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형들 난 눈팅으로 웃대를 줄기던 30대 직장인이야.
아버지가 아프시기 시작하신건 한.. 6년쯤 된 것 같아 내가 전역하고 그 다음 여름에 암선고를 받으셨으니까. 나는 그때부터 다짐했어.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도를 하자. 오롯이 내가 아쉬움이 남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남들은 그러더라 그렇게 아버지랑 가까이 지내면 나중에 보낼때 힘들지 않겠냐고. 그래도 뭐 난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아버지한테 잘하려고 노력했지. 솔직히 오늘까지 매일매일 아버지에게 잘했다고는 말 못하겠어. 쉬고 싶을때 온 아버지 전화가 귀찮았던 적도 있고 그래서 빨리 끊었던 적도 있으니까. 그래도 아버지가 빨리 나으셨으면 해서 웃대에 올라온 암관련해서 나으신분들께 쪽지도 보내보고 뭐가 좋은지 찾아보기도 했어. 매일 전화를 드렸고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지. 그런데 이번 설에 내려갔을때 아버지 상태가 예전 같지 않더라구. 그래도 난 덤덤했어. 다시 좋아지실거니까. 그런데 아니라네 척추로 전이가 되었대. 그래도 난 덤덤했어. 아버지가 재활하실수록 하반신에 감각이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난 아버지 모시고 칭따오 다녀올거라며 신나했다?

오늘 3월 18일 난 평소처럼 출근을 했고 평소처럼 회의를 했으며 평소처럼 점심을 먹으려했어. 그런데 이모한테서 전화가 오더라고 KTX 타고 당장 부산으로 내려오라고. 그래서 난 지금 KTX안이야. 동생은 멘탈이 조금 나갔고 어머니는 계속 아버지를 보러가야한다고 말씀하신대. 동생은 옆에서 어머니를 케어하고 있고. 난 내가 살면서 서울에서 일하는게 이렇게 원망스러운적이 처음이다?

형들 이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난 지금도 덤덤해. 아직 장례식장을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지 상복을 입으면 좀 실감이 날까, 아니면 아버지 영정사진을 보면 좀 실감이 날까. 난 이제 누구한테 회사 일을 말하면서 푸념 할 것이며 누구에게 내 힘든일을 말할까 난 누구와 목욕탕을 갈 것이며 난 누구와 축구를 보면서 욕을 할까?

형들 어린 내가 이런 이야기 하는게 참 부끄럽지만 이 글을 보는 형이 있다면 지금 당장 아버지께 전화드려 어머니도. 계실 때는 잘 할 수 있어.

장례 잘 치르고 올게 항상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