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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만든 기형적인 음식 평양냉면

 재밌게도 몇십년전의 옛날식 짜장면을 그 맛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곳은 의외로 미국 LA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유는 오래전 한국계 이민자들이 기억하는 그 맛 그대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물론 대한민국 안에서도 옛날식 짜장면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확하게 그 옛날의 맛은 아니다.

 우선 기름부터 차이가 난다. 과거 라드라는 이름의 돼지기름을 쓰던 것에서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식물성 기름으로 바뀐 것도 크거니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첨가되는 조미료등이 발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조리법도 맛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맛이 후퇴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발전하는 형태로 변화한다. 그렇기에 본류인 한국에서는 과거 수십년전의 짜장면은 엄밀한 의미에서 존재하지 못한다. 그것이 음식이 가지는 자연스러운 역사성이니 말이다. 

 앞서 LA에 한국의 옛날식 짜장면이 지금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좀더 정확히는 몇십년전 스타일의 한국식 짜장면을 미국에서 구할수 있는 재료로 최대한 재현한 맛이 존재한다 하는게 맞겠다. 미국에서도 역시 식재료나 조미료도 발달하고 식자재 수입도 더 원활해졌으니 미국스타일의 한국식 짜장면으로 변화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바꾼 곳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LA에서는 더이상 한국식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더이상 본류를 따르는 지류가 아닌 결을 달리하는 아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평양냉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평양냉면의 본류는 당연히 평양이다. 즉, 평양이 아닌 곳에서는 평양냉면이 존재할 수 없다. 다만 평양이라는 본류를 따르는 평양식 냉면이라는 지류가 존재할 뿐이다. 아무리 음식을 잘하고 평양에서 조리하던 이들이 내려와서 같은 방식으로 조리한다 한들 그것은 평양냉면이 아닌 평양식 냉면이된다. 

 물론 물이 본류에서 지류로 흐르듯 본류에서 식자재나 조리법이 발전되면 그것은 흘러흘러 지류까지 자연스럽게 바뀌게 마런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전쟁과 분단을 겪었기에 본류가 끊긴채 지류로서의 평양식 냉면만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지류는 본류를 거스를 수 없고 스스로 발전을 시작한다면 이는 아류로 평가절하되거나 아예 새로운 장르가 되어버리니 더이상 평양식 냉면이라는 이름을 쓰기 어럽다. 당연하게도 지금껏 평양냉면을 즐겨왔던 식객들이 먼저 외면할테니 말이다.

 평양냉면 마니아들이 어떤 이들인가? 흔히 평양냉면 부심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지 않는가? 쇠가 닿으몃 맛이 변하니 스텐재질의 젓가락이 아닌 나무젓가락을 써야 한다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정작 냉면 자체를 스텐그릇에 내어주는데도 말이다. 특히 식초를 넣거나 겨자를 넣으면 안된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다. 이제는 다들 잘 알듯 평양의 옥류관에서도 식초와 겨자를 곁들이는 것이 맛있게 먹는 법이라 이야기하는데도 말이다, 뭐 이런 부심이야 어쨌건 그들만의 즐기는 방식이니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대한민국의 평양식 냉면은 본류와의 단절로 몇십년전의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고 변화나 발전할 수도 발전해서도 안되는 매우 특이하며 기형적인 음식이라는 것이다. 반세기를 훌쩍 넘기는 사이에도 전혀 발전하지 못한 비운의 음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평양냉면은 전혀 변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참 애매한 문제다. 일부는 약간의 설탕을, 일부는 MSG를 첨가해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진 마당이다. 

 결국 지금의 평양냉면은 본류의 고유형태를 지킨 것도 아니며 변화된 본류의 흐름을 따른 것도 아니니 결국은 평양식 냉면이라는 이름도 써서는 안된다. 그저 서울식 평양냉면 정도만이 허락되는 것이 맞다 하겠다. 

  원형을 지키지도 못했고 본류의 변화에 순응도 못했음에도 이 서울식（혹은 남한식） 평양냉면은 여전히 참으로 거만하다. 특히나 가격면에서 그러하다. 마니아층이 있고 충분한 수요가 있어서 비싸게 받아도 잘 팔리니 그러겠지만 16000~18000원 정도의 국수 가격이란건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원형이며 오리지널이라고 강조하는 분들이 있다면 묻고 싶다. 원형의 평양냉면에 소고기가 쓰였는지 말이다. 꿩고기 대신 소육수가 사용되는데 어디 그곳에 원형이 있고 본류가 있는지 말이다.

 같은 메밀을 사용하며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막국수가 생각나는 날이다.