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복무한 썰1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89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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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복무한 썰5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892157

썰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필자이거나 여성분은 모를 수도 있으니 일단 열외라는 단어의 개념에 대해 먼저 설명함. 열외란 중대의 룰（중대에서 대원들이 후임 애들 관리하려고 만들어놓은 각종 룰）에 지배받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함. 보통 수교를 달 때쯤 열외 심사가 열리는데, 심사를 여는 주체는 열외 심사를 받을 기수보다 5기수 위의 고참이었음.

예를 들어 145기가 야 이제 150기 열외 해줄 때 되지 않았냐 라고 수교들을 모아 의견을 묻고 다른 수교들이 동의하면 최종적으로 150기를 열외로 인정해주는 식인 거임. 말이 심사지 보통은 그냥 다들 오케이 하고 넘어갔는데 아주 가끔 기수와 관계 없이 열외로 인정이 안되는 사람이 있음. 하극상 사고를 쳤거나 군 생활을 정말 더럽게 못했거나가 주된 사유인데, 이렇게 열외로 인정받지 못하고 수교를 단 사람은 중대에서 투명인간 취급받음. 후임들도 고참 대접을 안해줌.

1.

사실 이건 내 개인적으론 치부인 일이지만 그래도 풀어봄. 내가 말년일 때의 일임. 지금이야 군대에 휴대폰도 허가가 되지만 내가 있을 땐 당연히 금지였음. 그럼에도 짬이 찰 대로 찬 수교（병장） 몇 명은 휴대폰을 몰래 가져와서 쓰곤 했음. 그래서 나도 수교 정기 휴가 나갔다가 복귀할 때 빤쓰에 휴대폰을 몰래 숨겨서 가져옴.

그때부턴 야간 근무도 심심하진 않았음. 음악이라도 들을 수 있었으니까. 참고로 스마트폰이 없을 때라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유희래봐야 음악 듣는 거 정도가 다였음. 휴대폰 게임 같은 건 너무 몰입하다 보면 주변에 누가 와도 모를 수가 있으니 일부러 하지 않았음.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수교 중 한 명이 근무지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다 소대장에게 걸림. 주간에는 보는 눈이 많으니까 주간 근무때는 쓰지 않고 야간 근무 때만 사용하는 게 수교들끼리의 암묵적인 룰이었음. 그런데 주간 근무지에서 휴대폰 쓰다가 걸려버린 거임. 당연히 중대는 발칵 뒤집혔고 소대장들은 모든 수교들의 관물대를 탈탈 털었음.

그렇게 나 포함 총 일곱 명의 수교가 휴대폰이 걸림. 당연히 일곱 명 모두 영창에 전출가야 마땅한 잘못이지만 중대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 벌어짐. 내가 소위 말하는 꼬인 기수다보니 후임은 별로 없고 고참만 엄청나게 많았음. 어느 정도냐면 내가 상말일 때 중대 서열이 중간일 정도였음. 내 위에 있는 수교들 숫자가 내 밑에 있는 이교 일교 상교 숫자랑 비슷한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당연히 휴대폰 사고가 벌어진 시점에서는 이미 내 이미 고참들은 다 전역한 상태. 바꿔 말하면 중대에 남아 있는 수교 자체가 몇 명 없을 때였음. 아마 나 포함해서 열명 좀 넘었을 거임. 휴대폰 걸린 수교들을 전부 영창에 전출 보내면 중대에 남는, 안 그래도 적은 수교들 숫자가 반토막 나버리게 되는 상황이었던 거임. 중대에 수교가 너무 적으면 당연히 중대 인원들 관리하는 게 힘들어짐. 소대장들이 일일이 애들을 다 관리할 수는 없고 중대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수교들이 애들 사고 안나도록 관리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결국 중대장은 우리와 쇼부를 봄. 늬들이 영창은 가지 않도록 면제해주겠다. 하지만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 너희는 한 달간 근신해라. 당연히 영창보다는 나은 선택지였으니 우리는 모두 오케이했고 그렇게 한달 동안 근신하며 근무 대신 교도소 근방의 작업에 투입됨. 작업은 대부분 교도소 미화작업이었음. 예초기 돌리고 나무 가꾸고 청소하고 등등.

아마 그 한달 동안은 후임들도 피곤했을 거임. 징계를 받고 연병장을 돌거나 작업을 하는 수교（열외）가 근처에 있으면 후임은 절대 그 수교를 쳐다봐선 안되고 고개를 숙여 지나가는 게 중대의 룰이었거든. 교도소 곳곳에 징계받은 수교들이 산재해 있으니 걔들은 한달 동안 땅만 보고 다녔을 거임.

지금도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일이긴 했음. 그 때는 왜 그리 휴대폰을 쓰고 싶어했을까 막상 연락할 곳도 별로 없는 놈이.

2.

