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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뜬금없지만 술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씀.


내가 그때 노래방 야간 알바하고 있었는데,

밤 12시쯤 넘어서면 꼭 일주일에 3~4번은 혼자서 노래방에 오는 손님이 있었음

이국적으로 생기고 피부톤이 좀 어두웠지만

한국말도 잘 하고 머리도 생머리（난 굉장히 무지했기 때문에 흑인이라면 다 악성곱슬인줄 알았음）길래

그냥 되게 매력있는 사람이다 하고 생각했음.

근데 내가 일하던 노래방이 술도 파는 노래방이라,
양주를 시키면 가끔씩 얼음통이나 재떨이를 갈아줘야 했음

여느날처럼 그 혼자 온 손님한테 얼음통 갈아주러 방에 들어갔는데

나보고 그 손님이 "저기 그 노래 뭐였져 Frozen.."이러는데
'프로즌'같은 콩글리시 발음이 아니고 되게 섹시하게
'�걍�' 이렇게 들리는거임

근데 존나 무식한데다 당황한 나는 프로즌을 얼음 갈아주는 나를 뜻하는줄알고 "네? 뭐 어떤노래 찾으세요?"

ㅇㅈㄹ 했는데 그 손님이
"프로즌..어.. 엘사 나오고..!" 이래서 내가

"아!!!! 렛잇고 렛잇고" 하고 예약해주고 나가려는데

"같이 불러요"하면서 웃는데（술 좀 취해보였음）
너무 순하고 예뻐보이는거임 그 웃는 모습이ㅠㅠ

그래서 난 걍 낮은부분만 하고 옆에서 노래 들어줬음

근데 노래를 너무잘해서
"와..가수같아요"하고 따봉 날려줬는데

엄청 웃더니 "일 언제끝나요?" 하는데

나도 남자라그런가 '아, 이사람이 나한테 관심 있구나'
하는 시그널이 빡 왔음.

원래는 오전 6시에 퇴근인데
"30분 이따 끝나요!"하고 구라침

근데 그 손님이 갈때까지 항상 내가 일하고 있던걸 봤기 때문에（일주일에 3~4번 오던 손님）

"오늘은 일찍 끝나네요?"
이래서
"아ㅎㅎㅎ...그러게요?"하는식으로 찐따같이 대답함

그 다음 여차여차해서（사실 잘 기억안남..ㅠㅠ） 그 손님을 일단 나 일하던 노래방 옆에 카페에서 기다리라 한다음,

나는 같이 일하던 형 한테 몸이 좀 안좋아서 조기퇴근 한다해서

밖에서 그녀를 만남

어두운 노래방에서 본것보다 밖에서 보니
더 예뻤음ㅎㅎㅎ

둘이 근처에 치킨집 가서 얘기하는데, 요약하자면
그 사람은 미국에서 이민 온 26살이고,
한국 문화나 정서 등 너무 좋다고 했음.（특히 한복을 되게 예뻐했음）

그래서 한국어 공부도 되게 열심히 했다고 함.
그 후로 전화번호 교환하고 자주 만났음!

나는 그때 21살이였는데, 누나는 연애에는 나이차이 상관 없다길래, 얼마 후 내가

혼자 영어로 고백멘트（영어 잘 못함..） 번역기 돌려서 ㅋㅋ내 생각엔 나름 멋지게 고백했는데.
발음이 후졌는지, 어색해 보였는지

누나는 진짜 한참 깔깔대고 웃더니 한국말로
"좋아!" 라고 함.

뭔가 서로 국적이 바뀐듯..했음

어쨌든 진짜 너무너무 행복하게 잘 사귀었음,
남들 다 하는 데이트 우리도 다 했음!

근데 행복한 나날 속 어렸던 나의 최대 고민은 누나와의 잠자리였음..

누나도 나 만나기전에 남자친구가 있었을거고 뭔가 '흑인남자'하면 밤의 황제 느낌나잖음..

나는 그래서 누나가 나같은거로 만족 못할것 같은거임..

그래서 모캉스갔을때나 누나 자취방갔을때 등등 일부러 피한적도 몇번있음..

근데 언젠가 단둘이 여름에 을왕리를 놀러가게됐는데 나도 취하고 남자다보니까!

피할 수 없는, 아니 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