그 때의 아빠의 얼굴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아……. 곤란하네. 내일부터 니트야. 어떻하지…….
그런 생각을 하여 방 안을 빙빙 돌고 있었더니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보니, 모르는 번호예요.
「이 밤 늦게 뭐지……」
수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저는 버튼를 하나 눌렀습니다.
『밤 늦게 실례합니다. 765병원입니다』
「엣」
『히라타씨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저는 핸드폰을 4개 항상 나눠서 들고 다니기 때문에 드릴클럽과 얽힌 일이라고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등까지 기른 푸른 머리의 여성분의 관계자 분이신가요. 연령은 10대라고 생각됩니다만』
머릿속에서 멍하니 몽타쥬를 만듭니다. 금방 떠올랐습니다.
「혹시 치하야 말씀이신가요？」
『치하야란 이름이시군요. 성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키사라기라고 합니다만」
그 후로 이것저것 자세하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키사라기씨의 소지품을 확인해 당신의 사진과 명찰을 찾았습니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맥을 칩니다.
「뭐, 뭐죠. 용건을 말해주세요」
『치하야씨가 중태로 병원으로 실려오셨습니다』
「엣……」
핸드폰이 슥하고 손에서 미끌어져 떨어져, 메마른 둔탁한 소리를 냈습니다.
저는 그 후, 전철이 끊겨서 택시에 타고 달리고, 길이 정체되면 내려 필사적으로 달려……
「하아, 하아. 죄송합니다！치하야는……！」
얼어붙을듯한 겨울 날씨였지만, 저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대로, 간호사에게 병원을 안내받았습니다.
「빨리！빨리！」
수술실 앞에 도착하니, 저와 비슷한 연령의 여자아이가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너는……？」
「저, 저기 첫 발견자예요」
「치하야에게 무슨 일이 있던거죠！！」
여자아이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습니다.
「히웃！아파요……그, 그만」
「앗……」
여자아이가 겁먹었잖아. 나는 대체 뭘 하는거야…….
확실히 그런걸 생각했던 기분이 듭니다.
이 때는, 필사적이어서 잘 기억나지 않아요.
「죄송합니다……」
저는 소파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진정해……. 진정해…….
「저, 저기 제가 쇼핑하고 돌아가는 길에……」
진정하자…….
「종종, 기분전환이라도 할까 해서 평소에 지나가지 않는 길을 지나갔는데……」
진정하고…….
「저기, 몇명의 남자들한테 둘라쌓여서……」
……
「그, 제가 비명을 질렀더니 도망갔는디……피투성이로 쓰러져서……」
뭐야, 전부, 내 탓이잖아…….
물렀어, 나와 치하야는 잔뜩 들떠있어서.
나는 공수도 시합도, 아이돌끼리 오디션에서 대결도, 승패가 나면 그걸로 끝, 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했었어.
하지만, 상대는 여자 하나를 집단으로 덮치는 녀석들이잖아. 조금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야.
그 때, 억지로라도 바래다주면 됐을걸…. 애초에,
치하야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피해자잖아…….
복수라면 나한테 하면 되잖아.
「……크으」
「아, 옷같은건 벗겨지지 않았지만……」
「……우으」
그 후, 사고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려서 잘 기억이 안나요.
정신이 드니 그 여자아이가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었습니다.
「저기,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형제분이신가요？」
「……네, 대충 비슷한거예요」
「그런가요……. 저기, 그럼 전하고 싶은게」
「……」
「제가 경찰과 구급차를 부를때까지 치하야씨……는 희미한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렸어요」
「하루카에겐 말하지마 하루카에겐 말하지마……라고. 내겐 무슨 소린지 전혀…….」
그 후로, 그 여자아이는 한동안 옆에 앉아있었습니다만
이윽고, 쟈켓을 걸치고 제게 깊에 인사를 한 후 떠났습니다.
하지만 또 제 앞에 돌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저기 관계 없느 제가 이런 말하는것도 이상하겠지만？
저, 조금 전까지는 방구석에 쳐박혀 넷아이돌 하고있었어요.
팬은 있었지만 그래도 왠지 허무해서……
그래서, 굉장히 존경하는 사람과 만나 지금은 어떻게든 노력할 수 있는 기분이 들어요
저기, 저기 그러니까 지금은 괴롭더라도, 분명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꺼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할께요」
그렇게 말하고 숏컷의 여자아이는 돌아갔습니다. 반년 전의 얘기예요.
