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어릴적부터 게임에 환장에 살았다.

학교는 성실히 나갔지만 （초,중,고 개근） 하교 후에는 오락실과 PC방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인문계를 나왔지만, 모든 시간을 게임에 보냈으니 성적이 좋을리 없었다. 그렇게 지방 4년제 대학을 가고 군대（의무경찰）를 갔다.

군대를 다녀오고 휴학을 하다보니 26에（2012년） 대학 졸업을 했다.

졸업 후, 경찰 시험 준비를 했다. "2년만 하자. 2년 동안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만 두자.' 라는 마음과 함께

시작을 했고,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삼개월만에 나태해져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이 아닌 오락실 또는 PC방을 향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28살（2014）이 되었다.

2년전과 변함없는 점수, 당연히 게임만 했으니 점수가 오를리 없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울산에서 공사부자제（타일, 타일본드, 시멘트 등） 영업일을 시작했다. （난 부산 28년산 토박이다）

회사 업무용 자동차（엑센트）를 타고 타일 가게를 찾아가 제품을 홍보했다.

인센티브가 없는 영업직으로 연봉은 2700만원이었다. /12가 아닌 /13으로 나누어서 약 한달 월급이 180만원 정도 되었던것으로 기억된다.

월~토요일까지 업무 였고, 주문량이 많을 땐 현장 업무까지 했다. 현장에 한국인은 없었다. 전부 외노자들 이었다.

옆에 놓여진 빈 시멘트 포대를 기계에다가 끼워놓고 버튼을 누르면 포대에 시멘트가 채워졌다.

싫었다. 시멘트가 날리는 공장 환경도 그렇고 단순업무이다 보니 시간이 너무너무 느리게 갔다.

공장 업무보다 더 싫었던 건 배달해 줄 화물 차량을 구하지 못하거나 수량이 적을 경우 회사 봉고차를 이용해

배달을 가는 경우였다. 1종 보통 면허가 있었지만 수동 운전이 숙달되지 못해 시동은 자주 꺼졌고, 오르막길 운전에는

목숨을 걸어야했다.

3개월 후, 사직을 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다시 PC온라인 게임을 하며 잉여로운 생활을 보냈다.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아들을 보며 생각이 많아지신 아버지는 화물운송업을 배우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아버지 직업이 화물 운송업이다.）

아버지께서 얼마나 고생하며 일을 하는지 알고 있었고, 공사부자재 일의 트라우마（수동 운전） 때문에 더더욱 화물운송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서야 "뭘 해야하지?" 깊은 고민이 빠지게 되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해본 건 게임 밖에 없었다.

"게임으로 먹고 살아야겠다"

아버지에게 말씀 드렸다. "게임 만드는 직업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습니다. 150만원 빌려주세요."

아버지는흔쾌히 승낙하셨다. 게임만 하는 아들놈보다 뭔가 한다는 아들이 나으셨나보다.

학원을 등록했고 수업을 들었다. 사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실무랑 전혀 동떨어진 수업이긴 했지만...

아침에는 택배 일을 했고 （택배물건을 아파트에 떨구어 놓으면, 분류 작업을 하고 배달하는 일을 했다）

저녁에는 학원을 갔다.

6개월 후 취업에 성공했고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다. （서울/경기도 외에는 게임 회사가 적다）

29살, 4월 게임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은 화려한 삼성동 이었지만 나의 주거 환경은 2평 남짓의 월세 42만원짜리 고시텔이었다.

첫 연봉은 2200만원 이었다. 월세를 내고 담배값（흡연자라 죄송합니다）, 식비, 술값, 휴대폰, 보험비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전혀 없었고, 저축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지금은 34살이 되었고 게임 기획자 5년차가 되었다.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4위, 10위의 게임을 만들었고

연봉은 4년전에 비해 1600만원이 올랐다.

은행에서 돈도 빌릴 수 있는 신용이 된 게 신기했다. 은행에서 전세 자금을 빌려

고시텔을 벗어나 1억 3천 전세의 8평짜리 오피스텔에 살게 되었다.

대기업 친구들은 "너무 적게 버네. 게임쪽 연봉 적네"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에게는 월급의 절반 적금, 나머지는 혼자 행복하게 쓸만큼 딱 되고 있다.

술 한잔하고, 동전 노래방가서 노래부르고 싶은데 코로나 땜에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혼자 궁상 떨며 글 적어본다.

다들 좋은 주말 보내.





짤은 내가 게임을 만들고 싶도록 해준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