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KB

‘검에 비친 달을 보다’

‘시리도록 불꽃처럼’

‘칼에 취한 밤을 걷다’

‘권왕환생’

‘광마회귀’

까지.

알게모르게 연결되는 시대순이 있다지만 작가가 집필한 순서대로 보는 편이라서

초기작부터 쭉 거슬러 올라왔다.

물론 광마회귀로 팬이되었기에 가장 처음 보긴 했지만 ㅋㅋㅋ

애초에 먼치킨 소설을 잘 써온 작가기도 하고 필력도 좋아서

술술 읽히는 맛이 있었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몇가지 있는데 이를 말하기 앞서 세계관에 대해서 먼저 말을 해볼까 한다.

앞서 말했듯이 유진성 작가의 작품은 모두 연결되어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 모두 마도가 등장한다.

이 마도는 단일 집단이 아니라 마가라는 여러 개의 가문이 있고 그들이 서로 경쟁하는 ‘천마지로’라는 행위를 거쳐
만마의 우두머리인 ‘천마’로 추앙받는다.

상당히 색다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마도, 보통은 마교라 칭하는 이들에게서 깔끔하게 종교의 색채를 빼버리고 그저 ‘힘이 우선인 광인들의 집단’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종교일적에는 조금은 어색했던 그들끼리의 충돌도 상당히 설득력있고 매력있게 다가올 뿐더러
마도가 왜 마도인지 확실히 알게되는 부분도 있게된다.

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백도’ ‘흑도’ ‘마도’를 구분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이 세 집단 중
보통 백도는 착한 놈들이니까 확실하게 구분이 가는데
흑도와 마도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작품이 몇몇 있다.

그러다보니 보통 흑도는 마도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존재감이 약한 집단으로 그려지지만

유진성 작가의 세계관에서 흑도는 그들만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이런 자신만의 명확한 구분이 있어서인지 흑도를 주인공으로 하는 보기드문 작품을 써내렸다.

작가의 세계관으로 세 집단을 표현하지만

백도는 정말 ‘올바름의 표본’이다.
그들은 작가의 말을 빌려 ‘고집스럽게 미친놈들’이다.
비겁한 이들도 있지만 그들의 근간은 ‘협’이다.

최근 대부분의 작품에서 보통 위선자의 집단으로 나오는 무림맹은 정말 ‘협의의 집단’으로 표현된다.

권왕환생 중 무림맹주가 무술대회를 열며 하는 말이있다.

‘선배들이 그대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이유（우승 상품으로 값진 영약이나 좋은 무기를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우리가 백도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백도라는 끝없는 자부심.

올바름을 추구하고 행한다는 굳은 믿음.

다른 보답따위는 할 필요없다.

힘을 얻고 그 힘으로 협을 행하며, 추후 자신들 역시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배풀기를 바라는 것.

작가가 표현하는 백도의 모습이다.

흑도는 어떤가
‘제멋대로 미친놈들’이다.

악한 행위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주군으로 모시는 기준이 정말 제맛대로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정한 기준을 중심으로 하여
의리를 지키고 살아간다.

우리가 흔히 미디어에서 보는 ‘의리있고 낭만이 있는 깡패의 모습’이 딱 유진성 작가의 흑도들이다.

자신을 죽이려했어도 그 자가 마음에 들면 그저 품고
자신과 치고박는 단체가 있어도 어떤 계기가 된다면 피를 나눈 형제처럼 우애를 가지게 된다.
상대방을 이용할때는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지만
누군가가 마음에 든다면 모든걸 아낌없이 퍼준다.

못배우고 예의도 없고 제멋대로지만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단단하게 뭉치는 것
그것이 작가가 표현하는 흑도의 모습이다.

마도는 그냥 ‘미친놈들’이다.
힘이 최우선이기도 하지만 그 힘을 쓰는 이유는 ‘재미’를 위해서도 있다.

자신의 재미를 위해 이곳 저곳에서 모략을 꾸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도 하고
그저 강해지기 위해 인신공양을 하며
강해지기 위해 천륜을 저버리기도 한다.

마도는 악의 그 자체이며
어떻게든 그 명맥을 이어간다.

때문에 작품에 거처 동일한 무공을 가진 마인들이 나온다.
각 작품별 같은 무공을 가지는 이들을 찾는것도 재미 중 하나이다.

여튼 그저 광기를 가득품은 집단이 바로 작가가 표현하는 마도이다.

말이 많이 다른 곳으로 샜는데 작품의 공통적인 키워드를 말하자면

결국 ‘협’과 ‘갱생’이다.

모든 작품의 주인공들은 협객들이다.

백도이든 흑도이든 마도이든

그들은 자신의 힘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협’을 위해 사용한다.

정말 순수하게 백도를 지향하며 마도를 물리치기 위한 ‘협’도 있고

흑도이지만 자신만의 선을 지키며 마도에 대항하는 ‘협’도 있으며

뿌리는 마도 그 자체이며 그가 걷는 행보도 ‘천마지로’ 그 자체이지만 결국 그 끝은 협으로 행하는 ‘협’도 있다.

다음은 ‘갱생’이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이 악하고 올바르지 못한 행위를 살수 있다.

하지만

좋은 길라잡이와 자신의 의지가 있다면 마인도 협객이 될 수 있다고

도박장의 주인이었고 뒷골목 깡패인생이라 할 수 있었지만
주인공을 만나 올바른 길을 알게되고
백도의 정점인 무림맹주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부끄러움을 깨닫고 수련을 거듭하여
무림맹의 최고 호위단주가 된 이

흑도의 입만 살아있던 지부장이었지만
주인공을 만나고 그 주변의 점차 성장하는 이들을 보며
스스로 바꿔지기 위해 남아당자강을 외치며 수련을 해가는 이

어둠에서 사람을 죽이는 살수였지만 주인공을 통해 변화하였으며
무림 백도의 큰 어른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백도의 삶고 이름을 얻고, 훗날 세가를 세워 무림에 큰일이 닥치면 먼저 나서서 협을 행하는 이

악인이자 마인이었지만
주인공을 만나 두들겨 맞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자신보다 더한 악인에게 거울치료를 받아
자신의 악행을 참회하며 협객으로 거듭나는 이들도 있다.

바뀔 수 있다.
갱생할 수 있다.
협객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 성장하며 완성되는 것이다 말한다.

이런 장면 하나하나 정말 뭉클하게 잡아내는 필력이 있기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무협에서 무와 협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고 트렌디하게 접하고 싶다면 유진성 작가의 글을 읽어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