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이유라기보다는, 그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된 싸움 끝에 우리는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때 내가 내린 결심의 이유는 이렇다.

우리는 3년을 넘게 사귀었지만,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출을 받아 코인에 손을 대었고, 그로 인해 나는 빚을 지게 되었다. 빚은 점점 늘어만 갔고, 나는 하루하루 그 빚을 갚아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그녀가 보고 있을 때, 나는 점점 내 자신이 더 비참해지고 무능하게 느껴졌다.

내가 자꾸 불안한 마음에 “헤어지자” 말할 때마다 그녀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힘들 때 사람을 버리는 게 아니라며 나를 지켜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고마웠지만, 동시에 내가 그녀에게 부끄러워지기만 했다. 내 인생은 점점 더 밑바닥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녀는 나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자꾸 소개팅이나 선자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나를 떠날까봐 불안해졌다. 내가 능력이 없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나를 탐탁지 않게 보는 게 느껴졌고, 그럴수록 더 나를 비난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그녀를 위해서, 내가 떠나야 한다." 내가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 위해, 내가 그녀를 떠나주어야 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나는, 그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 자신을 속이며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이유도 없이.

그렇게, "그녀를 위해 떠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는 시비를 걸었다. 내가 떠나면 그녀는 더 나은 사람을 만날 거고, 그게 그녀를 위한 일이라 믿었다. 그러나 사실 그 모든 이유는 내 불안함과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같잖은 이유를 혼자 되뇌이며, 내가 떠나는 이유를 그럴싸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싸우게 되었고, 그렇게 헤어졌다.

헤어진 후, 나는 잠시 스스로를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사랑을 위해, 그녀의 앞날을 위해 떠난 로맨틱한 남자라고 내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녀가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저 한심한 사람일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아직 그녀를 그리워했지만, 스스로를 로맨틱한 남자라 착각하며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한 채, 그리움 속에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연락할 용기가 없다. 나는 여전히 그녀에게 미안하고, 나의 비겁함을 인정하기 싫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 건, 나는 니가 싫어서 헤어진 게 아니라는 걸, 그냥 내가 겁쟁이였을 뿐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내가 쓴 이 글을, 혹시라도 그녀가 보게 된다면, 그동안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래도 나는 결국 병신 같고, 그녀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웃었다. 그 웃음은 진심이 아니었다. 내가 그녀에게 했던 모든 일들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가 숨겨져 있었다. 내가 떠나면서 그녀를 위한 것이라 착각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한, 내 불안감을 숨기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알았을 때, 나는 그 웃음 뒤에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날 밤, 나는 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제 그녀의 삶에서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녀가 내 곁에 있을 때처럼 웃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웃음은 이제 나에게 닿지 않는다. 그녀는 더 이상 내 삶의 일부가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리움 속에서, 나는 그녀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그 행복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느끼는 모순 속에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