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당시 중대에 대한 썰을 조금 더 풀어봄. 흔히 훈련이 힘들면 내무생활이 편하고 훈련이 편하면 내무생활이 ㅈ같다는 말이 있음. 훈련이 힘들수록 다같이 고생하니까 내무반에서는 편하게 풀어주고 훈련이 편하면 남아도는 체력을 애들 괴롭히는 데 쓴다는 이야기였는데, 우리 중대 상황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았음. 딱히 훈련이라는 게 없고 근무만 서는 체제다보니 사고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온갖 쪼다 같은 룰들이 중대에 존재했음. 흔히 부조리라고 하지.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써보면

이교는 거울을 보면 안됨. 면도할 때도 거울을 보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져가며 해야했음

이교는 혼자서 담배도 피러 가면 안됨. 일교부터는 혼자 담배 피러 갈 수 있지만 누군가를 데려갈 수는 없음. 상교부터 누군가를 데리고 담배피는 게 가능

이교 일교는 씻을 때 비누만 사용 가능. 상교부터 폼클렌징 사용 가능. 비누와 폼클렌징을 제외한 모든 용품（샴푸, 타월 등등）은 열외만 사용가능. 그래서 맞후임이 열외가 되면 축하의 의미로 맞선임이 각종 세면용품을 담은 세면바구니를 선물해주는 게 중대 전통이었음.

열외가 아닌 모든 인원은 어딜 가든, 어딜 가서든 그 장소에 있는 최고 고참에게 모든 걸 보고해야 했음. 예를 들어 내가 내무반에 있다가 세수가 하고 싶다 그러면 현재 내무반에 있는 사람 중 최고 고참에게 세면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가야함. 세면실에 가서는 거기 있는 최고 고참에게 세수 좀 하겠습니다 하고 허락 받음. 세면실에서 나갈때는 다시 최고 고참에게 나가보겠습니다 하고 보고함. 다시 내무반에 가서 최고 고참에게 세면실 다녀왔습니다 하는 식임.

열외 이외의 인원은 체력단련실（헬스장） 이용 금지. 청소시간에 대걸레를 빨려면 체력단련실을 거쳐가야 했는데 지나갈 때마다 체력단련실에 있는 최고 고참에게 지나가겠습니다 하고 가야됨

컴퓨터실（우리는 사지방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컴퓨터실이 따로 있었고, 무료로 이용 가능했음）은 수교 2호봉（열외 한정）부터 이용 가능

이교 일교는 잘 때도 똑바로 누워 자는 것만 가능. 상교부터 옆으로 누워 자기 가능（난 이게 제일 힘들었음. 허리가 안 좋아서 똑바로 누우면 잠을 잘 못 잤거든）

정해진 오침 시간,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 내무반에서 누워 자는 건 열외만 가능.

이 외에도 한참 많은데 당장 기억나는 것만 써도 이정도. 짬 안될 땐 맞기도 엄청나게 많이 맞았는데 이유가 있어서 맞은 경우는 전체의 절반 정도였던 것 같음. 하도 ㅈ같은 게 많다보니 우리 근접 기수는 짬 안될때부터 서로 우리는 고참되면 이런거 고치자 라고 합의했고 열외가 된 후엔 이런 룰들을 없애기 시작함. 그래서 내가 말년일 때쯤엔 많은 부분이 개선되긴 했었음.

여담이지만 아나운서 손범수라고 있음. 내 또래 아재들은 다 아는 유명인인데, 이 아저씨가 경비교도대 1기인 걸로 알고 있음. 그래서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손범수가 이 모든 악습을 만든 주범이라고 까곤 했음.

3.

이렇게 부조리가 많긴 했지만 대부분 잘 적응하고 지냈음. 하지만 어딜 가나 튀는 사람은 있기 마련임. 1년 정도 후임으로 들어온 옆 내무반 후임이 있었는데 얘가 참 골 때렸음. 뉴질랜드로 건너가 살다가 거기 시민권을 못 땄는지 한국에 와서 입대한 애였음. 서양에서 살다온 놈이라 그런가 중대의 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항상 프리덤을 갈구하며 룰을 어겼음.

처음엔 어르고 달래며 어떻게든 적응시켜 보려 했지만 결국 모든 중대원이 포기하고 쟤는 그냥 건드리지 말자로 결론이 남. 그렇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을 걸, 뭐가 또 불만이었는지 일교 정기 휴가를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음. 그리고 미귀 열흘만에 집 근처 찜질방에서 붙잡힘. 영창 후 전출가게 됨.

내가 말년일 때도 사고가 터졌음. 이번엔 우리 내무반 막내였는데 애가 프리덤을 갈구하는 건 아니지만 참 많이 어리버리했음. 참고로 나는 군대 내 폭력을 극혐하는 사람이었음. 내가 짬이 안될 땐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맞았지만 난 내 후임한테 손대본 적이 없음. 그런데 나만 손 안댄다고 되는 일은 아님. 애가 하도 어리버리하니 우리 내무반의 다른 애들이 걔를 자주 때렸나봄. 난 항상 후임들에게 나도 니들 안 때렸지 않느냐 그러니 늬들도 후임 때리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내가 안 보이는 데서 때리는 건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결국 그 막내는 100일 휴가를 나가서 미귀하게 됨. 얘는 미귀한 지 이틀만에 제 발로 중대에 복귀했는데, 이후 소대장에게 자기가 맞은 이야기를 함. 그 땐 나도 놀랐던 게, 우리 내무반에서 나 빼고 걔한테 손을 안 댄 사람이 없었음. 전부 다 영창 보내긴 힘드니 결국 때린 애들 중 가장 고참인 내 맞후임이 총대를 메고 영창을 감. 그리고 우리 내무반은 나와 내무반장의 동의 하에 해체 후, 한두명씩 각각 다른 내무반으로 흡수됨.