그 후로 반년, 쓰라린 상처자국은 치료해서 이젠 없지만, 치하야는 머리를 강하게 부딪힌 모양이라 눈을 뜨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그저 자고 있는 것 같아요.
마코토, 안녕, 이라도 평소처럼 금방 일어날 것 같은데…….
아저씨는 머쓱한듯이 에헴하고 기침을 한번 하고, 입원하고 있는 아줌마에게 뭔가 네모난 상자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치하야……」
이름을 중얼거려도 대답을 돌아오지 않습니다.
조용히……병원이 침묵에 감싸였습니다.
한동안 그대로 있었더니, 병실의 문이 조용히 열리고 발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등 바로 뒤에 멈춘 모양이예요.
온화하고 가냘픈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립니다.
아마, 제가 아이돌일때 가장 사이가 좋았던 친구……
「마코토쨩……」
「유키호……」
유키호와 저는 76프로가 도산해버린 후도,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습니다.
서로를 지탱하고 격려하면서.
그러니 저와 유키호는 아마 작년 여름쯤에
어떻게든 프로듀서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유키호는 조용히 제 곁에 앉아, 변함없는 온화한 목소리로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차 끓였는데 어때？마코토쨩이 좋아하는걸로 블렌드했는데……」
「미안……필요없어……」
자신과 치하야에게 필사적이었던 저는 유키호에게까지 신경을 돌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저, 저기！치하야쨩 분명히 금방 눈을 뜰 테니까 괜찮을꺼야！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분명히 어떻게든 될 테니까」
비슷한 말을 반년 전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치하야는…….
그 때의 유키호의 뭐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도 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마코토쨩도 기운내……」
「유키호는 다물고 있어！！！」
「유키호가！유키호가 전부 나빠！아버지가 아는 사람의 가게라고 내게 소개했으니까！
그런짓 안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사과해！나한테！치하야한테 사과해！」
피가 오른 머리가 점점 식어서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늦었습니다.
「미, 미안……내가 무슨 짓을……」
유키호는 놀라 굳어있었습니다. 이윽고, 점점 얼굴이 새파랗게 되어선,
얼굴이 일그러져 눈물이 주룩주룩 볼을 따라 흘렀습니다.
「미, 미안해……마코토쨩……, 미안해……」
백중에 올려놓은 찻잔 2개가 마루에 떨어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유키호는, 얼굴을 손으로 감추고 병실에서 달려나갔습니다.
사실은, 쫓아가야 했지만, 아무래도 그럴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또, 치하야의 침대 측면에 놓친 동그란 파이프 의자에 앉아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습니다.
젠장, 나 정말 최악이다.
멋쩍은듯한 기침소리가 또 들렸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조금 전 건너받은 네모난 상자, 라디오를 켠 모양이예요.
경쾌한 라디오 방송이 제 귀에 들렸습니다.
『네ー, 그러면 다음 리퀘스트입니다. 에ー 펜네임 피요씨입니다～. 아, 또 피요씨네요～
항상 투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ー이 노래를 부르신 가수분은 은퇴해버렸지만, 굉장히 재능이 있는 분으로 절대로 또 무대에 나와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인터넷 상에서 입소문도 점점 넓혀져서, 복귀를 기다리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모양이예요～.
그럼 키사라기 치하야씨의 『잠자는 공주』입니다』
………….
「우……큭……우웃……」
곡이 끝날 즈음엔, 저는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ー. 굉～장히 좋은 곡이네요.
네네, 그러면 시간이 남았으므로 한 곡 더 갑니다.
그녀의 대표곡이라면 역시 이거！란것 같네요. 키사라기 치하야의……』
왠지 목이 바짝 타들어가고 머리가 어지러워. 시계（視界）가 흐릿해.
──치하야, 아직 나 용서받지 못했지? 만약 일어난다면 죽을 각오로 사과할테니까
──좀 전, 휴게실에서 치하야의 어머니한테 들었어
──치하야는 앞으로 수 개월 지나면 눈을 떠, 하지만
──치하야의, 읽을 수 없는 한자가 줄줄이 적혀있는 진료카드 속에 하나의 상처
──후두의 폐쇄형손상
──치하야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하겠지, 라고
『이 날개가 뜯겨버린다면 살아갈 수 없는 나이니……』
라디오가, 거기서 끊겼다
치하야 파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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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고3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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