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중딩 2학년때 우리반에
자폐증이나 말하는데 불편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네 명 있었음

한명은 여자앤데 말을 못하고 손발을 심하게 떰.
나머지 세 명은 남자애인데
한 명은 중도의 자폐증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의사소통이 안됨）,
나머지 두 명도 자폐증이었는데 말도 통하고 활발했음.

아무튼 그 때는 반 애들이 다들 어려서인지
그냥 못되 쳐먹어서인지
남자애들은 중도의 자폐증 친구를 막 놀리면서 물건 던지고 괴롭혔고,

여자애들은 말 못하는 친구를 멀리하고 안끼워줬다.
종합적으로 막 동네 바보취급 하면서 지우개가루 던지고
싸움붙이고 별명짓고 진짜 하여간 좀 심했다.


어느날은 자리바꾸기를 했는데 우연하게도
내 짝꿍이 경도의 자폐아 친구（남자）
내 바로 뒤에가 말 못하는 친구（여자）로 배정되었다.
초반에는 조금 쫄았었지만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엄청난 사실을 알아버렸다.

나는 유머코드가 괴랄한 사람인데
얘네들이 진짜 엄청 웃긴거였다.
내 짝꿍 남자애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봉쿠레 원주민' 이러는데
나는 이런게 뜬금없이 너무 웃겨가지고 ㅈㄴ 쳐웃고나서
갑작스럽게 친해지게 됐다

나도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지 처음에는 좀 벽이 있었지만
알고보니 남들보다 좀 더 기다려주면
재미있는 농담도 잘하고 여러 얘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특히나 내 뒷자리 여자애는 처음 말을 걸어보니
알고봤더니만 애가 나랑 아주 딱 맞았다.
하굣길도 같이 가고 간식도 나눠먹고 하여간 잘 지냈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또 자리를 바꾸는 날이 됐다.
반 애들은 이 장애가진 친구들이랑 앉는걸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나는 개꿀이라고 생각하고 그럼 내가 짝꿍 한다고 했다.
솔직히 얘네랑 짝궁 하면 너무 재밌고
자다가도 봉쿠레 원주민이 될거야 이딴 대화가 생각나서 개 웃음ㅋㅋㅋ

그래서 자리 바꿀 때 한 두어번 정도 얘네들이랑 같이 앉았다.
근데 어느날은 담임이 쉬는시간에 교무실로 오라는 것이었다.


근데 대뜸 담임이 진지하게 너 왜그러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한테 독하다고 했다.

네?? 라고 반문하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짝꿍한테 방해 안받고 공부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폐아 학생을 짝으로 계속 선택하고 있다는 거였다.
또 특목고 가기 위한 자소서 쓰기 위해서
일부러 착한척 봉사하는척 하려고 그랬다는 것이었다.


ㅈㄴ 어이가 없었지만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난 같이 놀면 재밌다는 얘기도 하고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이런 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ㅈㄴ 쪼아대길래 그럼 다음부터 이 친구들이랑 굳이 안 앉아도 된다고 하고 반으로 돌아왔다.
반 애들도 다 날 오해할까?? 그 때는 너무 무서웠다.

그 이후로 난 그들 옆에 짝꿍으로서 앉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급식도 같이 먹고 하교도 같이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대들고 싸워도 됐을 일 같지만..
예전에는 내가 너무 순진해서 대들지도 못했다.
눈치도 많이 보고..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썅ㄴ 담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