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공개된 장소에 써본적없는 얘기고, 입밖에 함부러 내뱉지 못했던 내 얘기임.
2012년, 내가 재수할 20살때였으니까 2013년도 수학능력평가시험이 있기 하루전날임.
아무래도 재수였기때문에 작년보다 조금더 노하우가 생겨서 그런지, 오후 5시경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과 저녘먹고
좀 일찍자고 컨디션 관리를 하려던참이었음.
그렇게 집에들어가는길 5시쯤, 친한친구에게서 전화가왔음.
나 재수하니까 꼭 잘치라고 뭐 초콜릿이랑 이것저것 준비했으니 가져가라고.
그래서 그거받으려고 집앞에서 발길을 돌려 친구만나서 초콜릿받고,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니 저녘 6시가 다되어가는 거야
아버지가 맛있는거 해주시기로 했으니,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 하고,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음.
알다시피, 이 시기에 저녘 6시 전이면, 약간 어둑어둑한데 너무 어둡지도 않은 그정도, 딱 해질녘 정도에 집에들어가는데
우리집이 복도식 한층에 4개의 집이있는, 20층짜리 아파트란말이야. 뭔지 알거야
엘레베이터 두개있고, 짧은복도 지나서 가로로 쭈욱 긴복도에 왼쪽에 2개호수, 오른쪽에 2개호수있는 일반적인 아파트
그 날도 평상시대로 18층에 딱 내려서 엘레베이터문이 열리는데.
보이는 정면시야 바닥에 하이트 맥주 캔이 하나 보이는거야, 그냥 "누가 여기다버렸노" 이런생각하면서 제일 가쪽에 있는 우리집으로 갔지
근데 우리집 문 바로앞 바닥에도 캔이 하나 있는거임, "뭐야, 누나가버렸나? 우리집껀가보네.." 하고 집 도어락 누르려는데
현관문 옆에 폐종이 버리는 살포대가 하나있는데, 거기에 못보던 가죽가방, 옆으로 메는 작은가방이 하나보이는거,
그래서 도어락열고 가방챙겨가면서 아버지한테 물어봤지,
나 : 이거 아빠가 버린거가? 집앞에 있던데
아빠 : 아니? 아빠가 안버렸는데? 누나가 버렸겠지?
나 : 근데 안에 뭐들어있는데?
그러고나서 안에보니까 무슨 노트몇개 보이고 필기도구 보이고 뒤적뒤적하니까 휴대폰이 하나 나오는거.
나 : 아빠 이거 휴대폰있는데?
아빠 : 휴대폰? 못쓰는거 아니가?
아빠가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2012년도면 스마트폰도 이미 보급이 많이된상태인데
진~~짜 옛날 폴더식 휴대폰, 액정화면도 잘 보이지도않는 그런.. 휴대폰이 나와서 누가 집앞에 버리고갔다고생각하셨나봄
나 : 아닌데 켜져있는데?
아빠는 뭐 요리하신다고 되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시고, 별 관심도 없어보이셨음. 물론 나도 호기심이었을뿐이었지
그리고 폰을 찾아주겠단 생각으로 폰을 열고 통화목록에 들어갔지
그러니까 아빠, 엄마 뭐 이런식으로 부재중전화가 한 10통? 두분합쳐서? 이렇게 와있는거야
그래서 아빠라고 저장되있는분한테 전화했지,
나 : 여기, 저희집앞에 가방이 하나 버려져있는데, 휴대폰이 같이들어있어서 연락드렸어요
아저씨 : 아, 안그래도 전화계속했었는데, 지금 가겠습니다, 거기가 어뎁니까?
나 : 여기 도원동 A아파트 OO동 KKKK호요
아저씨 : 도원동이요? 도원동이.. 어디더라
난 당연히, 이근처 사는사람일거라고 생각했었지. 근데 아니신거야? 여쭈어보니 송현동에 살고계신거임.
택시타면 한 5천원 정도 나오는 거리, 약간 떨어진거리에 있는 동네임. 무튼 대충위치 설명드리고 전화끊었지.
나 : 아빠 이분 송현동에 산다고 하시네?
아빠 : 송현동에 사는사람이 여기다가방을 왜버리고갔노 희안한 사람이네
그리고 나서 내가 휴대폰 전화기록좀 보다가, 문자메시지 함에 들어갔어
들어갔는데, 재수하는 나한테 되게 익숙한문자들이 많은거임
문자1 : 메가스터디 A강사 . 수험생의 수능대박을 응원합니다
문자2 : 비상에듀 B강사가 여러분의 수능 실력대로 잘 나오길 항상 응원합니다
문자3: 한양대학교 수시원서 1차 불합격입니다.
문자4: 성균관대학교 수시원서 불합격처리입니다.
