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 돈은 아니고 은행돈이다.
재작년 12월. 군대에서 일꺾이 됐을때 난 1차 정기휴가를 나왔다. 8월에 신병휴가 찔끔 나왔다 들어간 이후로 몇달만에 가족들을 보니까 참 좋았다.
오랜만에 같이 가족들이랑 밥도 먹고 친구들도 만나고 PC방에서 몇시간동안 죽치고 앉아서 게임하고... 군대의 쳇바퀴같은 삶에서 벗어나 잠시동안이라도 본능에 따른 삶을 산다는게 좋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복귀 전전날, 아빠와 술 한잔 하던 도중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셨다. "ㅇㅇ아, 넌 만약에 엄마가 바람펴서 집 나간다고 하면 어떻게 할거냐?"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왜냐면 나에게 엄마는 내게 가장 의지할 수 있고 현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설마 한 순간의 감정에 눈이 멀어 바람을 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빠가 그런 말을 하고 나서부터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복귀 전날 가족들과 함께 당진에서 가리비 구이를 먹었다. 화목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역시 그냥 술김에 한 소리였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지만 무언가 찜찜한 마음도 한구석에 둔 채 자대에 복귀를 했다.
군대에 있으면 별별 생각이 다 들기 마련이다. 내 마음 한 구석 찜찜했던 마음은 점점 크게 불어났다.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 종교의 힘이라도 빌리면 괜찮겠지 생각에 일요일마다 교회도 다녔다. 그렇게 한달정도 있으니까 일과시간엔 작업과 정비에 찌들고 개인정비 시간엔 싸지방 가느라 바빠서 점차 괜찮아지긴 했다.
3월이 되고, 상병을 달고 2차 정기휴가를 나왔다. 3달 이라는 시간이 워낙 길게 느껴지기도 했고 때마침 상병도 달아서 그날 내 기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터미널에 도착하고, 엄마가 차로 데리러 나왔다. 카페에 가서 얘기좀 하다 가자고 해서 나는 알겠다고 했다. 카페에 도착할 즈음, 아빠가 문자로 핸드폰 녹음을 켜놔라, 중요한 얘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부터는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아, 내가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구나. 곧 이어 엄마는 자기가 바람을 폈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략 30분정도 길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이때 무슨 얘기를 했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때 녹음해둔 음성파일이 지금도 내 폰에 있다. 이때 무슨 대화를 했는지 다시 들어보려 했지만 이 파일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뭔가 다시 듣기가 무서웠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실감이 나지 않아서 일단 엄마를 배웅하고 집에 들어왔다. 아빠가 초췌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줬다. 아빠랑 같이 술을 먹으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엄마가 바람을 핀건 10월 쯤이었고, 아빠가 알게된건 12월, 내가 휴가 나오기 하루 전날에 알았다고 했다. 이때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지만 나한테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고 했다. 아빠는 그 충격때문에 정신과 약도 먹고있었다. 내 뇌가 강제로 기억을 지웠는지 모르겠지만 이때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은 기억이 있다면 감정이 복받쳐 세상 서럽게 울었던 기억만 있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화목할 줄만 알았고, 이혼같은건 TV 속에서나 나오는 얘기일 줄 알았고, 우리 엄마는 매사에 현명한 판단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엄마아빠는 이혼하게 되었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며 아빠가 우리들을 키우게 되었고, 우리를 키우려면 집이 있어야 하니, 원래 엄마 명의로 되어있던 집을 아빠 명의로 이전을 시켰다. 그런데 엄마가 따로 대출을 한게 있었고, 그쪽 회사에선 빚을 안내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다고 생각해서 집에 가압류를 걸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소식을 군대에서 접했다. 나는 우리 집이 망해가는 동안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했고, 무기력해졌다. 자랑은 아니고, 나는 입대하기 전에 전국민 누구나 알고있는 모 대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휴직을 하고 입대를 했다. 만약 내가 군인이 아니라 사회인이었으면 적어도 집이 넘어가는 꼴은 막을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슬펐다. 2층정도면 뛰어내려도 안죽을테니까 뛰어내리고 의병제대나 할까 이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실행할 용기는 안났다. 지금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 영원히 못할것 같았던 전역도 하고, 나는 다시 사회인이 되었다. 우리집은 2월에 경매에 들어갔다. 어찌됐건, 아빠와 우리 삼형제가 살 집을 구해야되서 여기저기 대출을 알아봤다. 하지만 복직한지 얼마 안된 탓에 작년 소득도 없고, 지출내역도 적어서 대출이 힘들었다. 다행히 조건이 맞는곳을 찾아서 전세대출 1억 6천, 신용대출 3000, 친척한테 빌린 돈 1000 으로 신축 32평 아파트에 전세를 얻을 수 있었다.
얼마전에 이사랑 짐 정리가 끝나고, 가족 모두 집에 만족하고 있다. 전세대출 이자만 한달 50, 신용대출은 원금 50, 이자 6~7만원 수준으로 한달 100정도가 나간다. 현재 이 돈은 엄마가 갚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미 회사 기숙사에 살고있고, 3년뒤에 동생들도 다 취업하고 나가면 한두명 정도 살기 적당한 작은 집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제 더 나빠질 일도 없고, 앞으로 일어서는 일만 남았다. 열심히 살다보면 분명 다시 회복할 기회가 오겠지..
재미없다면 미안해 내가 글재주가 없어서... 갑자기 내 썰좀 풀고싶어서 써봤어.. 나름 정성들여서 썼는데 웃자 함만 가고싶다ㅠㅠ 음... 마무리를 어떻게 짓지? 여러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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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짱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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