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랑하는 웃대친구들!
사랑이에게 백혈병이 발병하고 2년의 시간이 흘렀어. 사랑이를 위해 기도해주고 염려해주고 기꺼이 팔을 걷어 피를 뽑아주던 우리 친구들에게 이야기는 남겨야겠기에, 또 종종 보이는 암관련글과 비용을 걱정하는 글들을 보며 혹 위로와 정보가 될까하는 마음에 이렇게 또 몇 자 두드려. 폰으로 써서 다서 두서 없더라도 이해해줘.
♡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사랑이
2017년 11월 24일 오후 1시 30분. 사랑이에게 백혈병 의심 진단이 내려졌어. 그리고 며칠후 나온 병명은 '전구체 B-세포 림프모구성 백혈병' 통상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으로 불려. 이 질병은 5세전후로 특히 많이 발병을 하게 된대. 백혈병이라 하면 골수이식이라고 하는 조혈모 세포 이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지만 소아의 경우 항암치료만으로도 높은 생존률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환아의 상태에 따라 저위험군, 표준위험군, 고위험군, 최고위험군의 네 가지로 분류하고 각각 집중치료기간과 치료약물이 늘어나. 사랑이는 초기 백혈구 수치가 9만을 넘어섰기 때문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43주의 집중치료스케쥴을 거쳐야했어.
처음 한 달간은 관해시기라 해서 입원하여 집중적인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가 반응하기 전에 융단폭격을 해버린다고 보면 돼. 그만큼 가장 힘든 시기야. 그 후에는 일주일간은 입원하여 항암을 하고 다음 한 주는 외래로 관찰하기를 반복해.
안타까운것은 요새들어 백혈병 환아들이 많이 늘어났는지 입원을 하지 못하고 외래로 항암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병원에 가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아홉시쯤 되고는 했는데, 일주일 내내 이런식이니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도 참 힘들고 지치더라.
어쨌거나 근 1년에 가까운 집중치료가 끝났다고 해도 유지치료가 기다리고 있어. 1개월마다의 항암치료와 총 9회에 이르는 3개월마다의 항암치료. 그리고 먹는 항암약 등으로 2년동안 치료를 더 해야해. 그러니까 대략 3년간의 치료가 필요한 셈이지.
이렇듯 오랜 시간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의사에 대한 믿음. 치료에 대한 확신. 가족의 노력과 헌신 등등 다 중요하겠지. 그런데 돈이 없다면? 특히나 백혈병은 고액암으로 분류될 만큼 많은 비용이 드는 질병이잖아.
자! 오늘 내가 진짜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질병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 돈 이야기야.
♡백혈병은 많은 돈이 든다?
나도 그렇게 알았어. 그리고 또 맞는 말이기도 해. 상상할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이 들어. 예를 들어 사랑이는 아스파라는 급여 적용되는 항암약에 부작용이 심해서 이로위나제인가 하는 비급여 주사를 맞았는데 주사 한 대에 80만원 정도 해. 이걸 한 번 만 맞으면 되는게 아니라 꽤 여러 번 맞아야 해. 게다가 사람이는 체중이 적게 나가서 그렇지 다른 중학생 언니는 한 번에 서너대를 맞아야 해서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약 2주간 거의 2천만원정도의 비용을 병원비로 썼다고 들었어.
그 외에도 조혈모세포이식등을 해야하는 경우에도 수천만원이 든다고해. 그나마 급여가되는 경우면 괜찮지만 비급여라면 정말 많은 돈이 들어. 보통의 가정에서 감당하기 쉬운 금액은 아니지.
♡ 그래서 치료비로 얼마를 냈다고?
정답은 0원. 내가 실질적으로 낸 돈은 0원이야. 물론 병원비만 얘기하는 거야.
일단 암 등의 고액 질병에 대해서는 환자의 본인 부담금은 5퍼센트에 불과해. 예를 들어 병원비가 1000만원이 나온다 해도 나는 겨우 50만원만 내면 되지.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정말 훌륭하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지. 의료보험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국뽕이 차오를만큼 정말 최고 수준인거야.
그런데 내가 쓴 돈은 0원이라고 그랬지? 5퍼센트는 내야 하는데 어떻게 0원이 되지?