뭐 이런문자들이 몇개와있는거임.
그리고 보낸메세지함에 친구로보이는 사람한테 보낸문자가 있는데, 잊혀지지않음
보낸메세지 : 야. 나 맥주한캔 하고싶은데 같이먹어주라 ㅋㅋ
친구 : 야 ㅋㅋ 내일수능이면서 뭔 술이고, 수능끝나고 같이묵자.
이런 문자메세지가 있었음, 그리고 딱 아버지한테 말했지
나 : 아빠 이사람 내랑같은 수험생인갑다, 뭐 수능관련 문자가많네
딱 이말하고나서 아빠랑 10초정도 정적이 흘렀음
아빠 : 그 가방말고 밖에 또 뭐 없드나?
나 : 엘레베이터 앞에랑, 우리집앞에 맥주캔 다 먹은거 버려져있던데 아빠가 버렸나?
그리고 딱 아버지가 끓이던 찌개 불 끄시면서
" 아빠 잠깐 19층（윗층）에 갔다올게, 하고 올라가셨음. "
그리고 몇분있다가 내려오시고는
" 뭐없는데.. " 하고 내려오셨음
뭔가 같은걸 직감하고나서는 뭔가 미묘하게 불쾌한 상상과 기분이 들었음
나 : 아빠 혹시모르니까 계단으로해서 20층까지 보고올래? 내가 1층갔다와볼게
아빠 : 1층? 어.. 그래 갔다와바라
하고 난 엘레베이터 타고 1층으로갔고, 아버지는 계단으로 20층으로 가셨음.
그리고 우리집앞 복도에서 수직으로 내려왔을때의 위치로 슬금슬금 기어갔지, 물론 무서웠고, 아니길바랬고
이미 너무 어두워져서 딱 휴대폰으로 밑에 화단? 같은곳에 불을 딱켰지.
그장면이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잊지못할 한 장면일거임. 앞으로도
아직도 후레시 딱 켰을때 한쪽 얼굴과, 귀에 꼽혀있던 이어폰, 빨간색 패딩을 잊을수가없다.
약간 뒷걸음질 치면서 뭐 손이떨려서 그 감정을 표현할수가없다.
왜 사람들이 너무 당황하거나 겁에질리면 아무말 못하는지, 살려달라고 못하는지, 알거같더라.
바로 일단 119에 전화를했지. 그통화내용은 대충이랬었을거임
나 : 여기.. 그.. 도원동 X동 인데,, 여기,, 그 화단에.. 사람이떨어졌어요
119 : 지금 바로가겠습니다
딱 이정도였던거 같고, 우리집이랑 119가 되게가까움, 걸어도 3분거리? 도원소방서가있거든.
전화끊고 멀리서 사이렌소리가 바로들리더라..
그리고 아버지가 1층으로 내려오셨음
아버지 : 뭐없드재?
나 : 여기.. 있다..
내가 있다고 말하니까 아버지가 아파트입구 계단을 막 뛰어내려오면서 욕을 막하시는거임..
아버지 : 아이고... 아이고.. 씨22발... 한번 쳐보지도않고 왜...
막 한참을 뭐라하시는데, 나도 여기서는 이미 그로기상태라 멍 했었음.
아버지 : 신고했재?
나 : 응, 저 사이렌소리 일로 오는거지싶다.
아버지 : 니는 절로 가있어라, 일로 근처로 오지말고, 집에 가있지도말고
그러면서 옆에 공터 벤치에 가라고하셨음, 혼자 집에 놔두면 안된다고 판단하셨나봄..
그리고 뭐 이런저런차가 정말 빠르게, 많이 왔던거같음.
사람이 하나 죽었다고해서. 차 한두대 오는게 아니었음.
뭐 경찰차,소방차,응급차,장례식차, 기자 내가 잘은 기억안나지만 언뜻 보인거만 6~7개 정도의 차가왔음.
그러고나니까, 되게 많은사람들이 뭔일인가 싶어서 몰리더라고..
그렇게 공터에 앉아있는데, 저 멀리서 아저씨 아줌마 한분이 뛰어오시는데,
누가봐도 가족으로보이는 아저씨는 공터를 가로질러 허겁지겁 막 뛰어오셨고, 아주머니는 오시다가, 그냥 걸으시다가.
다리뼈가 부러진듯이, 그냥 앞으로 털썩 쓰러지시더라..
아.. 그거생각나네.
그 화단에서 응급대원들이 뭐 기계같은거 설치하더니 " X시 X분 뭐 사망확인되셨습니다. " 이런식으로 말했던거랑
경찰분들이 막 이쪽 쳐다보지 말라고, 막 사람들한테 소리치던거랑..
