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지하식당 영양사는 이쁘다.
진짜 이쁘다. 얼굴 작고 귀염상에, 체격도 아담하다. 특히, 커다란 눈이 매력인데, 국을 받다가 눈이 마주쳐 심장이 떨려 식판에 국물을 흘린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 나쁜 주변 회사 총각들이 고백해서 혼내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난 안했다!） 그러나 우리의 영양사는 이쁜 미소로 지금 연애 생각이 없어서요! 라며 모두를 거절했고, 회사 앞쪽 골목의 분식집은 영양사에게 차인 남정내들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다 우리부서 후임이 한놈 들어왔다. 처음 면접보러 왔을때, 와 진짜 충격받았다. 180을 넘는 키, 딱 벌어진 어깨에 요즘 그 이태원 클라스 주인공을 닮은 매력적인 눈. 이제껏 거의 30여년 살면서 본 남자중에 젤로 잘생겼다 싶더라. 면접장에 그 친구와 오징어 4명이 같이 들어왔지만, 인사과 여부장님은 이 친구를 안뽑으면 다 죽여버리겠단 눈으로 우릴 협박했고, 내년에 대리 승진은 해야겠단 생각에, 나는 만점을 줬다. 뭐 스팩도, 태도도 좋긴 했고.
여튼간에 어느날, 밥먹고 올라와, 사무실 의자에 누워 자려하는데, 자꾸 진동소리가 들렸다. 옆 후임놈이였다.
"인우씨 잠좀 자자. 뭔놈의 카톡질이여"
"하하 자꾸 연락이 와서"
"여자야? 누군데? 나도 좀 소개시켜줘. 이러다 고독사 할거같아."
"아 대리님도 아실껄요? 그 우리 식당 영양사분인데."
"?!"
쉬불탱. 역시 될놈은 되는구나 싶은 생각과 흥미가 생겼다.
"헉 번호땄어? 여윽시 인후씨 클라스. 아마 인후씨가 번호딴거 성공한게 처음일껄?
"네? 아뇨 그분이 저한테 번호 물어봤어요."
"시발"
신은 뒤졌거나, 멸종한 도도새다. 이따구로 벨런스 패치를 하다니. 일에 더 집중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수많은 남자들을 분식집 단골로 만들며 골목상권과 상생하는 대기업의 순정을 보여줬지만 결국엔 존잘 울 후배에게 먼저 번호를 따가고, 그 바쁜 점심시간에도 라텍스 장갑을 뺐다꼈다 하며 카톡을 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회사앞 그 분식집의 된장이 좀 더 짜다면
아마 눈물때문이였으라.
이 일이 있던지 얼마 후, 당연하게도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나는 항상 그 친구와 함께 식당에 내려가 바싹 붙어 줄을 스며, 영양사에게 내가 이 친구 선임이란점을 은근히 어필과 압박하며 돈까스를 반개씩 더 받아먹는 소소한 행복과 특혜를 받으며 적폐가 되어갔다.
그러던 오늘, 라면이 땡겨서 후임놈과 같이 점심시간에 분식집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후임은 정중하게 '어머님 안녕하세요?' 하고 밝게 인사를 하였고, 자리에 앉아 소소한 스몰토크를 아줌마와 이어갔다. 역시 잘생긴놈이 최고다 란 생각을 하며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갔다. 후임놈이 재난지원카드 받은게 있다며 자기가 계산하겠다며 나섰다. 그리고 카드를 내밀자 아주머니는 말했다.
"에이 아껴뒀다가 우리 딸이랑 데이트할때 맛있는거 사먹어~"
그랬다. 여긴 패배자의 츠쿠요미였다.
고백-차임-분식집이란 확실한 영업루트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시발점과 종말점 모두가 동일회사였던 극악의 루트였다.
이 분식집이 불지옥이였단걸 깨닫고 충격에 빠져있을 찰나,
작년에 고백했던 영업팀 박대리（18시즌 2고백, 2차임）가 말했다.
"어우~아주머니 딸도 있었어요?"
"그럼~ 내가 딸만 셋이야~ 둘째랑 이 총각이랑 사귀고, 나머지 둘은 솔로같아. 둘다 이뻐~ 자 여기 사진!"
하며 아주머니는 지하 영양사를 뺀, 첫째와 막내의 사진을 박대리와 동료들에게 보여줬고, 이내 장내는 술렁이였다. 그리곤 몇몇 바보같은 남정내들은 분식집 아주머니에게 충성을 맹새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윗층 최과장（16,19시즌 고백, 분식집 4년 VIP）는 '장모님!'이라 외치며 큰절을 시도했고, 기타 나머지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인우씨는 말없이 불지옥을 빠져나왔다.인우씨는 회사사람들한테 연애하는거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며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했다.
나는 말없이 하겐다즈 큰컵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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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기자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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