4.

몇 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앞서 내가 공부방 봉사활동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이 있을 거임. 우리 교도소와 그지 멀지 않은 곳에 고아원（어감이 안 좋으니 이제부터는 보육원이라고 하겠음）이 있었고, 나는 거기 있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공부방 봉사활동을 다녔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남녀가 있는 보육원이었는데, 내가 맡은 건 중학생 여자아이 네 명이었음. 그 중 한명은 중학생임에도 곱셈 나눗셈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보육원의 면학 환경은 열악했음.

봉사 활동 인원은 나 포함 총 네 명이었음. 보육원은 여러 개의 주택 건물이 모인 형태였고, 입구에서 각자가 맡은 집（나는 내 학생 포함 여자들이 사는 집）으로 흩어져 한시간 반 가량 수업한 후 다시 입구로 모여 복귀하는 식이었음. 그 집에는 대학생 여자애도 한 명 살았는데 믿기지 않게도 그 아이가 나한테 관심을 보였음.

자기도 영어 좀 가르쳐주면 안되냐고 해서 졸지에 대학생한테 영어 가르치는 과외 아닌 과외도 하고 직접 십자수 놓아 만든 쿠션도 선물받음. 그냥 쬐그맣고 동생 같은 애라 나도 이성적인 감정은 들지 않고 그냥 귀엽다 귀엽다 했음. 몇 개월 뒤 함께 공부방을 다니던 내 선임이 전역하고 후임 하나가 투입됐는데, 그 아이의 관심은 나에서 걔로 바뀜. 사랑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하니 나쁜 기지배야.

5.

나랑 자주 이야기했던 죄수가 한 명 있었음. 내가 외통（외부 공장에 용역 나가는 죄수들을 감시하는 근무）을 다닐 때 알게 된 죄수였는데, 나이도 나랑 크게 차이가 안나고 좀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친했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대화는 자주 하던 죄수가 있었음. 하루는 내가 축구를 하다 자빠지면서 바닥에 얼굴을 갈아버리는 바람에 얼굴 절반 정도를 멸균솜으로 덮게 됐음.

사지는 멀쩡하니 근무는 그대로 나갔는데, 이 죄수가 내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라서 물어봄. 어쩌다 다쳤냐. 난 농담으로 아 죄수 하나가 난동 부리는 바람에 제압하다가 이렇게 됐다 라고 함. 그랬더니 얘가 겁나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게 누구냐고 말하라고 하는 거임. 내가 복수해주게요? 라고 했더니 당연하지 내가 그 새끼 따줄게 라고 대답함. 순간적으로 아 맞다 얘도 미친놈이지 싶어서 바로 농담이라고 축구하다 다쳤다고 말함. 참고로 걔는 사람 두 명 죽이고 들어온 살인범이었음. 역시 농담도 사람 가려가면서 해야함.

6.

내가 있던 교도소엔 유명인사가 두 명 있었음. 내 세대 사람들이라면 영화 친구 다들 알거임. 장동건이랑 유오성이 주연으로 나온 조폭 영화. 거기서 유오성이 맡은 역할의 실제 인물（부산 칠성파 행동대장이었던가 그럴거임）과 서진룸쌀롱 사건（이 사건 역시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텐데 자세한 건 https://blog.naver.com/0_reen/221294275692 이 링크 가면 잘 설명되어 있음）의 주모자 둘이었음.

친구 아조씨는 우락부락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덩치도 안 컸음. 키도 160 정도였던 거 같음. 그냥 동네 쌀집 아저씨처럼 생겼음. 그리고 되게 얌전했음. 나름대로 모범수이기도 했고. 서진룸쌀롱 사건 아재는 소위 말하는 교도소 서열 대빵이었음. 물론 그렇다고 그 아재가 교도소 내에서 특별히 무언가를 한 건 없었음. 물론 안 보이는 데선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죄수들의 특징은, 진짜 미친놈이 아닌 이상 강력범일수록 안에선 얌전하다는 거임. 우리나 교도관 말도 잘 들음. 조금이라도 더 얌전하고 모범적으로 생활해야 자기가 가석방 받을 확률이 올라가니까. 제일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놈은 대부분 사기, 약물 같은 걸로 들어온 놈이었음. 진짜 이새끼들은 미래가 없는 것처럼 설쳐댐. 교도소 안에서 사고치면 형량이 늘어나니까 무기징역 받은 애들이 난 어차피 상관 없어! 하면서 사고칠 거 같지? 현실은 반대임. 잡범들이 더 나댐.

빈 수레가 요란하다 라는 옛 말 틀린 거 하나 없음. 역시 조상님들은 현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