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게으름'은 그야말로 '죄악'시 되는 것 같아

예를 들어, 우리 연구실이 기본적으로 9 to 9 인데 （아침9시 출근 저녁9시 퇴근）

이렇게 해오다가 연구실에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 친구들이 9 to 9은 너무 비인간적이다, 9 to 6로 바꿔달라고 교수님한테 시위 아닌 시위를 했는데

명분상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고, 외국인 인권 관련해서 다른 학과 교수님 경고 먹은 일도 있어서

우리 교수님도 알았다고 하시고 결국 9 to 6 제도로 전환했어

근데 이게 웃긴게 한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오는게 대학원생이 9 to 6 인거는 말도 안된다, 연구실 망했다 등등

이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더라구

그러면서 생긴 기이한 문화가 저녁6시되면 외국인들은 퇴근하고, 한국인들은 남아있는거야

그러고 6시에 칼퇴근하면 개빠졌다느니, 외국인 다됐다느니 등 해서 뒤에서 수군대고

심지어 교수님 조차도 말만 9 to 6이지 밤9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해서 불러내고

그러면서 교수님이나 한국인 학생들이 항상 하는 말이,

"대학원생 시절에만 바짝 고생하면 나머지 인생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안해??"

근데 웃긴게 뭐나면, 위 문장에서 '대학원생'이라는 낱말만 바뀌어서 내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항상 들어왔던 말이라는거야

고등학교 때만 고생하면.. 일이등병 때만 고생하면.. 고학년 때만 고생하면.. 취업 준비할 때만 고생하면..

내가 아직 직장을 제대로 다녀본적은 없지만 아마 가게 된다면 비슷한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

또 하나 우스운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게으름은 죄악'이지만 여기서 '게으름'은 그냥 보이는 부분만 말하는 거 같아

한국학생들 9 to 9으로 엄청 열심히 사는 것 같지? 꼭 그런 것도 아니드라

어차피 야근할 거 아니까 오전/오후 시간대에 설렁설렁하고, 저녁 시간 지나면 리프레쉬한다고 스타나 하고 있고

사실상 연구성과나 업무진행은 내가 봤을 때 외국학생들하고 비교해도 크게 차이는 안나는 것 같아

열심히 해서 본인이 무엇을 얻을까 보다,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열심히 하는 자기의 모습을 보이는걸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거지

그래서 요새 드는 생각이 과연 게으름은 죄악일까? 라는 의문

그리고 그 게으름의 기준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것 같다는 생각

요새 박사학위 준비한다고 잠을 통 못 자고 있는데

하도 교수님한테 "나 때는 3일에 한 번만 자도 충분했어. 하루에 2시간만 자도 충분하지 않나? 코피 한 번 안 흘리고 박사한다는게 말이 되나?" 라는 류의 말을 지겹도록 듣다 보니까 정신이 나갈 것 같아서 한 번 글 적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