왜냐하면 나머지 5퍼센트마저도 보건소로부터 의료비지원을 받을수 있었기 때문이야. 좀 그럴듯한 아파트 한 채 있다면 지원받기가 쉽지 않겠지만 보통의 서민들이라면 의료비지원 혜택을 받을수 있어. 외벌이 기준으로 월수입 기준이 45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니까. 문턱이 그렇게까지는 높지 않아. 이렇게 의료비 지원을 받을수 있는 금액은 1년간 3천만원까지야.
병원비 0원의 비밀. 즉, 치료비의 95퍼센트는 의료보험이, 좀 산다하는 여유있는 가정이 아니라면 나머지 5퍼센트도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사실상 병원비는 한 푼도 들지 않아.
가끔 치료비를 걱정하는 글들이 보이는데 절대 치료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보건소 지원은 사후지원이기 때문에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에선 해결이 안되겠지. 하지만 저리로 치료비를 대출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 뿐만 아니라 새롭게 재난적 질병에 대해 별도로 연 2천만원까지 지원되는 제도도 생겼대.
그러니까 중요한건!! 암 같은 병 걸렸다고 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의료제도는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나라들보다도 더 합리적이고 최고라 생각해.
물론 현행의 의료보험과 지원제도의 맹점이 있기는 해. 급여기준으로는 5퍼센트의 비용만 내면 되지만 비급여는 지원되지 않지. 그래서 이를 보완하는게 여러가지 지원제도인데 지원금액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면 참 힘들겠지.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극소수의 희귀질병과 신약의 경우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요구하니까...
♡ 그럼 의료실비나 암보험이 필요없겠네?
근데 그게 꼭 그렇지는 않아. 급여항목은 의료보험이 든든히 받쳐주지만 비급여항목을 많이 써야한다면 의료실비가 꼭 필요해. 비록 비급여항목은 의료실비에서도 80퍼센트밖에는 보장해주지 않지만 말이야.
그리고 진단금을 받는 암보험도 중요해. 내 경우에는 외벌이고 집사람은 전업주부이기에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은 적었지만 맞벌이 가정이라면 누군가 한 명은 회사를 그만둬야 하기 때문에 한 명분의 수입감소가 타격이 클 수 밖에 없거든. 특히 돈을 벌고 있는 가장이 아프다면 당장 수입이 끊기기 때문에 아무리 비용을 들이지 않고 치료한다해도 생활비는 해결할 수가 없잖아. 이 때 필요한게 진단금이야.
내 경우 아이의 발병 초기에 집안을 정리하고 위생 가전들을 사들였어. 듀얼 세탁기와 스타일러 몇 대의 공기청정기 소독기 등등 하면서 대략 천만원이 들었고 이후로도 매달 200~300만원 정도 추가적인 지출이 들어갔고 지금도 들어가고 있어.
이건 사람마다 다르지만 우리의 경우엔 외래로 병원 진료시에는 하루에 거의 10만원 정도씩 비용이 들더라고. 병원을 오가며 쓰는 대리비용이나 택시비용.. 식대 등등..
물론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이기 때문에 아낌없이 좋은것들로만 해주다보니 비용추가가 많은 면은 있어.
결론적으로 실비나 암보험이 없더라도 치료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실비와 암보험이 있다면 생활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지. 이 생활비의 수직상승이 주는 압박은 정말 커. 진단금이 없었더라면 어떻게든 돈을 만들기는 했겠지만 지금보다 무척 힘들었을거야. 돈을 만들어야하니 아이와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겠지.
나는 어릴때 이런 보험료가 너무 아까웠거든. 근데 나이들수록 필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니 친구들도 잘 알아보고 젊을 때 가입하기를 권해. 실비와 암보험은 정말 필수인것 같아.
♡ 일상으로의 회복.
이제 사랑이는 음식과 활동 등 그동안의 극단적으로 제한된 환경을 벗어나 다시 보통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보통사람이 생활하는 환경을 누리며 살아가게 될거야. 1년 후 치료가 종결되는 그 날이 머잖아 다가오겠지. 친구들도 우리 사랑이의 건강을 기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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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해도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