그러고나니까, 경찰쪽에서 최초신고자를 찾는거야,
뭐 쓰러가야된대.. 근데 이게 내가 걍 최초신고자니까 손을 들었지.. 그러니까 아버지가 막 달려오시는거야
아빠 : 야가 제 아들인데, 최초신고자는 맞는데, 제가 조서쓰러 가겠다. 얘가 내일 수능을친다. 지금 조서쓰러 가면 안된다.
근데 이게 원칙상, 내가 성인이고, 최초신고자라서 내가 가야되는건데,, 막 이러면서 곤란해 하는거임
그러다가 좀 짬되보이는 경찰아저씨가와서
짬경찰 : 당연히 됩니다, 아버지께서 가주시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하면서 아빠가 조서쓰러 가기로했는데, 아빠가 경찰보고 좀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아빠 : 니 지금 아무나 올수있는 친구없나? 아무나 좀 불러보래이, 친구 오면 아빠 가꾸마
나 : 어? 어.. 응
이러고 걍 친구들한테 막 전화를돌렸지. 다행히 두어번 만에 바로 와준다고해서, （상황설명은못함 그냥 무작정오라했음）
친구들 오니까 아버지가 경찰이랑 조서쓰러 가셨음.
그리고, 아빠가 생각보다 늦게오셔서는 나랑 내 친구한테 용돈을 주시면서 오늘 나랑 좀 자고 가주라고 하셨지..
화물업하셔서 새벽에 나가셔야 됬었단말야.. 혼자 자게 놔둘수가 없는거지 아빠입장에서는
친구가 당연히 그러겠다고 하고.. 다음날 아침에 수능보러갔지..
이게 내 재수생활 수능당일임..
이 당일날 어땠냐면, 아침에 TV뉴스에 이 소식이 몇번이나 나왔었음..
왜냐면 이 해에 죽은 첫 수험생 자살이었거든.
당연하지, 시험 치지도않고 죽었으니..
생각안날래도 안날수가없었음. 내가본 광경과, 정신적인 고통이 꽤나 컸고, 수험장갔는데 죄다 "야 XX동에서 수험생 자살했대 "
뭐 이런얘기가 계속들렸거든 친구들사이에서, 그거에대해서 어떤말도 못했고 난
물론 수능은 망했어.. 뭐 100퍼센트 저것때문이라기보단, 고3때보다 더 못쳐서, 영향이 없진않은거같아
그 뒤로도 약 한달가량을 난 대로변에 소방서 위치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3분거리를 혼자 못 걸어갔어.
각 동마다 화단이있고, 우리아파트 앞 화단은 더더욱 못지나갈거 같았거든
원망도 솔직히 많이했어. 왜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왜 택시로 20분걸리는 도원동에와서.. 그것도 왜 하필 우리 단지에와서.. （1~9단지까지 있는 대단지임）
하필 그것도 왜 우리동에 와서 （각 단지마다 1~19동까지있음）
왜 그것도 옥상도, 꼭대기층도 아닌 18층에서. 그중에서 왜 우리집앞에서..
그게 왜 하필 수능치러가는 나에게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모르긴해..
뭐 친구들말만들으면 기분이 18같아서 18층이고.. 아마 수험장이 이동네여서 일로온거였고.. 뭐 이렇게 추측하는데
아무것도모르겠어, 근데 시간이 지나고나니까 되게 안타깝고, 나보다 형이였더라고 삼수생이었는데..
무슨 압박을 그렇게 받았는지.. 불쌍하기도했고. 여러감정이 많이생겼었지..
갑자기 왜 이런 트라우마를 얘기하고싶었는지 나도 모르겠어. 오랜아픔이었는데
（참고로 우리누나는 아직도 이런일이 일어났다는걸 몰라, 아빠가 절대 누나한텐 비밀로하랬거든, 겁도많고 여자라서..）
어제 집앞 복도에서 담배를 한대피우고있었는데, 정말 잠깐 난간에 담배갑을 올려놨거든.
근데 어제 바람이 꽤나 쎄개불어서 1층으로 담배가 떨어졌어, 되게 많은생각이 들더라고,
되게 금방 빨리 떨어지더라.. 18개나 남았는데, 그 담배값 주으러 안갔어. 그냥 왠지 가기싫어서
오늘 수능본애들 다 잘쳤으면 좋겠다. ㅋㅋ
재미없어도 읽어줘서 고마워
혹시나 이거 관련해서 기사난거 찾고싶으면 어디 포털에서든 " 대구 삼수생 자살 " 치면 2012년도 기사나올거야
（본문에 넣을려다가 뭔가 기사퍼오기가 깨름칙하네）
그거 다 이거 얘기임. 긴데도 읽어줘서 다시한번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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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63
명태순살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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