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나는 작년 10월 말
급성구획증후군으로 수술을 했다.
1차 수술, 2차수술 을 하며 50여일간 입원을 했고
퇴원을 하고 현재도 재활을 하며 외래를 다니는 중이다.

블로그엔
병원홍보용 글만 있길래
직접 적어보는 투병일기다.




증상은 깨어보니 다리가 너무 아팠고
내 의지대로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굽은걸 펴려고하는데 뜻대로 되지않았다.

다리통증이 너무 세서 119신고를 했고
2차병원을 갔으나
외상센터를 가야한다는 진단 아래
가까운 아주대병원에 콜을 했지만 병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응급차를 타고
단국대까지 갔다. 그나마 제일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였기 때문이다.


그날이 월요일 저녁이었고
응급실로 내원했다가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바로 1차 수술을 했다.

급성구획증후군은
구획, 즉 어떤 구간에서 혈류가 통하지않아 압력이 상승하는 병이다.
나는 다리가 그랬고 압력으로 인해 이미 근육이 녹아있었다.
다리는 팽창했고
그 압을 줄여주기위해 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했다.

그렇게 절개한채로 3주를 보냈다.
처음엔 다리에 아예 감각이 없었고
발가락을 만져도 느낌이 없었다.
다리를 움직일 수 도 없었다.

보통은 2주안에 압력으로 인해 부은 게 가라앉고
그 후에 다시 봉합하는 수술을 하는데 나는 조금 오래걸렸다.

오래 걸려서 주치의선생님이 많이 걱정을 했고
이미 피부괴사도 조금 진행중이라고 했다.

나처럼 구획증후군을 초기에 치료하지못한 사람은 근육융해로 인해 신부전까지 겪기 때문에 바로 2차수술을 하지못하고
몸상태를 보면서 3주를 채울때까지 기다렸다.

그 사이 나는 또 VRE（반코마이신내성 장알균감염）
으로 인해 격리병실로 가야했다. -결국 퇴원도 여기서 했다.
위험성이 낮은 감염이긴 해도 감염은 감염이었다.

다리를 째놓은채 생활한다는건 너무 힘들었다.
항암환자들처럼 매일 4시간마다 마약성진통제를 맞았다.
그래도 못참고 울어버릴 때도 있었다.
너무 아팠던 시기였다.


다리에 이런 호스를 꼽고 강한 압력으로 내 다리에서 찌꺼기들을 뽑아내는데 저거때문에 아픈게 컸다.
그래도 안 할 순 없었다.

수술한지 3주차에 드디어 봉합하는 수술을 했다.
그 전 날까지 붓기가 덜 빠져서 절개한 피부끼리 안 당겨질 수도 있다고 그 절개면을 다른 피부로 덮는 이식술 까지도 각오해야한다고 했는데
다행히도 수술에서는 온전히 봉합술로 마무리 했다.

봉합술 이후엔 서서히 앉는 연습을 하고
그 다음엔 서는 연습 그 며칠뒤엔 목발잡고 걷는 연습을 했다.

오래 병상에 있어서
처음엔 기립성저혈압에 기절도 했다.

그래도 51일차에 퇴원을 했다.

이미 녹은 근육은 끈처럼 얇게 되어 재생이 거의 불가하지만
3월이 된 지금은 두 발로 걷고 있다.
처음엔 열 발자국이 100보가 되고 1000보가 되고
지금은 5~6천보는 걷는다.
구획증후군이 생기고 나면 발목근육이 굳어 들어올리지 못 할 수도 있다는데
나는 퇴원하자마자 도수치료로 예방하고 있다.

11월에 봉합수술을 하고 지금 해가 바뀌어 3월이지만 아직 신경통도 여전하다. 물론 강도는 줄어들었지만 아프긴 아프다.
그치만 서서히 낫고있는것도 느껴진다.

-

처음엔 아주대병원을 가려다가 단국대병원을 입원했지만
이게 오히려 나에게 큰 복이었던 것 같다.
특히 주치의 선생님이 외래를 보는 지금도 너무 꼼꼼히 잘 봐주시고 내가 입원해있을때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 교수님들과 비교해도 질문 진짜 많이 받아주시고 설명도 자세히 해주셨다.

나의 생사를 같이 기도해주셨던
단국대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님들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